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익만 보지말고 변동성도 함께 고려해야

반인들은 펀드 투자를 하기 전 해당 펀드의 과거 수익률이 얼마였는지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가진다. 이는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수익이 높은 곳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수익이 높았다는 것은 결국 지금까지 실적이 좋았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특히 해외에 투자할 때에는 국내 투자보다 훨씬 더 많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해외 펀드는 국내 펀드의 대체재가 아니다. 투자자들은 흔히 지금 국내 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또는 지금 국내 주식시장이 너무 올라 지금 들어가기엔 부담스러우니까 해외 펀드를 찾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는 투자자들이 먼저 해외 펀드를 찾았다기보다는 금융회사들이 먼저 권하는 경향이 크다. 이때 절대로 금융회사의 ‘유혹’에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투자자들이 냉철히 생각해서 내가 지금 투자하고 있는 재산 중 해외 펀드에 투자할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투자자 전체 자산의 약 10~20%를 해외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대외 종속 요소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비중은 이보다 더 높아야 적절한 분산이 가능해질 것이다.여기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보다 외국이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해외 투자를 한다는 접근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만 투자할 경우에는 위험을 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원칙 하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이런 접근 방법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외 투자는 기본적으로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아니다. 일례로 우리는 사과 1000원짜리와 배 2000원짜리를 사먹었는데 사과가 맛이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는 절대 사과를 사지 않고 배만 사먹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과는 사과대로 맛과 영양이 있고 배는 배 나름대로의 맛이 있기 때문이다. 배나 사과가 다른 하나를 영원히 대체할 수는 없다. 두 과일 모두 서로가 갖지 못한 맛과 영양을 보완해 주는 존재인 셈이다.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둘 가운데 하나를 배타적으로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 다 나름대로 특징이 있고 역할이 있다. 한 국가에만 투자했을 경우 한 나라에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지나치게 크게 의존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바로 다른 국가에 분산하는 것이다. 해외 투자는 반드시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특징을 도외시한 채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가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판단, 전체 자산을 특정 국가 한 곳에 몰아넣으면 크게 후회할 수도 있다. 이는 마치 변동성이 심한 중소형주 한 곳에 전체 자산을 ‘올인’하는 것과 같은 위험한 행동이다. 결국 나중에 “왜 내가 그때 잘 알지도 못하는 해외에 투자해서 이렇게 피곤해 할까”하고 후회하게 된다.둘째로 고려해야 할 점은 국내 펀드 뿐만 아니라 해외 펀드도 ‘고위험 고수익’ 개념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국내 펀드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 펀드 투자 시에도 과거 2~3년간의 수익률을 우선 보게 마련이다. 그러나 고수익 뒤에는 항상 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 위험이란 것을 수치화한 것이 변동성이다. 보통 변동성 수치는 표준편차로 표시된다. 일례로 어떤 펀드가 지난 3년간 매년 평균 12%의 수익을 올렸다면 비교적 높은 성적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변동성 지표를 확인해 봐야 한다. 만약 변동성이 15%였다면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어떤 해에는 ‘12+15%’의 수익을 올려서 연간 27%의 수익을 맛볼 수도 있지만 어떤 해에는 ‘12-15%’의 수익을 내 결국 마이너스 3%란 손실을 기록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다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노리는 마음이 누구나 있기 때문에 차라리 비슷한 투자 대상에 투자하는 펀드라면(예:글로벌 주식형 펀드) 지난 3년간의 평균수익률이 연 12%이고 평균적인 표준편차(변동성, 또는 위험)가 15%인 펀드보다는 평균수익률이 11%이고 평균 표준편차가 9%인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안전하게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과거의 수익률만 보지 말고 해당 펀드가 그만큼의 수익을 올리는 기간의 변동성, 즉 표준편차가 얼마나 되는지도 함께 고려해 투자에 임해야 한다.셋째로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 꼭 환율을 고려해야 한다. 환율은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움직이면서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환율은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거시경제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예측하기도 좀처럼 쉽지 않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자주 빗나가곤 한다. 그러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환율의 변동성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외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요즘 거의 모든 금융회사들은 해외 펀드 판매 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아예 없애주는 환 헤지를 걸어준다. 따라서 확신이 없는 한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환 헤지를 하는 게 좋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환 헤지를 해준다고 할 때 환 헤지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펀드도 같이 환매가 되는지 여부를 꼭 체크해 봐야 한다. 은행을 비롯한 대부분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는 환매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경우 환 헤지 계약이 끝났을 때 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중소형 금융회사의 경우 보통 1년 정도인 환 헤지 계약이 끝나면 자동으로 펀드도 환매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해외 펀드나 국내 펀드나 적어도 3~5년 이상 투자해야 하는데 환 헤지 계약 때문에 1년 만에 펀드를 함께 환매해야 한다면 이는 다른 종류의 위험을 안은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환 헤지 계약 연장이 가능한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고도의 첨단 헤지 기법을 도입하지 않고도 손쉽게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적립식 형태로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례로 매달 100만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인 상황에서는 약 1000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하지만 달러당 900원으로 환율이 10% 하락하면 같은 돈 100만원을 투자하더라도 달러로 환산한 투자금은 1111달러가 된다(그림 참조). 결과적으로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해외에 투자했을 경우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환매 시점에 환율 하락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다. 물론 환매 시점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손해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선진국 시장에 투자할 경우 3~5년이 지난 후까지 주가가 떨어진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안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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