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와인 생생 트래블
고급 와인을 정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일조량이다. 당해연도 일조량이 얼마인지에 따라 와인 값은 천차만별이다. 왜냐하면 일조량은 와인의 당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 수확기인 늦여름과 초가을에 찌는 듯한 날씨가 계속돼야만 당도가 높은 질 좋은 포도가 열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일조량이 높다고 해서 우수한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햇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물이다.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려 수십m 아래에 흐르는 지하수를 마시며 자란다. 이렇게 깨끗한 물을 마시면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은 천연 미네랄 이온수에 가깝다. 때문에 수질은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르헨티나 와인은 가장 자연적이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아르헨티나 와인은 해발 900m 이상에 위치한 안데스산맥의 눈이 땅 속으로 스며들며 생긴 지하수를 마시면서 자란 포도나무의 포도를 가지고 만든다.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멘도사주는 부족한 강수량을 보충하기 위해 안데스산맥에서 물을 공수해 와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기후 지형 토양 면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르헨티나 내 와인 농장들은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안데스산맥이 막아주고 있어 고온건조한 데다 일교차도 최고 섭씨 30도씩 차이가 난다. 또 생산지역들이 대부분 고지대에 있어 일조량도 풍부하다. 토양은 자갈이 많이 섞인 중적토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천혜의 자연조건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일찍부터 와인 생산 국가로 이름을 날렸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와인 생산 국가로 성장해 가고 있으며 연간 1인당 28.6리터를 마셔 세계에서 5번째 와인 소비국이다. 아르헨티나는 국토가 넓어 포도원도 주로 대규모로 형성돼 있다. 생산량의 70%가 안데스산맥 기슭에 위치한 멘도사주에서 생산된다. 멘도사주는 여름에는 평균 섭씨 22도 정도를, 겨울에는 평균 섭씨 6도를 유지한다. 건조한 기후로 연평균 강수량도 겨우 187mm에 불과하다. 이 밖에 산후안, 리오하, 리우 네그로다도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들 지역도 햇볕이 나는 날이 270일 안팎이고 연 강우량은 200mm로 우리나라 평균 강우량의 6분의 1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포도는 대개 1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수확한다. 주로 재배하는 품종 중 화이트 와인용으로는 토론테스, 페드로 히메네스, 슈넹 블랑, 샤르도네 등이 있고, 레드 와인용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 멜롯 등이 있다.최근 들어 아르헨티나산 와인의 국내 소비량도 조금씩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가별 와인 수입 통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와인은 102만600달러어치가 수입돼 전년도(31만7000달러)보다 무려 223.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흔히 신대륙 와인하면 떠오르는 것이 칠레 와인이지만 실제 생산량만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 와인이 칠레 와인보다 무려 5배나 많다. 아르헨티나에 와인이 첫 선을 보인 것은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15세기 중반부터다. 이 때부터 포도원이 설립되기 시작해 프랑스산 포도나무들이 아르헨티나 전역에 심어졌다. 돈 크리스토발(Don Cristobal) 1492는 안데스산맥 언덕의 멘도사주에서 생산되고 있다. 돈 크리스토발은 라 산타마리아, 라 핀타, 라 니아 등 3개의 빈야드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이들 지역 모두 해발 평균 600~1000m에 자리 잡고 있다. 돈 크리스토발이라는 이름은 1492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3대의 범선을 이끌고 와 이 지역을 처음 발견한 것에서 따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돈 크리스토발 1492는 ‘신세계로부터 온 새로운 와인’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거장 자크와 프랑수아 뤼통이 생산하는 델푸에고와 리제르바, 그란 리제르바 와인도 맛과 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말벡으로 만든 차가에스 2003은 말벡의 강한 맛과 진한 향을 느끼게 해주는 멘도사주의 최고급 와인이다. 이 밖에 뤼통 리제르바 말벡은 말벡 특유의 붉은 색상과 풍부한 아로마 향을 지니고 있는 대신 탄닌 성분이 약해 목넘김이 부드럽고 향긋한 과일향도 난다.보나르다와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을 섞어서 만든 티에라 델 푸에고 틴토도 국내 와인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와인이다. 최근 신대륙 와인 중에서 좋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크루 캡이 사용됐다는 게 특징이다. 마시기가 쉬운 보나르다 품종에 과일향이 뛰어나면서 깊은 뒷맛을 주는 카베르네 소비뇽, 진한 색상의 말벡을 혼합해 각자의 장점을 잘 살렸다. 화이트 와인인 티에라 델 푸에고 블랑코는 샤도네이와 슈냉블랑, 피노그리, 토론테스가 혼합돼 약간 쓰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열대과일과 복숭아, 살구의 단맛도 함께 느껴진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사는 산오리를 뜻하는 카이켄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멘도사주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만든 카이켄 카베르네 소비뇽 2002는 칠레 와인보다 산도가 높아 육류와 함께 먹으면 좋은 조화를 이룬다. 카이켄 말벡 2002는 마치 잘 익은 자두를 한 입 먹은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과일 맛과 초콜릿 맛이 함께 어우러진 느낌을 준다. 보데가 와이너트는 보랏빛이 감도는 레드 와인으로 탄닌 성분이 풍부해 정통 유럽 와인의 느낌을 준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블랜딩 용으로 재배된 말벡으로 제조했다. 아영FBC 김영심 실장은 “칠레산 와인으로 대표되는 신대륙 와인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아르헨티나 와인은 칠레산 와인에 비해 품질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어 앞으로 수입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