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호프만 ‘파인아트펀드’ 사장
술품 시장은 1980년대 말 거품이 있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수십년 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습니다. 아트마켓연구소(Art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25년 간 미술품 값이 연평균 8~13% 상승했습니다. 앞으로 미술품 투자는 개인 투자자와 기업 투자자는 물론 장기 투자를 모색하고 있는 연기금과 자선단체들에 분명 흥미로운 대안 투자처로 평가받을 것입니다.”세계 최초로 미술품 펀드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는 파인아트펀드의 필립 호프만 사장(44)은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이 금융과 결합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내한했던 호프만 사장은 “매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세계 100대 부호 중 30명 이상이 투자 자산의 상당 부분을 미술품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록펠러와 로스차일드 등의 전설적인 거부들도 미술품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미술품 펀드가 대안 투자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데다 투자 대상에 대한 수익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아트마켓연구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잔의 그림값은 1874년 이후 연평균 9%씩 증가했고 피카소, 반 고흐, 터너, 카날레토와 같은 화가들의 작품들도 비슷한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호프만 사장은 “고미술, 인상파 화가, 근대 미술 시장은 주식시장의 부침과 달리 지난 20~30년 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컬렉터(개인 수집가)와 미술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미술품에 투자해 성공한 케이스는 지난 1974년 모금된 영국 철도연금기금(British Rail Pension Fund)을 들 수 있다. 이 펀드는 전체 금액의 2.5%인 약 40만파운드를 10개의 미술품을 구입하는데 할애했다. 이후 펀드는 갖고 있던 미술품들을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매각해 나갔다. 평균 수익률은 11.3%. 인상파 회화 작품에 대한 수익률은 21.1%나 됐다. 이 펀드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술품을 편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100% 미술품에만 투자하는 펀드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04년 3월이지만 호프만 사장은 1994년 이 분야에 발을 담근다. 1981년 크리스티로 오기 전까지 그는 KPMG에서 회계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 그는 미술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당시 영국의 예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에서 재무이사와 전략이사로 일하면서 미술품 투자가 앞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줄 것을 예견했다. 이때부터 그는 법률전문가와 금융전문가 등을 끌어 모아 2003년 파인아트펀드를 설립했다. 영국 스페인 칠레 등 10여개 국가 투자자들로 구성된 ‘파인아트펀드 1호’는 매매를 통해 연평균 43%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수익률이 80%를 상회하고 있다. 현재 파인아트펀드에는 아트팀과 뱅킹팀을 합쳐 총 22명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각 분야별 전문가들은 경력 10년 이상 되는 베테랑이라고 호프만 사장은 설명한다. 호프만 사장은 “피에르 오거스트 르누아르의 ‘Les Rosiers a Wargement’만 해도 1997년 파리의 경매회사인 피아자(Piasa)에서 152만6179달러(15억2617만9000원)에 판매됐지만 이듬해 소더비에서는 560만달러(56억원)에 낙찰됐다”면서 “수수료 등을 감안해도 수익률이 92.7%에 달한다”고 말했다. 파인아트펀드의 장점은 다양성에 있다. 호프만 사장은 이상적인 미술품 포트폴리오를 5개로 분류했다. 그는 “인상파는 30%, 1960년대부터 1985년까지의 현대미술은 15~20%, 1915년부터 1960년까지의 모던아트는 20%, 고미술은 25~30%, 1985년 이후 현대미술은 5% 미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파인아트펀드는 딜러나 갤러리로부터 작품을 구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작품은 개인 고객들에게서 직접 구입한다. 구입 작품은 보험료와 수수료 등을 내면 최장 10년 간 대여해 준다. 파인아트펀드가 구입하는 작품들은 10만달러부터 500만달러 사이가 대부분이다. 500만달러 이상은 구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작품의 값이 비쌀 경우에는 추후 작품을 매각할 때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현재 파인아트펀드는 2호 펀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2호 펀드에 대해 그는 “언제 어느 규모로 출범될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한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한도 한국 미술품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미술품 투자에 대한 잠재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라며 “영국 본사에서 이미 한국 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미술경매 시장 가운데 지난 2년 간 가장 뜨거웠던 곳은 홍콩 소더비와 크리스티. 여기에서 출품된 중국 미술작가들의 작품들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인식한 듯 소더비 뉴욕사무소는 오는 3월31일 ‘아시아 현대 미술:중국, 일본, 한국’을 주제로 한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미술품을 구입할 때 본인의 취향이 반영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호프만 사장은 “제품 구입은 담당 직원이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펀드를 통해 구입한 작품 중에서 내 맘에 들지 않는 작품도 60%나 된다”고 말했다. 호프만 사장은 미술품 투자가 엄청난 부를 안겨줄 것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막대한 투자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술 시장은 불완전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전문 지식과 장외 거래에 대한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파인아트펀드는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수익률 하락에 대비, 보험까지 가입해둔 상태다.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8개의 미술품 펀드가 있는데 파인아트펀드 1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준비 중인 미술품 펀드 역시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어떻게 소비자를 이해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