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콘래디 아시아태평양 마케팅담당 본부장
테판 콘래디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담당 본부장(45)은 “까다로운 한국인들의 선택 기준이 오히려 롤스로이스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롤스로이스 팬텀의 신형 모델인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Phantom with extended wheelbase)의 국내 출시를 맞아 방한한 콘래디 본부장은 “한국 고객층에만 어필할 수 있으면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이번에 선보인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롤스로이스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야심작이다. 이번 모델은 영국 굿우드 롤스로이스의 자체 디자인과 설계, 수공을 거쳐 제작됐다.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영국 굿우드 공장에서 생산된 두 번째 모델. 영국 자동차 생산의 자존심인 굿우드 공장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는 것만 봐도 롤스로이스가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콘래디 본부장은 “지난 2004년과 2005년 모두 한국에서 5대를 판매했는데 올해는 두 자릿수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롤스로이스 팬텀의 판매 실적이 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세계 시장에서 지난 2005년 판매된 롤스로이스 팬텀은 총 796대. 롤스로이스 팬텀의 판매고 중 14%가 아시아 태평양지역으로, 특히 롤스로이스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의 시장 상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이번에 첫 선을 보인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뒷좌석에 각종 옵션을 설치했다는 게 특징이다. 콘래디 본부장은 “북미 유럽에서 롤스로이스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오너인 경우가 많은데 비해 아시아에서는 운전사를 따로 두는 것이 보편적”이라면서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아시아의 정서에 맞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팬텀 모델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뒷좌석에 다양한 옵션을 설치했다는 점이다.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기존 팬텀보다 뒷좌석을 250mm가량 넓혔고 고객들의 특별 주문으로 각종 옵션을 설치했다.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 파티션(division wall)을 둬 뒷좌석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해 주고 있다. 뒷좌석 시트는 최고급 가죽과 원목을 사용해 수제로 제작됐다. 일반 자동차들의 경우 차체 구조물을 반으로 자른 뒤 남은 부분은 금속을 이어 차를 길게 제작하지만 롤스로이스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해 차체를 제작한다. 비틀림 강도가 그만큼 높아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해 준다. 프레임과 차체 부품을 숙련된 전문가들이 손수 제작한다는 점도 롤스로이스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만의 장점이다. 더군다나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프레임을 알루미늄으로 설계해 일반 철재보다 강도가 2배 이상 높였다. 알루미늄은 일반 강철보다 강도는 높은 대신 무게가 훨씬 가볍다. 때문에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는 정지부터 시속 100km까지 불과 5.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에는 냉장고, 음료 캐비닛 외에도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콘래디 본부장은 “롤스로이스는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탈 수 있는 차가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부와 함께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차와 명예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 고객들에게는 그만큼 강하게 어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가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지난 10년 간 판매·기획·제작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해 본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독일 울름대(the University of Ulm)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콘래디 본부장은 대학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롤스로이스,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클래식 명차를 판매했다. 이중에는 롤스로이스의 전설인 실버 고스드와 2차 세계대전 이전의 팬텀 모델 등도 포함돼 있다. 이후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클레이튼그룹을 설립해 자동차와 관련된 컨설팅을 하기도 했다. 지난 1995년 세계 최초로 최신 자동차 기술을 소개하는 온라인 전문지 ‘스페셜 카 저널’을 창간한 업체이기도 한 클레이튼 그룹에서 그는 다임러 벤츠(현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북미 지역 마케팅 전반을 기획했고 지난 2000년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슈퍼카 마이바흐(Maybach)를 북미 지역에서 출시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롤스로이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난 2003년 스탠더드 롤스로이스 팬텀을 성공적으로 개발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마케팅과 홍보 등을 담당하고 있다.그는 팬텀에 대해 “스포츠카의 강력한 힘과 고급 세단의 편안함이 조화를 이룬 차”라며 “이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 그 완벽함은 고객으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는 롤스로이스의 자동차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판매에만 주력하기보다는 시장성을 조금씩 넓혀가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부터 공식 판매에 들어간 롤스로이스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의 가격은 기본형이 7억8000만원(부가세 별도)이고 이전 모델인 스탠더드 롤스로이스 팬텀은 6억8000만원(부가세 별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