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찡한 3색 사랑 음악과 색채의 향연

프랑스 뮤지컬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

랑스의 명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1년 만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특히 올해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20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해 2월 같은 무대에 올려져 인기몰이를 했던 작품으로 채 1년도 되지 않아 앙코르 공연을 갖는 셈이다. 뛰어난 작품성과 국내의 골수 팬들이 앙코르 공연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노트르담 드 파리는 1월 들어티켓 예매 사이트 공연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공연 시작 전에 무려 30억원에 이르는 티켓 매출을 올렸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 1885)의 원작 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극장에서 초연된 후 지금까지 전 세계 13개국에서 1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대작이다. 미국과 영국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뮤지컬 시장에서 프랑스 뮤지컬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노트르담 드 파리’ 이후부터다. ‘로미오와 줄리엣’ ‘십계’ 같은 대작들이 뒤를 이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 일색이던 국내 공연계에 프랑스 뮤지컬 붐을 몰고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15세기 말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집시 여인과 세 남자 사이에 펼쳐지는 삼각 러브스토리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룬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주교 프롤로는 우연히 춤추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본 후 그녀에 대한 정염과 종교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흉측한 꼽추 콰지모도를 어릴 적 배고픔에서 구해내 키우고 노예처럼 부려온 인물이다. 그런 그를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는 충직한 종처럼 따른다. 노트르담 성당 널찍한 광장에 모여 사는 집시들 무리 속에, 우두머리 클로팽과 모든 남자들이 연정을 품는 에스메랄다가 산다. 어느 날 프롤로는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를 납치할 것을 명령한다. 에스메랄다가 콰지모도에게 납치당하려는 순간, 근위대장 페뷔스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내고 콰지모도를 체포한다. 플레르란 약혼녀가 있었던 페뷔스지만 에스메랄다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바퀴 형틀에 묶여 애타게 물을 찾는 콰지모도. 모든 군중과 그의 주인 프롤로마저 그를 조롱하고 외면할 때 에스메랄다가 나타나 그에게 물을 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3인의 사랑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슬픔의 콰지모도, 욕망의 프롤로, 사랑의 페뷔스.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과 질투심에 눈이 먼 프롤로 주교는 에스메랄다를 만나려는 페뷔스를 미행, 결국 그를 칼로 찌른다. 에스메랄다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콰지모도는 노트르담의 종마저 치지 않은 채 슬픔에 빠져 있고, 클로팽과 불법 체류자들은 감옥에 갇힌다. 페뷔스를 찌른 죄를 에스메랄다에게 뒤집어씌운 프롤로와 마녀의 마법에 빠졌었다며 에스메랄다를 배신하는 페뷔스, 이를 모른 채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에스메랄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클로팽과 일당들을 탈옥시키는 콰지모도.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와 함께 노트르담 성당으로 피신하고, 프롤로의 명을 받은 페뷔스와 병사들은 그들을 공격한다. 그 와중에 에스메랄다를 지키려던 클로팽이 죽고, 불법 체류자들은 추방된다. 프롤로에게 잡혀 페뷔스에게 인도되는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가 교수형에 처해지는 동시에 프롤로 역시 콰지모도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콰지모도는 슬픈 노래를 부르며 절규한다. 2006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현지에서 관람하는 것과 다름없는 완벽한 무대를 재현하기 위해 30톤에 달하는 무대장치 및 소품을 직접 공수해 온다. 무대나 내용 면에서 파리의 오리지널 무대와 다름없는 초대형 뮤지컬을 선보이는 것. 천장에서 내려오는 육중한 종과 노트르담 성당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기둥 등의 무대장치에는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감각이 묻어난다. 이러한 완벽한 세트는 관객들을 타임머신에 태워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이 펼쳐졌던 15세기 유럽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이 뮤지컬은 위고의 원작 소설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소설에서 표현할 수 없는 예술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대사를 최대한 줄인 가운데 감미로운 음악과 역동적인 무대로 메시지를 전하는 게 특징이다. 사랑과 역사가 녹아있는 노랫말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노랫말 자체가 한 편의 시와 같다.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인의 감성까지 사로잡았다. 프랑스어로 부른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은 1998년 발매 당시 17주 동안 프랑스 음악 차트 1위를 차지하며 1000만 장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특히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을 그린 곡 ‘벨(Belle:아름답도다)’은 프랑스 차트에서 44주 간 1위에 머무르며 명곡 반열에 올랐다. 꼽추 콰지모도가 ‘춤추어라 나의 에스메랄다’라며 울부짖을 때는 많은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안무는 현대 무용에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 댄스를 접목해 원작 소설을 현대적 시각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했다는 평가다. 7명의 배우들은 연기와 노래만 하고 16명의 전문 무용수들은 춤만 추지만, 그 노래와 춤이 한 몸에서 나오는 듯 연출된 점도 경이롭다. 몽환적이면서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색채의 향연은 왜 뮤지컬이 종합예술의 진수로 꼽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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