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경제교육 선진국선 어떻게 하나
마 전 청담동 명품시계 사기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가짜 브랜드를 명품으로 둔갑시켜 연예인 및 부유층에게 판매한 사건이다. ‘허영 마케팅’이 한국에서 얼마나 잘 먹혀 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우리 어린이들의 경제관이다. 빈부 격차와 관계없이 많은 청소년들이 옷과 가방은 물론 심지어 필통과 지우개까지 명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은 ‘명품계’를 결성해 돈을 모은다고 한다. 명품 선호가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소양이 결여된 채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그 미래상을 우려하는 것이다.우리의 문맹률은 0%다. 4%의 미국에 비하면 교육 수준이 월등하다. 그렇다면 경제와 금융 환경을 이해하는 금융 문맹률은 어떠할까.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은행을 정부기관으로 묘사하고 있고,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는 화폐 공급과 물가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가정에서의 금융 교육도 문제다. 국민은행연구소 연구에 의하면 자녀에게 ‘돈을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모는 미국이 71%인데 반해 국내의 경우는 33%에 그치고 있다. 또한 미국 가정의 61%가 재무계획에 대해 지도하고 있는 반면, 국내 가정은 36%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의 어린이 경제 교육은 ‘아껴 쓰고 저축해라.’ 수준인 셈이다.선진국의 어린이 경제 교육은 상당히 다양하고 짜임새 있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 경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여러 곳 있다. 우선은 JA(Junior Achievement)나 점프스타트(JumpStart) 등과 같은 비영리 경제교육기관이 중심에 서 있다. JA의 경우 기초(Elementary), 중급(Middle Grade), 고급(High Grade) 프로그램과 같은 단계별 금융지식을 제공하며, 이론보다 체험 중심으로 진행한다. 일례로 종이로 만든 식당 모형을 가지고 식당의 위치 선정과 메뉴 선택, 가격 등을 스스로 정하고 물건을 팔아보게 한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가격이 비쌀 경우 손님이 없고, 가격이 쌀 경우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면서 경영의 본질도 느껴보게 된다. 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은 교내 은행 프로그램(Schooling Banking Program)과 같은 형태로도 진행된다. 수업시간의 한 현태로 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이 교내 점포를 통해 저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저축은 재미있다!(Saving is Fun)’라는 슬로건에 부합하게 예금할 때마다 스티커를 제공해 저축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시중은행들도 어린이 경제 교육에 동참한다. 마스터카드는 이미 미국 내 전체 고등학생의 90%에 달하는 1000만 명에 대한 금융 교육을 완료했고, ‘KIDs&Money’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한다. 메릴린치는 93년부터 매년 4월을 저축의 달(Savings Month)로 지정해 금융 컨설턴트가 각급 학교나 영업점에서 저축의 중요성과 합리적인 소비생활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부모들의 자발적 참여도 상당하다. 미국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자식 명의로 어린이펀드(Young investor Fund)에 가입하는 것을 일상적인 일로 인식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펀드가 투자하는 종목이다. 어린이가 투자하는 펀드이니 만큼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월트디즈니 등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량종목에 투자한다.영국의 어린이 경제 교육은 정부를 중심으로 비영리 단체, 그리고 은행이 협력하고 있다. 주로 학교에서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경제 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 역량(Financial Capability)’이라 불리는 금융 교육 커리큘럼은 지식, 활용능력, 태도 등 3가지 영역별로 연령별, 학년별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커리큘럼 중 ‘재무적 책임(Financial Responsibility)은 돈과 관련된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교육하는데, 재무적 문제의 의사결정은 개인적인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윤리적 가치 판단 문제들과 관련될 수 있음을 강조,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해 가고 있다. 한편 2002년 9월 이후 출생한 아이들에게 CTF(Child Trust Fund)라고 하는 50만 원 상당의 금융증서를 발행해 투자 종자돈으로 무상 제공하고 있다.가까운 일본은 정부가 주도한다. 금융단체, 언론사, 소비자단체, 일본은행 부총재 등 40명으로 구성된 ‘금융홍보중앙위원회’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00만 엔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교육용 비디오를 제작 보급했다. 전국은행협회는 ‘만약 은행이 없다면’이라는 주제로 중학생에게 은행 업무에 대한 해설을 담은 비디오를 제작했다. 일본증권업협회 역시 ‘증권투자의 첫걸음’이라는 주제로 고등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각 권역별로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 부양을 위해 과거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상품권을 나눠 줘도 그것을 팔아 저축할 만큼 일본의 경제 교육은 저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투자 및 신용 관리가 주된 내용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뉴질랜드와 호주는 민간이 주도한다. 뉴질랜드는 ENZT(Enterprise New Zealand Trust)의 ‘금융교육프로그램(Financial Literacy Program)’을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교사 단체 및 정부 후원으로 초·중등학교 대상으로 경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재 전체 초·중등학교 중 25%가 참여하고 있다. 호주 은행연합회는 웹사이트를 통해 초등학생용 ‘Money Matters’ 및 중등학생용 ‘More on Money’등 금융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캐나다 역시 은행연합회(CBA)가 고등학생을 위한‘There is Something about Money’를 만들어 생애 설계를 위한 라이프 스킬(Life skill)로서의 금융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우리나라 부모들처럼 아이들 교육에 열심인 부모가 없다고 하지만, 막상 어린 자녀에게 금융 투자의 개념을 심어주는 부모는 많지 않다. 올바른 경제 교육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잘’ 벌고 ‘잘’ 쓸 줄 아는 성숙한 어른으로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