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부동산정보들 신속·정확하면 ‘줄클릭’하죠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의 성공 노하우

을 장만하려는 예비 신랑 신부와 좀더 넓고 쾌적한 곳으로 집을 옮겨가려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건설회사가 멋들어지게 지어놓은 모델하우스가 아니다. 인터넷에 부동산 종합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114(www.R114.co.kr)다. ‘3·30대책’이 발표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뒤숭숭한 요즘에도 하루 페이지 뷰가 1000만 회를 넘는다고 한다. 이는 전국 1만5000여 개 회원 중개업소와 50만 명의 무료 회원들이 만들어 내는 커뮤니티의 파워다. 가히 ‘부동산 왕국’이라 부를 만하다.이렇게 부동산114를 부동산 시장의 소왕국으로 키운 이상영 사장(44)은 의외로 연구원 출신의 경제학 박사다. 그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한국개발원(KDI)과 건설산업연구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케이스. 교수 꿈을 접고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아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99년 한 부동산 관련 정보 업체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 사장과 박종덕 부사장, 김희선 전무가 ‘도원결의’를 통해 출범시킨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22억원과 순이익 18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135억원의 매출과 39% 증가한 25억원의 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내고 있는 저력이 만들어낸 결과다.부동산114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전국의 중개업소를 네트워크로 구축해 정보를 제공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이 사업 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70% 정도가 일어난다. 신규로 가입하는 중개업소에서 60만원, 재계약하는 업소에서 45만원의 연회비를 받아 시세와 분양 정보 등을 제공한다. 나머지 매출은 건설회사의 분양 광고와 데이터 베이스 서비스, 컨설팅 분야 등에서 나온다. 일반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 서비스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언뜻 평범해 보이는 부동산 정보를 프랜차이즈라는 형태로 묶어 파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우리 고객은 부동산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입니다. 그러나 사이트를 찾는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 데 최우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리 회사 소비자에게 홍보할 필요성이 큰 건설회사와 부동산 중개업소에 비용을 부과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사장은 이렇게 소비자와 건설사, 중개업소 간 역할분담을 명확히 해줌으로써 커뮤니티 활성화는 물론 수익 측면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점이다. 이 사장은 “정보 서비스업에선 정확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눈앞의 수익보다는 정보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위해 직원들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현재 직원은 115명. 외형에 비해 많은 편이다. 제공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애프터 서비스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 사장의 소신이 만들어낸 결과다.부동산114는 전국 아파트 90% 이상의 단지정보와 주간 단위로 갱신되는 시세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또 청약 완료 후 입주까지 분양권으로 거래되는 아파트 분양권 정보와 재건축 단지의 단계별 상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투자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각종 시장동향 지표와 투자 지표도 서비스하고 있다. 회원 중개업소의 도움으로 시세 정보 등을 작성하고 있으나 수시로 현장 실사를 통해 자료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 사장이 부동산 분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연구원 시절부터다. KDI에서 전공을 살려 재정 분야를 연구하던 이 사장은 지인의 소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으로 직장을 옮긴다. 그곳에서 그는 전혀 다른 일과 마주친다.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부동산 펀드 등과 관련된 제도와 상품 설계에 관한 논문을 작성한 것. 이때 부동산 관련 논문을 쓰면서 그는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시장에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정작 시장에 관한 데이터가 없었던 것. 그래서 제도 개선을 지적하는 논문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거기에서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동산 관련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팔아보자는 것. 당시는 ‘끝물’이었지만 벤처 붐이 일던 시절이라 돈을 모으고 회사를 설립하는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첫 번째 시련을 맞았다. DB를 구축한 뒤 판매에 나섰지만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주 고객층으로 생각했던 연구소와 외국계 투자기관, 신용평가사 등이 외면했다. 당시만 해도 아직 정보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 궁즉통(窮卽通)이라고 해야 하나.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은 ‘부동산114 시험선’은 이곳저곳 판매 채널을 기웃거리다 결국 중개업소의 프랜차이즈화로 돌파구를 찾는다. 사이트에 좋은 정보를 올려 일반 소비자가 몰려드니 공급자인 건설사와 중개업소들이 파트너가 되려고 줄을 섰다. 이 회사는 창업 3년차인 2001년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웃어넘길 수 없는 일도 꽤 많았다. 일부에서 ‘시세를 조종하는 게 아니냐’ ‘가격을 너무 부풀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풍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런 일 때문인지 세무조사를 받았다. 되레 ‘별일 없음’을 확인받았지만. 이 사장은 이런 일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오해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금융 시장과 달리 부동산 시장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것. 역설적이지만 그 점이 부동산 정보 서비스 업체의 입지를 넓혀주고 있는지도 모른다.“창업 당시를 돌아보면 이곳까지 달려온 게 기적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지요. 시장에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좀더 나은 정보를 서비스해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합니다.”이 사장은 향후 부동산 시장이 셀러(seller) 시장에서 바이어(buyer)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택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당장 정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할 방침이어서 단순히 시세 정보만 제공해서는 더 이상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됐다. 데이터를 가공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가격 평가 모델을 새롭게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장은 “소비자가 우리 회사의 ‘거래지원센터’에 원하는 대상 물건을 등록하면 부동산114가 원하는 물건을 골라주는 일까지 담당해야 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이 같은 1 대 1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이 사장은 네이버나 야후 등 포털 사이트와 국민은행 등이 경쟁 상대라고 말한다. 포털은 다중의 소비자를 갖고 있고, 은행은 신뢰를 갖고 있다. 그 틈새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동산114의 부동산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한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협업 요청을 하고 있는 점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앞뒤 면과 같다고 한다.이 사장은 “부동산 시장이 갖고 있는 불투명성을 투명화·객관화하는 노력이 향후 지속 성장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데이터베이스연구소’를 설립한데 이어 곧 혁신적인 분석 툴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인터넷 전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미국에선 나스닥에 상장한 부동산 정보 업체가 꽤 있습니다. 내실을 단단히 다진 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그의 포부가 어떻게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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