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 작품가 8년새 600% ‘껑충’

불황터널 빠져나온 미술시장 - 사진 미술

계 미술시장이 지속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진 미술시장의 팽창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구 미술시장에서 지난 1997년부터 2005년 사이의 사진 분야 가격 상승률은 무려 600%에 달했다. 사진 시장은 19세기 빈티지 사진(19th Century Vintage Old Photography), 근대 사진(Modern Photography), 그리고 현대 사진(Contemporary Photography)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성장을 보인 분야가 바로 현대 사진이다. 90년대 중반을 전후로 사진미술이 현대 미술의 새로운 실험적 시도의 대상으로 폭 넓게 받아들여지면서 현대 사진은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 가파른 속도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현재 사진 시장에서 현대 사진의 매출이 총매출의 53%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 사진은 독일과 미국계 작품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독일 현대 사진은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의 베른트 & 힐라 베허 교수 부부의 제자 그룹인 안드레아스 거스키, 토마스 슈트루스, 토마스 루프 등의 대형 컬러 디지털 프린트 작업이 시장에서 큰 반응을 일으키며 경이적인 가격 상승을 보여 왔다. 특히 이들 중에서도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높고 현대 사진으로는 처음으로 수십만달러를 호가하는 가격으로 신기록을 세웠던 작가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이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대형 캔버스 작업이 무색할 정도의 거대한 스케일의 프린트 작업을 통해 20세기의 유형이라 할 수 있는 산업화, 대량화, 기계화, 소비 대중화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현상 과정에서 정교한 조작을 통해 시각적으로 냉정하면서도 압도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는 증권거래소, 프라다 매장, 99센트 스토어 등 20세기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생활적 단면을 드러내는 장면들을 주로 찍는다. 사물과 대상에 대한 현대 독일 사진 작가들의 시선과 제작 기교는 이들의 스승인 베른트 & 힐라 베허 부부로부터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은 부분이다. 그리고 미국 현대 사진은 리처드 프린스, 낸 골딘, 신디 셔먼 등이 시장을 대표해 왔다. 특히 2004년 이후 토마스 루프, 토마스 슈트루스 등의 독일 작가 작품 가격이 20~30% 정도 하락하다가 2005년 들어서 보합세를 보인 것에 비해 리처드 프린스, 루이스 롤러, 낸 골딘 등 미국 현대 사진 작품들은 2004년 한 해 동안 20~180% 정도의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리처드 프린스의 사진 작품 가격은 지난 10년 간 약 740%나 급등했다. 리처드 프린스는 빌보드나 잡지 광고 속에 이미 존재하는 미국 대중 소비문화의 단편적 이미지들을 재생해 그것을 확대한 사진을 통해 시대의 보편적 언어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작업을 하는 작가다. 그는 사진뿐만 아니라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표현 영역을 넘나들며 미국 사회와 동시대를 비판하는 유머러스하고도 예리한 풍자를 통해 비평가 그룹으로부터 오래 전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의 작품은 2005년 11월 뉴욕의 경매에서 약 110만달러에 거래돼 사진 판매가로는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독일이나 미국 작가는 아니지만 세계 사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동양 작가가 한 명 있는데 그가 바로 일본의 스기모토 히로시다. 스기모토는 수십년 간 꾸준히 바다 시리즈, 극장 시리즈, 밀랍 인형 시리즈 및 최근의 건축물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동양적 깊이와 뛰어난 테크닉으로 흑백 사진의 진수를 선보이며 세계 무대에서 큰 지지를 받아온 작가다. 그의 밀랍 인형 시리즈 작품은 최근 뉴욕 경매에서 80만달러 가까이에 거래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이처럼 사진 시장은 블루칩을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2005년에 경매로 판매된 사진의 숫자는 그 이전 해에 비해 줄었지만 총매출은 증가됐다는 점과 현대 사진 장르의 작품 가운데 1000달러 미만 작품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구매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확실한 작품을 가려 구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몇 년 동안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사진 시장은 최근 들어 작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술 시장의 전체적인 팽창 속에서 사진은 여전히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소장가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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