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실험과 글로벌 재테크

위 1%에 속하는 부자들이 갖고 있는 많은 장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다른 계층보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안목이 높다는 점이다. 갈수록 글로벌 재테크 수단이 부각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 같은 무기는 재산을 늘려 나가는 데 있어 가장 확실한 장점이다.최근 글로벌 자금흐름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이슬람 금융의 신장세다. 2년 이상 지속돼온 고유가를 바탕으로 중동의 오일머니가 커지고 있는 데다 원유매장량의 한계를 의식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는 중동 산유국들의 노력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기채시장에서는 유태계와 달러계 자금, 화교계와 엔화 자금, 이슬람 금융이 5대 자금원을 형성하고 있다. 국제유가 향방 등 앞으로 변수는 많지만 주요 예측기관들은 국제자금원에서 이슬람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수준까지는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국제 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펀드들도 보유 종목을 대폭 교체하고 있어 세계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벅셔 해더웨이는 그동안 보유해 왔던 의류업과 소비업종 주식을 제약업종으로 대폭 교체했다. 또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소로스 펀드도 신규로 항공업종을 대거 편입했다. 전통적으로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는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업종이 제약업이다. 또 최근처럼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때에는 항공업체들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다. 때문에 워렌 버핏과 조지 소로스의 종목 재편도 금리동결과 유가하락을 겨냥한 투자전략이 아닌가 하는 예상이 월가의 시장참여자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투자대상이 금융상품에서 예술품, 골동품과 같은 실물투자로 옮겨지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실제 예술품 경매판매 움직임을 나타내는 메이 보제스 예술품 지수는 지난해보다 15% 상승했다. 그만큼 예술품 시장으로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여러 요인 가운데 부자들이 예술품과 골동품을 투자대상으로 선호하는 것은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데다 수익률 자체도 들쑥날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의 핵실험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품 투자의 특성상 관련 보험과 세금, 상속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컨설팅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프라이빗 뱅킹(PB) 사업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2000년대 들어 PB 사업은 올 상반기까지 매년 20%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골드만 삭스 등은 앞으로 5년 동안 PB전문가를 현재보다 두 배로 늘려 부자를 적극 공략해 나갈 방침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PB사업에 주력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부의 편중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캡제미니와 메릴린치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부보고서(World Wealth Report)에 따르면 보유금융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부자가 지난 5년 동안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지역적으로는 좌파 성향이 확산되고 있는 중남미 지역에서 자금이 이탈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주목된다. 중남미와 같은 개도국에 투자할 때 외국자금들은 여러 투자기준 가운데 좌경화 움직임을 가장 기피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과 한국보다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올 4월 말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국내 경제여건과 북한관계가 모두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앞날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또 글로벌 투자자들이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에 투자할 때 가장 중시하는 변수인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점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문제에 대한 해외시각도 어두워지고 있다.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흐트러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核) 실험 강행이라는 사태까지 벌어져 이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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