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추억’을 파는 런던 고급 앤티크 페어
티크란 일반적으로 100년 이상 된 물건을 가리키는데 최근 와서는 100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가치나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물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넓어졌다. 앤티크를 오래된 물건의 개념으로만 이해할 때에는 범위가 ‘옛날 잡동사니’까지로 넓어질 수도 있지만, 연구 대상으로 접근할 때는 예술품이나 미술품으로 범위를 한정할 수 있다.경매는 복합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앤티크 페어나 벼룩시장 등에서 구입하는 것은 절차가 단순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 가장 유명한 앤티크 경매는 크리스티와 소더비다. 이들 경매회사는 똑같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크리스티는 런던 이외에 전 세계 12곳에서 경매에 나서고 있으며 소더비는 런던 본사 외에 전 세계 16곳에서 경매를 실시하고 있다. 이중에서 크리스티 런던경매장은 세인트제임스 킹스트리트 8번가에 있고 소더비 런던경매장은 뉴본스트리트 34번가와 올림피아 해머스미스로드에 자리 잡고 있다. 앤티크 가구에 대한 경매는 시대별로 열리는 날짜가 다르다. 1000만 원 이상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임포턴트 세일(Important sale)’은 1년에 2회 열리고 영국 내에서 출품된 ‘잉글리시 세일(English sale)’과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 지역에서 출품된 가구를 판매하는 ‘컨티넨탈 세일(Continental sale)’은 분기별로 개최된다. 반지 귀고리 등의 귀금속류와 도자기, 유리제품 등을 판매하는 소품 경매도 가구 경매와 비슷하게 열리며 소더비 경매도 형식과 절차, 개최 횟수 등이 크리스티와 비슷하다. 어떻게 열리느냐에 따라 페어에 출품되는 물품의 가격대와 수준이 달라진다. 앤티크 페어는 다양한 물건을 마음대로 찾고 고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마호가니(검은색이 나는 목재)나 월넛(호두 색깔과 비슷한 목재) 스타일로 만든 18세기 영국 가구만 취급하는 판매상이 있는가 하면, 윈저 체어(영국 윈저 지방에서 만든 목제 의자의 한 형식) 등 컨트리 가구나 프랑스 등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판매상도 있는 등 선택의 폭이 넓다. 규모가 큰 페어는 크리스티나 소더비보다 훨씬 두꺼운 카탈로그를 만들며 이는 물품을 구입하는데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이 카탈로그에는 유명 딜러들의 연락처가 있어 다음에 앤티크 제품을 구입할 때 활용해도 좋다. 규모가 큰 앤티크 페어에는 유명 딜러들로 구성된 앤티크 조합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들은 조합에서 규정하는 적정 수준 이상의 물품을 판매하므로 작품의 질은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다. 페어장 곳곳에는 ‘베티드(Vetted)’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데 이것은 ‘여기에 적혀 있는 모든 것은 전문가에 의해 면밀하게 검토된 것’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가격이 철저하게 검증된 페어일수록 입장료가 비싸고 물품의 질이 좋다. 영국에서 열리는 대표적 앤티크 페어는 올림피아의 파인아트 페어와 그로스버너 하우스페어가 있다. 런던 올림피아 뉴본스트리트 올림피아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페어에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고가 앤티크 물품들이 판매될 계획이다. 그로스버너 하우스페어에서는 영국 왕실과 귀족들이 보관한 제품들도 선보인다. 이외의 작은 규모의 페어는 물품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어 스스로의 안목에 의존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뒤따른다. 유럽의 앤티크 페어는 허허벌판에서 펼쳐지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손전등을 반드시 챙겨야 하고 입구에서 받은 지도에는 반드시 자신이 산 제품과 판매처의 위치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벼룩시장은 앤티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둘러볼 만한 관광지다. 보통 1주일에 한번씩 열리고 새벽에 문을 열어 오후 2시께 문을 닫는다. 벼룩시장에는 가구, 소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돼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벼룩시장은 런던 노팅힐의 포트벨로 마켓으로 영화 ‘노팅힐’에 나온 거리 시장이다. 지하철 노팅힐 게이트역에서 북쪽 방향으로 약 2km에 걸쳐 형성된 거리 시장으로 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평일에도 상설시장이 열리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이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런던 캠튼 타운역과 초코팜역 사이에 있는 캠든록 시장도 규모가 큰 벼룩시장이다. 히피와 펑크족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중심부에 캠든록 운하가 있어 운치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동쪽 끝에 있는 몽트뢰이와 북쪽의 클리냥쿠르, 남쪽에 있는 포르트 드 방브가 대표적이다. 세 곳 모두 3만평 규모에 점포수만 5000개가 넘는다. 아트앤앤틱 최지혜 이사는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살 경우에는 보통 현금으로 값을 치르고 영수증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딜러의 이름과 주소, 거래된 품목에 대한 간단한 설명, 대략적인 연대, 그리고 가격이 적힌 영수증을 받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반면 딜러가 매장을 운영하는 앤티크 숍은 고객 서비스가 좋고 교환이나 환불이 쉽다는 점 때문에 많은 구매자들이 애용하고 있다. 앤티크 숍은 경매처럼 짧은 시간 내에 물건을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딜러의 손을 거쳤기 때문에 보존 상태가 좋은 물건이 많다. 다만 가격이 검증되지 않았고 저가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테크 수단으로서 앤티크는 과연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럽에서 앤티크는 이미 보편화한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영국의 앤티크 전문업체인 ACC퍼니처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68년에 구입한 앤티크 가구를 기준가 100으로 하고 2005년까지의 가격 변동을 분석한 ACC앤티크가구 지수는 영국 남동부의 부동산 값이나 런던 주식시장 주가보다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예컨대 1969년에 산 100파운드짜리 가구는 1989년에 2450파운드로 가치가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매년 100%씩 오른 수준이다. 특히 가구는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경기 흐름에 따라 값이 좌우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제품 전체가 동시에 제작된 것이 추후 물품을 내다 팔 때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몸체는 17세기인데 뚜껑은 19세기 같이 조합된 체스트(상자 형태의 가구)는 그 시대의 오리지널 작품과 비교해서 값이 많이 떨어진다. 이와 같은 물품을 매리지 피스(marriage piece)라고 하는데 투자 가치는 높지 않다. 또 수리된 곳이 많은 것도 조심해야 한다. 모든 앤티크가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100년 이상 오래됐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동 시대의 작품에 비해 형태나 무늬가 독특해 희소성을 갖춘 것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 유명한 제작자가 만든 제품일수록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투자 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