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POSCO

10년 새 주가 9배 뜀박질 아직도 30~40% 저평가

들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한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대안 찾기가 관심사로 등장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상위를 달리고 있는 국민은행 POSCO 한국전력 SK텔레콤 현대차 신세계 롯데쇼핑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이 가운데 당시 여의도 논객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바로 POSCO와 현대차였다. 두 기업 모두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분야라는 공통점에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내수와 수출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산업 흐름에 정통하다고 평가받는 굴지의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전략가(CIO)인 K 부사장은 당시 “POSCO와 현대차는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빅3’이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세계적 기업”이라고 전제한 뒤 “향후 몇 년간 삼성전자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한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POSCO에 대해 “이미 세계 철강업계의 최고 수익성을 갖추고 있는 데다 경쟁사 대비 주가는 현저히 저평가돼 있어 향후 투자가치로 따져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개인적으로도 자녀에게 물려줄만한 최고 주식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사실 POSCO가 훌륭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POSCO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POSCO의 사업보고서를 들춰보면 지난 상반기말 현재 이 회사 주식을 10주 이상 보유한 소액 개인 투자자는 1만여 명에 불과하다. 국내 기관도 POSCO 주식 보유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이에 비해 POSCO 주식의 62%는 외국인 소유다.POSCO 주식을 사는 개인들이 적은 이유 중 하나는 주당 가격이 비싸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들은 27만 원 하는 POSCO 주식보다는 2만 원 미만의 값싸 보이는 주식을 선호한다. 왠지 고가 주식보다 저가 주식에서 더 크게 먹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과거 주가흐름을 보면 이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998년 주당 3만∼4만 원 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2002년 주당 20만 원을 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싸다고 보고 감히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3만∼4만 원대에 매입했던 사람들은 이익실현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 뒤 주가는 줄곧 상승해 지금은 60만 원대로 올라 있다. 20만 원대에서 팔았던 사람들은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다. 전문가들은 POSCO야말로 제2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는 0순위 후보인 만큼 지금의 주당 가격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그렇다면 POSCO 주식을 지금 주가에서도 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POSCO의 경쟁력이나 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첫 번째 이유다. POSCO는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세계 유수의 철강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 경쟁력 평가에서 매년 1, 2위를 다툴 만큼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철강 업체다. 조강생산량에서는 세계 3위 수준이지만 영업이익률에서는 단연 최고다. 물론 순이익 대비 자기자본이 많아 자본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다소 뒤진다. 하지만 자기자본 크기는 향후 미래 성장가치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결코 부정적인 요소는 아니다.POSCO는 이처럼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주가 수준을 보면 경쟁 업체들에 비해 아직 낮다. POSCO는 주가 판단 지표인 주가수익률(PER)이 6.9배(2006년 예상실적 기준)로 미국 누코아의 10.0배, 일본 니폰스틸의 9.0배, 대만 차이나스틸의 8.9배, 중국 바오산스틸의 8.1배에 비해 낮다. 그만큼 저평가 정도가 심하다는 얘기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POSCO는 0.9배로 세계 철강업계 평균 PBR 1.5배에 비해 현저히 낮게 평가돼 있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POSCO의 기업 가치는 세계 주요 철강사 대비 30∼40%가량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인수·합병(M&A) 이슈는 POSCO 주가 측면에서 또 다른 호재다.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가 됐듯이, 세계 철강 업계는 지금 M&A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미 과거부터 M&A를 통해 세계 최대 철강사가 된 인도의 미탈스틸이 세계 2위인 아르셀로를 인수한데 이어, 인도 타타스틸이 코러스와 짝짓기하는 등 덩치를 키우기 위한 대형 M&A들이 잇따르고 있다. 경쟁사들의 대형화 소식은 어찌 보면 POSCO에는 불리한 뉴스일 수도 있다. 대형화 경쟁은 때때로 불필요한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비우호적이다.그러나 M&A 이슈가 POSCO의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첫째 POSCO 자체가 M&A 타깃으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실제 POSCO는 △낮은 대주주 지분율 △고가 제품 위주의 철강 제품 포트폴리오 △세계 최고의 철강 생산 효율성 △많은 현금성 자산 보유 및 우수한 현금창출 능력 △효율적인 연구개발(R&D) 등으로 대형화를 노리는 해외 철강 업체들에는 아주 매력적인 M&A 대상이다. 기업이 M&A 위협에 노출되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방어책을 마련한다. 대주주 지분을 늘리거나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업체와 공동전선을 구축해 M&A를 미리 차단하는 방법도 동원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좋아진다. 일반적으로 M&A가 이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이유다.POSCO는 일단 M&A 대응책으로 신일본제철과의 전략적 제휴를 택했다. 설비 이용 등 사업 부문 협력 외에 자사주 상호 매입 등을 통한 자본제휴 관계도 맺기로 했다. 신일본제철은 POSCO 주식 2%를 추가로 매입하고, POSCO도 동일한 금액의 신일본제철 지분을 시장에서 매입한다. 현재 신일본제철은 POSCO 지분 3.32%를, POSCO는 신일본제철 지분 2.17%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러한 양사의 제휴에 대해 업계에서는 거대 공룡기업인 미탈-아르셀로의 아시아 철강시장 진입을 방어하고 M&A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파악하고 있다.양사의 제휴는 기업가치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POSCO의 경우 신일본제철과의 사업제휴를 통해 고로 보수에 따른 매출 감소 가능성을 막는 등 실적에도 적지 않은 플러스 효과가 기대된다. POSCO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취약한 지분 구조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POSCO의 최대주주는 지난 상반기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2.85%를 보유한 SK텔레콤이며, 실제 단일 지분이 가장 많은 투자자는 미국계 펀드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지분율 5.74%)이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10.7% 정도에 이른다.POSCO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세계 철강 업황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동향이 최대 변수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철강 생산량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현재 세계 조강생산량의 36%를 차지할 만큼 세계 철강 시장의 ‘빅 메이커’로 부상했다. 이때문에 중국의 철강 생산량 증가 추이나 수요 변화가 곧바로 세계 철강 가격에 영향을 주고, 이는 세계 철강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에도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 전문가들은 향후 철강 산업의 최대 리스크 요인은 바로 공급 측면에서 중국의 생산 통제 여부,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수요 둔화 여부라고 진단하고 있다.현재 관점에서 보면 전망은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철강 생산 증가율이 이미 수요 증가율을 초과하면서 잉여물량을 세계 철강 시장에 쏟아내고 있고, 이는 세계 철강 시황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 통제에 나서고 있으나 과거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자연 증가분이 만만치 않아 실제 생산 통제가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로 좁혀 봤을 때도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입 증가는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로 철강 업계는 전에 없는 위기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POSCO도 예외는 아니다. 김봉기 한국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POSCO의 경우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차별화돼 가격 경쟁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철강 업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가격 결정력이 있는 POSCO의 투자가치는 돋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POSCO의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지난 3분기(7∼9월)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각각 13.4%, 13.1% 증가했다. 내수 가격 인상과 생산성 향상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진한 철강 업황을 고려하더라도 POSCO의 실적 호조는 최소한 2007년 2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POSCO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5년을 정점으로 우하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까지 세계 상위 철강사들의 생산 능력이 현재의 2∼3배로 확대돼 공급물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양기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세계 철강 업체 최고 수준인 영업이익률 20% 선은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지난 10년간 POSCO의 주가를 보면 계단식 상승세를 보여 왔다. 1996년 당시 3만 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99년 6월 사상 처음으로 10만 원대를 돌파한 이후 2003년까지 10만 원과 15만 원 사이의 박스권을 오갔다. 이어 2004년 박스권을 상향돌파한 후 2년간 15만∼20만 원대를 유지하다 올 들어 한 단계 상승하면서 현재는 27만 원대로 올라 있다. 지난 10년간 정확히 9배 정도 오른 셈이다. POSCO의 주가가 앞으로 10년간에도 이 같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해외 경쟁업체와 포스코의 투자지표 비교(단위: 배, %)PERPBREV/EBITDA배당수익률ROE20062007200620072006200720062006Nippon Steel9.09.91.601.425.45.12.016.9JFE9.89.61.861.615.65.22.420.6Bao Steel8.16.00.910.853.53.07.812.9China Steel8.99.21.681.526.65.78.316.4US Steel7.89.11.961.654.44.70.828.1Nucor10.012.23.242.852.52.62.732.8Arcelor8.07.81.451.284.74.44.320.1Corus10.49.11.040.944.24.02.110.6평균9.49.11.721.524.64.33.819.8POSCO6.96.40.950.833.32.93.313.7※대우증권 추정치.세계 조강 생산능력의 순위(단위: 백만톤) 1999 2002 2004 2005 생산량 2007생산량1POSCOArcelorArcelorMittal Steel49.9Mittal Arcelor109.72신일본제철Mittal Steel(LNM)Mittal Steel(LMN)Arcelor46.7신일본제철32.93Arbed신일본제철신일본제철신일본제철32.9POSCO31.44UsinorPOSCOJFE(NKK+가와사키)POSCO31.4JFE29.65Corus보산강철POSCOJFE29.6보산강철23.8※2007년은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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