아랫집 지붕을 개인정원으로 활용
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은 1년 넘게 송사를 벌이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의 각 동 입구에 조성된 정원을 1층 입주자들이 구조를 개조해 전용 정원처럼 이용하자 다른 입주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 이처럼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전용 정원을 갖는 것이 하나의 꿈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최근 아랫집 지붕을 널찍한 개인 정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짓는 ‘테라스 하우스’가 고급 주택 수요층의 폭넓은 관심을 끌고 있다. 완만한 경사지나 구릉지에 지을 수 있는 테라스 하우스는 입주자들이 개별 정원을 가꾸면서 편리한 공동주택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윗집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전원주택형 고급 공동주택인 테라스 하우스는 택지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계단식으로 짓는 게 특징이다. 공동주택의 편리성·보안성과 단독주택의 쾌적성을 살린 새로운 주택 유형이다.2004년 7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용인시 신갈동 ‘새천년그린빌’은 전체 2076가구 가운데 4·5단지 5개 동 46가구가 테라스 하우스다. 지상 4층(38평형) 높이에 계단식으로 설계됐고 수원CC의 조망권이 뛰어나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각 가구의 테라스(앞마당) 넓이가 집과 맞먹는 28평에 달해 실거주 공간을 감안하면 60평형과 비슷한 수준이란 게 이 주택을 공급한 주택공사 측 설명이다. 입주민들은 테라스 공간을 야외 정원이나 휴식 공간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앞서 1999년 말 조성됐던 용인 영덕동 ‘영통빌리지’는 전체 470가구 중 4개 동 32가구가 테라스 하우스로 꾸며졌다. 31평형 단일 평형으로 구성됐다. 1~3층 테라스 하우스는 22평, 최상층 테라스 하우스는 주택 분양 면적과 맞먹는 38평의 앞마당을 갖고 있다.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는 점 때문에 테라스 하우스의 분양가는 일반 주택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주공이 지난 9월 공급한 광주 진월지구 아파트는 테라스 하우스(16가구) 33평형 가격이 같은 평형 기준층보다 약 4000만 원(16%) 높다.충남 금산군 천내리에 단지 형태로 들어설 예정인 40평짜리 테라스 하우스 분양가는 전원주택으로선 드물게 3억2000만 원에 달했다. 천내리 테라스 하우스는 6홀 규모의 골프장과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게임룸 영화관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한주택공사 기술계획처 방정민 차장은 “테라스 하우스를 지을 때는 다른 주택보다 공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공급 가격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단독주택과 같은 쾌적성에다 희소성까지 더해져 테라스 하우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 테라스 하우스의 시세는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고가에 형성돼 있다. 그만큼 쾌적성과 편의성이 입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새천년그린빌 38평형 테라스하우스는 매매 호가가 6억 원을 훌쩍 넘어 인근 지역 같은 평형 아파트보다 1억 원 이상 높다. 영통빌리지 31평형 테라스하우스는 같은 단지 일반 아파트의 31평형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신갈동 P공인 관계자는 “분양 당시 테라스 하우스 31평형과 일반 아파트 31평형의 분양가 차이는 1200만 원 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테라스 하우스의 자산 가치가 높아졌다”고 전했다.테라스 하우스는 자연 지형에 최대한 순응하면서 짓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친환경 주택이란 게 건축 업계의 설명이다. 기존 자연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개발, 토공사비까지 절감할 수 있다. 지형의 경사도가 18도 이상일 경우 주거동이 계단 모양으로 후퇴하면서 위 아래로 각 가구가 겹치는 방식으로 지을 수 있어 독특한 모양이 연출되기도 한다. 테라스 하우스는 경사면의 기울기와 방향에 맞춰 각 가구가 배치되기 때문에 산림뿐만 아니라 단지 내·외부의 녹지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연못이나 작은 호수 등을 메우지 않고 그대로 친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자연과의 조화 추구하는 신종 주택테라스 하우스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일조 및 조망권이다. 테라스 하우스는 대개 구릉지에 자리 잡기 때문에 조망권·일조권 확보에 제격이다. 반면 타워형 아파트와 같은 수직적 요소가 강한 주택은 단지 외곽에 배치된다.특히 전 국토 중 70%가 산지로 구성돼 있는 우리나라에선 테라스 하우스의 쓰임새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다양하다고 건축 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경사가 많은 곳에도 건축하기가 쉬운 주택 형태이기 때문이다.한 건축사는 “경사지나 구릉지를 인위적으로 깎고 메운 뒤 고층 아파트를 세울 경우 사회·경제적 비용 낭비가 심할 뿐만 아니라 도시 경관도 해칠 수 있다”면서 “테라스 하우스를 적극 활용하면 지형이나 식생 등 자연적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테라스 하우스는 일반 주택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분양되고 있지만 다른 어떤 주택보다 인기가 높다. 최근 공급됐던 테라스 하우스가 모두 인기리에 분양 물량을 털었다.분양시장의 강자, 테라스 하우스SK건설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주상복합 ‘충정로 SK뷰(180가구)’를 분양하면서 꼭대기 층에 테라스 하우스 5가구(33평형)를 설계했다. 분양가가 기준층보다 6000만 원가량 비쌌지만 모두 1순위 마감됐다. SK건설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일반 옥상 정원과 달리 한 가구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인기 이유”라고 설명했다.앞서 주택공사가 지난 8월 판교신도시에서 공급한 테라스 하우스(97가구)는 청약경쟁률이 일제히 100 대 1을 넘는 진기록을 세웠다. 테라스 면적이 20~30평에 달해 단독주택의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게 주공 측 설명이다.특히 판교 테라스 하우스는 4층 높이의 연립주택으로, 용적률이 70~80%에 불과해 일반 아파트보다 단지 환경이 쾌적하다. 안방 욕실은 별도 문을 달지 않고 외부로 노출한 ‘개방형 욕실’이며, 벽지·온돌마루 대신 천연 대리석과 대리석 타일, 견사 등으로만 마감했다.남광토건 역시 올 봄 용인 동백지구 내 타운 하우스를 공급하면서 전체 4개 층 가운데 2층을 테라스 하우스로 꾸며 당시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초기 계약률 100%를 달성했다. 분양 당시 도곡동 타워팰리스Ⅱ를 설계했던 건축설계회사가 주택 설계를 맡아 더욱 관심을 끌었다.테라스 하우스 잇따라 공급서울 및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테라스 하우스 공급이 잇따르고 있다. 시행사인 (주)킹스필드는 강원 횡성군 강림지구에서 고급 전원형 테라스 하우스 18가구(32평형)를 분양하고 있다. 횡성군이 18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하는 ‘소슬림마을’ 안에 지어진다. 분양가가 가구당 2억6000만 원 수준이다.민들레건축은 전북 진안군청과 공동으로 ‘숲속마을 새울터’ 내 테라스 하우스 26가구를 공급하고 있다. 27평형 7가구, 32평형 7가구, 34평형 12가구 등이다. 분양가는 1억1615만~1억6220만 원이다. 대전광역시 전주시 등 대도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동일토건이 내년 초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공급할 예정인 1000여 가구짜리 대단지 아파트에도 테라스 하우스가 포함된다. 쌍용동 동일하이빌은 32~89평형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중·대형 평형 위주로 테라스 하우스가 들어선다. 동일토건 김격수 이사는 “북고남저 형의 완만한 구릉지에 아파트 구조물을 설치해 테라스 하우스를 조성하기 때문에 탁 트인 조망권이 일품일 것”이라며 “자연림 수준의 공원과 실개천, 단지를 감싸는 산책로, 선큰 광장 등 특화된 공원을 조성하고 웰빙 시대에 걸맞게 친환경 자재를 사용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토지공사가 한창 개발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청라지구 내에서도 테라스 하우스가 상당량 공급된다. 판교신도시에도 테라스 하우스가 2008년께 추가로 분양된다. 토공 관계자는 “최근 건축법이 개정돼 아래층 지붕을 위층 거주자가 정원으로 활용하도록 만들면 건폐율 확대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테라스 하우스 공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