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시장 라운드업
부동산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개인들이 취득한 해외 부동산은 143건이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5800만 달러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수로는 전달보다 17건(13.5%), 송금액으로는 700만 달러(13.7%) 증가했다. 이로써 올 들어 10월까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실적은 937건, 송금액은 3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그동안 해외 부동산 투자는 해외로 조기 유학을 보냈거나 개인 자산이 많은 일부 고소득층의 전유물이었다. 정부가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엄격하게 단속한 데다 허용 대상을 해외 거주에 따른 실수요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월 100만 달러까지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허용되면서 월 평균 5000만 달러씩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부동산이 최고의 투자처로 부상한 것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은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지난 3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씩 부동산 값이 뛰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도 눈부신 경제 성장에 힘입어 부동산 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대상 지역도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동안은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주택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베트남 필리핀 중국 인도 등 경제성장률이 높은 지역의 숙박시설,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계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로 향하는 자금도 늘어나고 있다. 두바이는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4분의 1이 몰려 있을 정도로 부동산 개발 사업의 최대 격전지다. 현재 국내 중견 건설업체인 성원건설과 반도건설이 두바이에 건립하는 최고급 오피스 빌딩을 국내에서 분양 중이다.가격이 저평가돼 있던 동남아시아도 관심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대규모 주상복합에 상당한 규모의 국내 자금이 투자돼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이 토지 매입에 열을 올리면서 지역 부동산 전체가 들썩이는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전문가들이 꼽는 해외 부동산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수익성이다. 카자흐스탄 베트남 인도 등은 매년 9~12% 이상씩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단기간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부동산 투자를 장려하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현재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역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 프라임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영컴이 최근 45~55세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을 꼽은 사람이 38%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31%, 중국이 18%로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재경부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10월 한 달 동안 개인들이 사들인 부동산을 살펴보면 미국이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 23건, 중국 17건, 뉴질랜드 10건, 말레이시아 9건, 필리핀 8건, 호주 6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5건 순으로 조사됐다.미국과 캐나다로 자금이 대거 몰리는 이유는 지인들이 많아 정보 습득이 쉽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떠나는 사례가 늘면서 아예 현지에 주택을 구입해 자녀를 유학시키려는 수요가 한몫 거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투자 대상도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 주택이 가장 많다. 영컴의 설문 조사에서도 ‘투자하겠다면 어떤 물건을 구입하겠느냐’는 질문에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51%로 가장 많았고 호텔 리조트가 25%, 상가 등 임대용 부동산이 22%를 기록했다.하지만 최근에는 집값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주요국의 주택가격-리스크와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주요국마다 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기성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등 거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삼성경제연구소도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1년 이후 5년 넘게 전 세계적으로 펼쳐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들은 부동산값과 주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미국만 해도 지난 9월 기존 주택 중간가격이 22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2% 떨어졌으며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집값이 하락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모기지 금리가 6%대로 인상되면서 매입 후 보유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재경부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미국 등에서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 등으로 부동산 거품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특히 투자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중국 부동산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일자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중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외국인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이 같은 규제는 각종 투기성 자금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그렇다면 해외 부동산 투자 시대의 막은 내리고 있는 것일까. 현재로선 이를 판단할 근거는 없다. 다만 단기 차익을 위해 투자한 경우라면 자금 회수에 애를 태우겠지만 4~5년 이상 중장기 투자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경우는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인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 미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매입가의 95% 이상을 모기지로 대출받은 투자자들은 최근 금리인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반면 자기 자금이 40% 이상인 투자자들은 모기지 금리 인상의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오히려 최근에는 경기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면 재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미국 경제가 둔화의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부동산 경기는 냉각이 좀 더 지속되겠지만 최악의 국면은 벗어나 경제성장을 더 이상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따라서 앞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는 가격 거품이 심한 주택 등 주거용 일변도에서 호텔,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몰빵식’ 투자보다는 지분 투자, 간접 투자 등에 대한 관심도 넓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뉴스타플러스 양미라 실장은 “호텔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로 참여할 경우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지역 수요를 우선적으로 검토한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