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향후 3년안에 60~70% 더 오른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의 새해 투자수첩

'우리 증시는 1~2년 오르고 그칠 상황이 아닙니다. 앞으로 3년 안에 종합주가지수가 60~70%는 상승할 것입니다.” 우리 증시의 대표적 낙관론자인 KB자산운용 이원기 사장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천돌파’란 별명을 갖고 있다. 2003년 중반부터 줄기차게 대세 상승을 주장하며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역설해왔기 때문이다.하지만 2003년만 하더라도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증시 분석가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국내 투자자들은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당시 증시에서 비관론이 극도로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데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진보적 정치세력으로의 정권 교체에 따른 의구심과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었다. 여야 간 정치적 이념 논쟁 속에서 불안감은 더 확대됐다.“신용카드 사태에 이어 부동산 거품이 생기면서 너도 나도 부채를 얻어 집을 장만하면서 내수는 크게 위축됐습니다. 또 종신고용이 무너지면서 직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도 많았던 시절입니다. 특히 닷컴 거품 붕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증권시장에 회의와 환멸을 느꼈기 때문에 증시를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도 많았지요.”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증시 분석가들은 비관론이나 신중론을 폈지만 당시 메릴린치증권 전무(리서치센터장)였던 이원기 사장은 곧 대세 상승기가 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무엇보다 기업의 체질이 개선돼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기업은 호황이고 개인은 불황 심리에 빠져 있던 것이지요. 2003년 중반 주가가 700 선을 유지하고 있을 때 저는 내수경기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내수 침체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 경제에서 내수 소비 중심의 경제로 서서히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었습니다.”그가 내수 경기에 대해 이처럼 확신을 가졌던 것은 소득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이나 건강, 여가를 중시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고급 주택이나 수입 자동차, 여행, 고가 명품 등 과거에 경험해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비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었다. 엔터테인먼트나 홈쇼핑, 전자상거래, 할인점, 리조트, 골프장, 와인 숍 등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경험해 보지 않았던 내수 관련 뉴 비즈니스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었다.“외국에 수출해서 돈을 벌어야 국부가 늘어나고 공장을 지어 물건을 만들어야 산업이 발전한다는 생각은 20세기에나 들어맞는 것입니다. 유흥업소나 식당, 영화, 오락 등 한국 신산업의 활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런 신산업이 21세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저는 믿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의 창의성이 매일 매일 새로운 사업을 등장시키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를 잘 수용하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내수 시장의 잠재력은 무한합니다.”그렇다면 일반 국민이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왜 이처럼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가진 내수시장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무엇보다 전통 내수산업이 극도로 침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의 경기는 최악의 수준이었죠. 그러나 재래시장은 경기와 상관없이 이미 사양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대형 할인점이나 홈쇼핑, 인터넷 쇼핑 업체들이 유통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해버렸기 때문이지요. 많은 언론들은 경기 진단을 하면서 항상 재래시장의 썰렁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재래시장 대신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신산업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았지요. 따라서 온 국민들은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마치 1970~1980년대 중화학 공업이 급속도로 성장할 때 농촌에 가서 경기 상황을 물어보고 한국의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보도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습니다. 일면만 지나치게 부각됐던 것이죠.”종합주가지수가 곧 1000을 돌파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우리나라 투자자들로부터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외국 투자자들로부터는 열광적 반응을 얻었다.“외국인들은 당시 한국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습니다. 외국 장기 투자자들 대부분은 한국의 내수경기 침체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믿었고 한국 증시에 낙관론을 펴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이런 투자자들과 만나면서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제 생각을 믿어주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었고 주위에서 많은 비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과장된 비관론은 투자자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졌다거나, 한국이 성장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극단적 주장은 투자자들이 싼 값에 주식을 살 기회를 완전히 박탈해버립니다. 진짜로 나라가 파탄 났다면 당시 수백조원을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망한 나라에 투자하는 정신병자였다는 말이지요. 안타까운 것은 당시 이런 단순한 생각도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것이죠.”그의 예상대로 주가는 1000 고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2003년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주가가 오르자 이제 대부분 증시 분석가들은 낙관론자가 됐다.이 사장도 여전히 낙관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10년 이상 활황장이 지속된다고 보는 것은 과장된 견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지난 1년 간 주가가 급격히 올랐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쉽게 오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대수익률은 지난 1년보다 떨어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증시의 상승 국면이 1~2년에 그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미국처럼 10년 이상 활황장이 지속되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3~5년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올랐던 것은 경기적 요인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상승장은 기업 체질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내수 성장, IT와 BT 등 첨산산업 경쟁력 강화, 중국의 고도성장에 따른 수혜 등에 의한 것입니다. 더 구조적인 요인이라는 것이지요.”그는 주가지수 상승폭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주가 수준과 기업 이익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연평균 20%씩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은 9 정도입니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 평균 PER가 12 정도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적정 주가 수준을 찾으려면 앞으로 30% 정도는 추가 상승해야 합니다. 또 기업 이익 증가율도 앞으로 3년 간 연평균 10%는 될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3년 뒤에 PER 상승으로 인한 효과가 30%, 기업 이익 증가로 인한 효과가 30%는 될 것입니다. 결국 3년 간 주가가 60~70%는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식에 투자하면 연평균 20%의 수익은 낼 수 있는 셈이죠.”이 사장은 개인들의 경우 간접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지금 한국 증시는 개인들이 직접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1만2000 개의 세계적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고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1년에 1~2%의 운용 보수를 내더라도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직접투자를 하고 싶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량 기업에 1~2년씩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그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금융 관련 주식이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IT 분야는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신기술 산업이며 자동차는 판매 단가가 비싸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은 내수 경기 회복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산업이라고 전망했다.“우리나라의 자산가들이 많아지고 부자들도 늘어나면서 금융 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또 노령화로 인해 보험 같은 금융 상품의 시장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금융 분야는 상대적으로 낙후했습니다. 이를 달리 풀이하면 금융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도 됩니다. 내수주 가운데는 유통과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게임 같은 산업에 주목해야 합니다. 수요가 급증하는 산업을 찾는 것은 주식투자의 기본입니다.”이 사장은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서서히 말을 갈아타라고 충고한다.“집이 한 채 있는 사람에게 집을 팔아서 주식에 투자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집이 두세 채 있거나 부동산을 과도하게 보유한 사람들은 부동산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게 현명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면 훨씬 극단적 규제정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부동산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으로 수익을 얻으면 많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주식은 세금도 없습니다. 집이 지나치게 크다면 집 규모를 줄이고 자산을 유동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선진국 투자자들의 경우 부동산에 55%, 금융자산에 45% 정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 이 금융자산의 3분의 1 이상은 주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자산 구성이 서서히 바뀔 것입니다.”펀드매니저와 리서치센터에서 경력을 쌓았던 이 사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자질도 보여주고 있다.“제가 오기 전까지 KB자산운용은 주식 투자에 약한 회사였습니다. 주식형 펀드 규모가 2000억~30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 6~7개월 동안 주식에 강한 회사로 변모했습니다. 2005년 7월 ‘광개토대왕 펀드’를 출시했는데 주식형펀드 역사상 최단기간 내 5000억원의 수탁고를 돌파했습니다. 이 펀드는 출시 4개월 만에 32%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가 발주하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SOC펀드도 선보였습니다. 정부 발주 공사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연 11% 대의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원기 대표가 전하는 투자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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