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술 문화를 마셔야죠”

토마스 클라멘스의 위스키 마케팅

시엄코리아 토마스 클라멘스 사장은 주먹으로 송판 몇 개를 거뜬히 깨는 ‘태권도 유단자’다. 그의 사무실 한쪽에는 세계태권도협회가 수여한 태권도 공인 1단 증명서가 걸려 있다. 그에게 태권도는 질풍노도와 같았던 젊은 시절, 방황을 이겨내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실전 격투기인 태권도에 매료돼 그는 프랑스 대표 선발전에 나갔지만 2위에 그쳐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태권도에 대해 클라멘스 사장은 “예를 중요시하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준비!’라는 한국말을 가장 좋아한다. 준비라는 말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머릿속의 모든 잡념이 말끔하게 정리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태권도를 보면 한국 문화가 보입니다. 술 문화도 마찬가지죠. 한국은 ‘나’보다는 ‘우리’라는 개념이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함께 어울려 먹는’ 술 문화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국민주인 소주에 대해서는 “알코올 도수를 높여 보드카와 같이 지구촌 사람들의 입맛에 맞도록 계량화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선 자유무역협정(FTA) 등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맥시엄코리아가 국내에 설립된 것은 지난 99년. 전신인 프랑스 주류회사 레미코레로가 국내 사무소를 낸 91년부터 계산하면 국내에 들어온 지 15년이 넘는다. 현재 맥시엄코리아는 맥캘란과 앱솔루트 보드카, ‘명품 코냑’ 레미 마르탱, ‘데킬라의 지존’ 호세 쿠엘보, 캐나디안 클럽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맥캘란은 1824년 스코틀랜드에서 설립된 이후 싱글 몰트위스키의 대명사로 국내에는 12년산, 18년산, 25년산, 30년산과 리미티드 제품인 맥캘란 1946과 맥캘란 1971이 소개됐다. 지난 4월에는 세계적 크리스털 공예 명가인 라리크사가 디자인한 병으로 만든 맥캘란 50년산을 선보였으며 이달 중 맥캘란 15년산의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지금까지는 남성 소비층이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했다면 앞으로는 여성 소비층이 커질 것 같습니다. 웨스턴 바, 와인 바가 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남녀 누구나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부드러운 술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합니다.”이런 분위기가 빨리 확산되길 바라는 데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맥캘란은 맥아(麥芽)만을 사용해 만든 싱글 몰트위스키입니다. 따라서 옥수수 등을 배합하는 그레이위스키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또 지난달 국내 공식 출시한 앱솔루트 어피치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최상의 순도와 독특한 향, 부드러운 맛으로 유명한 앱솔루트는 세계 2위의 프리미엄 보드카 브랜드다. 유럽 8개국을 포함, 전 세계 126개국에서 판매 중인 앱솔루트 보드카는 스웨덴 남부 아후스(Ahus)에서 생산되고 있다. 앱솔루트는 뛰어난 품질, 세련된 디자인으로 칵테일 제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앱솔루트 보드카와 앱솔루트 시티론, 앱솔루트 맨드린, 앱솔루트 바닐리아가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복숭아향이 첨가된 앱솔루트 어피치가 출시됐다.최근 국내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주(酒)테크에 대해서 그는 자신만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술을 장기 보관해 경매시장에다 내다파는 주테크는 이미 유럽에선 보편화한 재테크입니다. 물론 주테크에는 숙성 연도가 높은 위스키일수록 좋습니다. 제 생각엔 10년 후를 내다보고 지금 당장 18년산 이상 제품을 구입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에서는 얼마 전 증류소(술을 저장 보관하는 창고)가 통째로 매각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낡은 증류소인데 제 생각엔 아마 탱크에 있는 위스키를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증류소는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곤 하지요.”40대 최고경영자(CEO)답게 그는 인터뷰 내내 젊음과 열정을 강조했다. 직원 간 대화를 활성화해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갖기 위해 회사 내 다양한 스포츠 팀을 만들었다.“제가 워낙 스포츠 광이거든요. 태권도뿐만 아니라 테니스 골프 등 웬만한 구기 운동은 다 잘합니다. 축구는 거의 광적이죠. 매주 토요일 사내 조기축구회에서 축구를 하는데 직원들 간 친목을 다지는데 최고입니다. 럭비는 26세 때부터 시작했는데 한때 프로 선수를 꿈꾼 적도 있었습니다. 겨울 스포츠로는 스키를 가장 좋아합니다.”그래서 그런지 그는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강원도 평창과 전라북도 무주를 꼽았다. 그는 평창과 무주의 절경에 빠져 겨울 내내 주말을 거기서 보냈다고 귀띔했다.그는 인터뷰 중간 술은 음료가 아니라, 문화라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술 문화에 대해서 따끔하게 충고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은 주점에서 팔리는 술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나라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술을 마시기 때문에 슈퍼마켓이 가장 큰 시장이죠. 한국에 부임해 그것을 이해하는데 꽤 힘들었습니다.”맥시엄코리아는 한국의 술 문화 개선에 일조할 생각이다. “한국의 주류 소비량은 전 세계 4위 규모입니다. 이제부터는 질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조건 먹고 취하자는 식은 더 이상 안 됩니다. 국민건강에도 해롭고요. 때문에 주류 회사들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고품질 술을 생산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쿨드링킹(Cool Drinking)’ 운동과 같은 범시민 운동을 벌여 나갈 생각입니다.”그는 맥시엄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1년 4개 월 맥시엄멕시코 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앱솔루트를 멕시코 내 TOP5 브랜드로 올려놓았다. 그 전에는 윌리엄 그랜츠 & 선스 남미지역 지사장을 지냈고 카르티에 프랑스, 카르티에 인터내셔널 프랑스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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