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富脈 뉴 오디세이
욕에서 북동쪽으로 3시간 정도 가면 로드아일랜드주의 뉴포트라는 섬이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다. 이곳이 더 유명한 이유는 100~200년 전 대부호들의 여름 별장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부호들의 별장 중 대표적인 것이 ‘브레이커스(Breakers)’다. ‘선박왕’이자 ‘철도왕’으로 불리는 코넬리우스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가 지난 1800년대 지은 여름 별장이다. 3층 건물에 방만 70개에 달한다. 이 별장에 들어서면 마치 영국이나 프랑스의 오래된 궁전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천장이며 벽면, 가구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게 없다. 의자 하나만 해도 내로라하는 장인이 1년은 걸려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다. 여름 별장이 이럴진대 그의 당시 생활이 어땠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밴더빌트는 미국 부자들의 원조 중 한 명이다. 미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던 1800년대 특정 산업을 독점해 탄생한 사람들이 미국 부자들의 원조들이다. 그래서 이들 이름 앞에는 ‘철도왕’ ‘석유왕’ ‘철강왕’ ‘금융왕’이라는 별칭이 붙어 다닌다. ‘왕’이란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해당 분야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부의 축적 과정도 가히 왕처럼 무소불위였으며, 생활도 왕 그 자체였다.그러나 진시황도 얻지 못한 것이 불로초였다. 왕으로 군림하던 그들도 결국은 권좌를 내놓아야 했다. 그들의 빈자리에는 새로운 왕들이 그들만의 왕국을 구축하고 나섰다. ‘부동산왕’ ‘소프트웨어왕’ ‘증권왕’ 등이 그들이다. 그런가 하면 아직은 ‘왕’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왕을 꿈꾸는 비범한 부자들도 엄청나게 많다.미국 역사상 최고 부자는 누구일까. 이 물음에 세계 최대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니다. 빌 게이츠는 역대 6위의 부자에 불과하다. 역대 최고의 부자는 ‘석유왕’ 존 록펠러다. 록펠러의 재산은 1937년 사망하기 전 미국 경제의 1.53%를 차지했다. 2위는 증기선과 철도 사업으로 재산을 불린 ‘선박왕’이자 ‘철도왕’인 코넬리우스 밴더빌트. 1877년 사망하기 전 그의 재산은 미국 경제의 1.15%에 달했다. 3위는 부동산 재벌 퍼리어 존 제이콥이, 4위는 해운업을 하다가 퍼스트 뱅크의 최대 투자자가 된 스티븐 지라드가 각각 올라 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1919년 사망하기 전 재산이 미국경제의 0.60%로 역대 5위 부자에 올라 있다. 빌 게이츠는 미국 경제의 0.58%의 재산을 갖고 있어 카네기에 이어 6위에 랭크돼 있다.이처럼 1900년 전후의 미국 부자 원조들이 축적한 부는 막대했다. 독과점이 엄청나게 심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만한 부를 축적했을까.역대 2위의 부자로 꼽힌 코넬리어스 밴더빌트를 보자. 빈농의 9남매 중 4남으로 태어난 그는 23세 때 허드슨강 최대의 범선업자로 성장할 정도로 사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 후 ‘증기선의 아버지’로 불리던 풀턴의 회사를 집어삼키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는 선박왕에 등극했다. 이때가 40대 중반이다. 그는 선박왕에 만족하지 않았다. 68세 때 결단을 내려 배를 팔고 철도 주식을 사들였다.10년 만에 뉴욕 주변 철도는 그의 소유로 변했고 그의 이름 앞에는 철도왕이라는 수식어가 새로 붙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주가를 조작하고 공무원을 매수해 경쟁 회사를 쓰러뜨리는 일을 밥 먹듯이 했다. 사람들이 그를 ‘도둑 귀족’이라고 경멸했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하버드대가 밴더빌트의 재산 기부 의사에 대해 “더러운 돈은 받지 않는다.”고 거절했을까.역대 최고의 부자인 록펠러는 더 심하다. 경쟁 업체들에 가혹했고 독점욕이 강했다. 툭하면 무력과 압력을 행사했다. 리베이트를 도입한 사람도 그였다. 정치권에 대한 매수도 밥 먹듯이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 부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선행을 하든지 간에 그 부를 쌓으며 저지른 악행을 보상할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역대 5위까지 부자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건(1837~1913)의 부의 축적 과정도 유명하다. 오늘날 JP 모건의 창시자가 바로 그다. 모건은 지난 1861년 남북전쟁이 터지자 미국 최대의 무기상 ‘뒤퐁(Dupont)’과 손잡고 총기류와 군화 등을 취급하는 무기 중개업자로 나서 부자의 대열에 합류한다.이후 JP모건의 역사는 ‘무차별적 기업사냥의 역사’다. 남북전쟁 후 철도업에 뛰어들어 중소 규모 철도회사들을 잇따라 매입, 미국의 4대 철도업자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했다. 미국 최대의 철도업자인 밴더빌트와 힘을 합쳐 미국 굴지의 전기회사이던 ‘웨스턴 유니언’사를 집어삼켜 버렸다. 이 회사에 입사한 발명왕 에디슨을 발판으로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설립하기도 했다. 평생 동안 1000여 개의 발명품을 쏟아낸 에디슨도 결과적으로 모건을 위해 봉사한 꼴이 됐다.100여 년 전 못지않게 지금도 미국엔 왕들이 존재한다. 록펠러나 카네기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소프트업계의 제왕’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증권왕’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세계 제 1, 2위 부자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이들이 원조 부자들과 다른 점은 부의 축적 과정이 합법적이고 투명하다는 점. 빌 게이츠는 ‘디지털’이라는 신천지를 스스로 개척함으로써 부를 거머쥐었다. 워런 버핏은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벌었지만 기업 사냥이나 투기 거래와는 거리가 멀다. 생활이나 재산 기부 과정도 탁월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며 존경받고 있을 정도다.그런데 이 두 사람은 일반인들과는 왠지 거리가 있다. 디지털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하고 주식 투자에 성공한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미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부자는 ‘부동산왕’ 도널드 트럼프다. 그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본받을 만한 데다 그의 생활도 ‘부자란 개념’에 어울리기 때문이다.지난 2005년 초 부자들의 겨울 휴양지로 유명한 플로리다 팜비치는 세기적인 결혼식으로 이목을 모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세 번째 아내인 슬로베니아 출신 속옷 모델 멜라니아 크나우스. 신부가 낀 결혼반지는 150만 달러짜리, 웨딩드레스는 20만 달러짜리였다. 피로연장을 이렇게 꾸미는 데에만 4200만 달러가 들었다.일부에서는 트럼프의 이 같은 생활을 두고 100여 년 전의 록펠러나 밴더빌트를 닮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실제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28개의 카지노 사업체에 대해 파산 선고를 받았다. 그래서 1000명의 채권자들에게 13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이 부채를 갚을 생각은커녕 초호화판 생활을 즐기고 있으니 그런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당대의 부자다. 그는 결혼식 직전 ‘부동산 투자 성공법’이라는 제목의 전국 강연회에 참석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강연료는 시간당 100만 달러. 1분마다 1만6000달러씩 버는 계약이니 ‘역시 부자는 부자’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왕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왕을 꿈꾸는 부자들도 많다.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제외한 순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는 가구가 890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모두는 어쩌면 지금 왕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때론 시대가 왕을 낳는 법. 왕좌 등극이 힘에 부친 걸 깨달은 이들은 서로 서로 힘을 모아가며 ‘공동 왕국’을 건설하는데 열심이다. 대표적인 것이 억만장자들만의 투자 클럽. 뉴욕의 ‘타이거(TIGER) 21’도 그중 하나다. ‘21세기에 보다 좋은 결과를 위한 투자그룹(The Investment Group for Enhanced Results-in the 21st century)’의 약자다. 말 그대로 좋은 투자 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연회비만 2만5000달러. 보통 부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다. 투자 자산만 1000만 달러가 넘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 회원수는 97명. 이들이 굴리는 자산은 60억 달러에 달한다.타이거 21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매달 한 번씩 열리는 ‘투자전략회의’.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에선 월가는 물론 세계 정치 및 경제의 움직임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투자 전략이 논의된다. 모든 회원이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투자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한 명 한 명의 투자 전략에 대해 회원들의 혹독한 비판과 조언이 이어진다. 왕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쩌면 영원히 왕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도 부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그렇다면 과거의 왕이나 현재의 왕이나, 왕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행태를 분석한 한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을 10가지로 정리했다. 다름 아닌 ①남과 다른 생각을 한다 ②끊임없이 새것을 받아들인다 ③시장의 흐름을 읽는다 ④신념과 의지가 강하다 ⑤성공을 위해 게임 규칙까지 바꾼다 ⑥기회를 잘 포착한다 ⑦경영관이 명확하고 건전하다 ⑧절약 정신이 투철하다 ⑨무자비할 만큼 냉정하고 엄격하다 ⑩자신의 사업을 즐긴다 등이다.여러분은 왕을 꿈꿀만한 자질을 갖고 계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