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Cigar)의 원조는 중미 마야족이다. 담배를 피운다는 뜻의 ‘시카르(Sikar)’가 스페인에 전해져 ‘시가후(Cigarro)’로 불렸고, 이어 영어권에 퍼져 시가란 단어가 생겨났다. 와인의 보급과 궤를 같이하면서 시가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더하고 있다. 시가 마니아를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곳도 다름 아닌 와인바다. 마니아들은 시가를 피우면서 명상에 잠기고,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를 즐긴다.왜 이런 바람이 일었을까. 와인과 시가는 제조과정이 비슷하며 그 품질 차이도 와인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시가는 세 개의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필러(filler), 바인더(binder), 래퍼(wrapper) 각자가 서로서로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필러는 시가 자체의 맛을 제공해 준다. 필러는 최소 2년 이상 서로 다른 종류의 담배를 엮어서 만든다. 바인더 잎은 필러를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시가의 표면을 장식하는 래퍼는 생김새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줄기가 돌출된 잎은 사용하지 않는다. 시가의 맛과 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래퍼는 모양과 생산지, 색깔, 크기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공한다.일반적으로 시가를 피우는 데에는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 걸린다. 흡사 천천히 음미하면서 맛과 향을 즐기는 와인과 비슷하다. 시가는 섭씨 20도 정도의 온도와 78도 정도의 습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우선 일정하게 잘 말리고 표면은 윤기가 흘러야 하며, 손으로 만졌을 때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야 좋은 제품으로 꼽힌다. 만족스러운 흡연을 위해서는 시가의 머리 부분을 수직으로 잘라야 한다. 양날 커터, 가위, 나이프 그리고 펀치 등 다양한 커터기를 사용할 수 있으나, 서부영화에서처럼 입으로 자르는 것은 좋지 않다. 시가는 여느 담배와는 달리 나무로 된 성냥이나 부탄 라이터(가스라이터)로 불을 붙이는게 제격이다. 액체 상태의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라이터는 시가에 휘발유의 향이 배어들어, 향으로 즐기는 시가를 완전히 망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진정한 시가 마니아들은 불을 붙일 때 성냥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만약 성냥을 사용한다면 성냥에 불을 붙인 후, 해로운 유황 성분이 없어지도록 불꽃이 조금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을 붙여야 한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담뱃불을 붙이는 것처럼 시가의 끝부분에 직접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시가의 끝을 불꽃의 약 45도 각도 위쪽으로 들고 있으면 된다. 시가가 성냥 불꽃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천천히 불꽃 위로 시가를 돌려서 잘 타들어가도록 한다. 불을 붙이기보다는 ‘잘 굽는다’라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쉽다. 시가를 입에 물고 살짝 뻐끔해 본다. 그러는 중에도 계속 시가를 돌려가면서 불이 붙이도록 한다.시가를 피울 때는 일반 담배와 달리 연기를 깊숙이 삼키지는 않는다. 단지 연기를 혀끝으로 돌리며 입과 코로 향기를 음미한다. 시가의 별미는 바로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욱한 연기다. 희미한 불빛 아래서 시가를 피우는 게 잘 어울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시가를 약 1~2인치 정도 피웠을 때 재를 한 번 보는 게 좋다. 재가 길게 남아 있다면 좋은 재질의 래퍼와 내용물을 사용한 시가임이 입증되는 셈이다. 또 탄 부분과 아직 타지 않은 부분을 가르는 검은색 링을 보자. 링이 굵을수록, 시가가 제대로 숙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검은색을 띠는 재는 품질이 좋지 않은 시가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타고 남은 재의 색깔이 담뱃잎이 자란 토양의 미네랄 성분의 양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시가의 재가 흰색을 띠는 이유는 토양에 마그네슘의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흰색이 난다고 해서 좋은 품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한 개의 시가는 여러 가지의 담뱃잎이 섞여서 만들어진다. 순한 맛으로 시작해 중간에 강한 맛이 나고, 마지막에 강하거나 순하게 맛의 변화가 나타나야 제대로 블렌딩된 시가로 꼽힌다. 시가를 피울 때 미각과 후각을 잘 이용하는 게 좋다. 와인을 마실 때처럼 시가의 향을 잘 음미해 보면 커피 땅콩 후추 호두 계피 크림 코코아 맛이나 향을 느낄 수 있다. 시가 전문가들은 시가에는 단 네 가지의 맛인 단맛 신맛 쓴맛 짠맛만이 존재한다고 믿고, 다른 단어 사용을 기피한다. 즉, ‘이 시가는 달다, 쓰다, 시다, 짜다, 산도가 강하다, 무겁다, 라이트 하다, 풀 보디(full-body)다’ 같은 단어만 사용한다. 시가를 피우는 모든 과정은 인체의 감각을 키우는 교육이다. 좋은 시가란 여러 가지 맛과 향이 서로 잘 조화되고, 그러면서 너무 강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부드러움을 갖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