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유학정보가 자녀 인생 망친다

국은 학생 선발 등 학교 운영과 관련된 거의 모든 권한을 대학에 일임하고 있다. 때문에 각 대학마다 입시 요강은 물론 교육 프로그램이 다르다. 입시 전형의 경우 대학별 차이가 거의 없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때문에 주별, 대학별 입학 관련 정보를 숙지하는 게 필요하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성중 군(가명)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 뉴저지의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1학년 때만해도 성적이 상위권은 아니었지만 끈기를 갖고 꾸준하게 공부해 대학 입시를 앞두고는 GPA(학교내신성적)점수가 3.5~4.0까지 올랐다. 이에 김 군은 동부의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진학을 목표로 세웠다.하지만 SAT 점수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대가 요구한 커트라인보다 100~150점가량 모자랐다. 담당교사와의 수차례에 걸친 면담을 가지면서 김 군은 과외 봉사활동을 에세이에 적극 반영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그는 아프리카 난민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며 미국 유학 중에는 케냐에 봉사활동을 다녀올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케냐의 난민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유복함이 마치 죄악처럼 느껴졌다는 내용으로 에세이를 썼으며 담당교사의 추천서에는 그가 교내에서 벌인 수차례 난민 돕기 바자 등의 내용을 자세히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얼리 액션(특별전형)을 통해 펜실베이니아대와 뉴욕대, 카네기-멜론대 등에 원서를 접수했다. 김 군의 열성적인 봉사활동은 학교에서도 높게 평가돼 3군데 모두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김 군은 3곳 중 어느 곳을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당초 계획대로 펜실베이니아대를 선택했다.김 모 군은 SAT 성적이 약간 모자랐는 데도 명문 코넬대에 진학한 케이스다. 공부가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김 군은 고등학교때부터 환경공학에 관심이 컸다. 여기에는 하수종말처리 관련 회사를 운영한 김 군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성적은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는 학기 중에는 학과 공부에 치중하고 방학 기간에는 한국에 돌아와 아버지 회사의 연구파트에서 공동 연구를 했다. 때마침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에서는 이 분야에 특허출원을 하게 됐으며 여기에 연구 조교로 그의 이름을 함께 올렸다. 코넬대는 SAT 점수가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김 군를 최종 합격시켰다. 노스웨스턴대 수학과에 재학 중인 이규진 군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 사이 ‘별난 학생’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군의 고등학교 성적표를 보면 노스웨스턴대에 합격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특히 이 군은 SAT 언어영역 점수가 이 학교 평균점에 미달했다. 대신 이 군은 학교 다닐 때부터 ‘매스맨’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탁월한 수학 실력을 자랑했다. 이 군은 수학시간에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갔고 이러한 학습법은 대학 진학 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는 수학과 관련된 에세이를 쓰는 등 전체 점수보다는 수학적인 재능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이 결과 이 군은 SAT와 GPA 점수로는 부족하지만 무난하게 노스웨스턴대에 합격했다. 각 과목별 가중치를 분석하는 것 외에 대외적인 행사에서 입상하는 것도 대학 입시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가령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 등 각종 경기대회 수상 경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합격이 가능하다. 과천에 사는 정 모 군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교내 영어 관련 시험을 휩쓸다시피 할 정도로 영어 실력이 탁월했다. 이에 정 군의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조기 유학을 결정했다. 인터넷에서 유학 관련 정보를 얻고 유학 관련 세미나에 수차례 다녀 온 후 정 군의 부모는 정 군을 미시간 주에 있는 한 보딩스쿨로 전학시켰다. 유학 초기 정 군은 큰 어려움 없이 학과 수업을 따라갔다. 심지어 일부 과목은 미국 학생들보다 탁월한 실력을 나타냈다. 하지만 결국 정 군은 유학을 포기하고 중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미국 교육 방식과 문화에 전혀 동화되지 못한 채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기 때문. 스파르타식 교육 방식에 익숙해 있던 정 군에게 미국의 자유로운 수업 방식은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정 군의 부모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약간 내성적이긴 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고 항변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유학 가 실패하고 돌아오는 경우는 현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3명 중 1명꼴이라고 지적한다. 부산의 정시원 씨(가명)는 자녀 교육에 있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성파다. 덕분에 그의 자녀는 부산시 전체에서 10위에 랭크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열과 성의를 다하는 만큼 보답하는 자녀에게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정 씨는 내심 자식을 하버드대에 보낼 꿈을 갖고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해부터 미국 유학을 준비했다. 개인 과외와 독학을 병행하면서 하버드대 입성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문제는 하버드대가 요구한 에세이에서 발생했다. 그의 자녀는 영어 독해 능력은 탁월했지만 작문 실력은 형편 없었다. 이에 그는 유학원을 통해서 전년도에 미국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학생들의 에세이 모음집을 입수해 거의 모방하다시피해서 대학에 제출했다. 결과는 낙방으로 이어졌다. 이에 그는 이듬해 에세이 작성법을 교육시켜 다시 도전했으나 또 다시 입학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담임교사 추천서와 봉사활동 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 씨 자녀의 실패 이유는 획일적인 우리 교육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 대학은 시간 순서에 따라 획일적으로 에세이를 기술하는 것보다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 담임교사의 추천서도 합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가급적이면 구체적으로 해당 학생에 대해 평가해 작성해야 한다. 해당 학생의 단점까지 지적하면서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킨다면 100점짜리 추천서라고 해도 틀림없다. 분당에 사는 김미원 씨(가명)는 유학 얘기만 나오면 분통이 터진다. 한 유학 알선 업체가 엉터리 정보를 제공한 탓에 김 씨의 아들은 지금 유학을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와야 할 처지다. 그녀의 아들은 지난해 9월부터 텍사스 오스틴의 한 보딩스쿨(고교)에 재학 중이다. 보딩스쿨에 진학할 때 받은 토플 점수가 253점(CBT 기준)이었고 SSAT(미국고교수학능력시험) 점수도 상위 15%로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원래 약골 체질인 데다 오스틴의 더운 날씨 탓에 건강이 나빠지면서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이에 김 씨는 서부 쪽으로 전학을 결정하고 학교를 알아봤다. 때마침 한국의 한 유학 알선 업체가 홈스테이와 보딩스쿨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기숙 시스템을 갖춘 학교를 알선중이라고 해 등록금 5000달러를 미리 냈다. 그러나 웬걸, 개학일이 다 되도록 등록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데다 뒤늦게 원래 다니던 보딩스쿨에 재등록을 하려고 했으나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김 씨는 이 유학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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