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주가 펀더멘털 아직 탄탄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전무의 성공투자 비결

식시장이 출렁거리고 있지만 펀더멘털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올해 우리나라 증시의 기대수익률이 15~20%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정을 받을 때 저점에서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한국 증시의 대표적 투자 전략가인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두루 거치면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대우경제연구소를 시작으로 자딘플레밍증권, JP모건홍콩, 동방페레그린증권, 삼성증권 등을 거쳤다. 그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출신이다. 또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해 본 경험도 있다. 이 전무를 만나 외국인 매도 등으로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증시 상황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투자 전략을 모색해 봤다.“당초 올해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업 이익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수출 업체를 중심으로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업체가 환율 하락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됐고 이로 인해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부품 업체 주가도 휘청거렸습니다. 뒤이어 전자 업체의 실적도 예상과 달리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당초 기대보다 기업 이익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됐습니다.작년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체질이 좋아져서 환율이나 유가 같은 외부 충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1분기 실적이 가시화하자 환율 등 변수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입니다. 또 지난해 주가가 워낙 많이 오른 것도 최근 주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부분이 작년 주가에 이미 다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많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각국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의 리스크가 더 높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하락폭이 커졌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이런 요인이 결합해 주식시장 변동성이 더 커졌습니다.”“한국인들은 매달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신규 주식투자 자금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2월에도 주식형 펀드로 1조원 이상 자금이 유입됐는데 이런 기반이 증시 수급 여건을 호전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국인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기업 이익과 같은 기본 요건(펀더멘털)이 아닌 수급 요인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외국인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실적이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고 환위험 노출이 심한 기업은 적자까지 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후 기업 실적이 발표되는 것을 보고 포지션을 재조정하겠다는 게 외국인의 전략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따라서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아주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환율 같은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원재료 납품 원가를 낮추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고, 이런 효과는 하반기 정도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따라서 하반기 주식시장은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잉여 현금흐름이 작년에 바닥을 쳤고 올해 40% 정도 증가한 후 내년에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남는 돈이 증가한다는 것은 후한 점수를 줘도 좋은 현상입니다. 따라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합니다.”“올해 증시는 작년처럼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작년 같은 큰 상승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의 잉여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환율 하락이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 15~2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4월께까지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긍정적 시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 세계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매우 탄탄하고 앞으로도 이런 지위는 더 굳건해지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작년에 비록 주가가 많이 올랐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내수 업종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산재해 있는데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지배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저평가됐던 주식들이 제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KT&G에 대한 외국 기업사냥꾼들의 공격으로 경영권이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앞으로도 지배구조를 합리화하는 작업이 가속화할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시장의 촉매로 작용하고 내수기업 가운데 많은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증시도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배당을 포함해 연간 10~15%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5% 수준인 채권 금리나 은행 예금에 비해 훨씬 우월한 수익률입니다. 특히 증시의 고질적 문제였던 리스크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중·장기 전망은 더 긍정적입니다.”“부동산이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평가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강남지역 부동산이 급등하긴 했지만 유례없는 저금리 하에서 이 정도 가격 상승을 심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변수입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보합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 부동산이나 채권 예금보다는 좋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식투자에 대해 세제상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투자할 때에는 반드시 세후 수익률을 봐야 합니다. 부동산과 비교하면 주식의 세후 수익률이 훨씬 우월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부동산에 비해 유동성이 좋다는 장점도 있습니다.”“많은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지만 잦은 매매는 좋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경험적으로 성장성이 높거나 좋은 회사라고 느낀다면 그 기업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 아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 투자의 기본입니다.업종 가운데서는 금융업이 유망하다고 봅니다. 특히 보험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은행보다 고성장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장기 보험 상품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또 수출 업종 가운데서도 경기 상황에 영향 받지 않고 연간 큰 폭의 성장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산업기계나 자동차 부품 업종 회사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업종은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으로 거대한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고성장이 가능합니다. 또 자동차 회사들도 해외에 공장을 많이 건설하고 있어 부품회사들의 수출액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업종 주식들은 주가가 하락하면 더 큰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과거와 달리 최고경영자(CEO)의 능력과 경영전략이 기업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습니다. 여러 거래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CEO나 대주주 등 최고경영진의 능력과 도덕성이 앞으로 투자에서 중요한 척도가 될 것입니다.”“어느 정도는 좋게 보고 있지만 전 세계 투자가들은 IT주의 장기 성장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산업의 주기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투자해서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된 것입니다. 헤지펀드 가운데 IT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 회사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기술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투자를 위해 들이는 공에 비해 득이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IT주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갖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유통업체의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이미 적정 평가된 주식도 많고 고평가된 주식도 일부 있습니다. 반면 음식료 분야에서는 저평가된 주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구 노령화로 음식료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원재료 수입 단가가 내려가 수혜를 볼 수 있고 일부 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는 상황입니다. 이 업체들의 해외 진출 전략도 상당히 신뢰할만합니다. 이런 업체들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아직 집이 없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보유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위험 회피 수단으로 집 한 채는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유 중인 금융자산의 30~50% 정도는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과당경쟁 같은 우려도 있지만 우리나라 운용회사들의 실력이 매우 좋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펀드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위험을 낮추면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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