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두뇌와 유동성 해법

자자들의 가장 큰 바람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고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부처의 전생 설화 500여 편을 모은 자타카(본생경)에 흥미 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많은 상인이 무리를 지어 이곳저곳을 돌며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멀리 마을이 보이자 이 상인 집단의 우두머리가 선발대를 먼저 떠나보내며 “과거에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이나 나무 열매 등은 절대로 먹지 말라”고 지시했다.선발대가 마을 입구에 도착해 보니 큰 나무에 무척 맛있어 보이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선발대 중 몇몇이 우두머리의 말을 무시하고 과일을 따먹었다. 나중에 도착한 우두머리가 과일에 독이 있다고 말했다. 과일을 먹은 일부 상인은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내 목숨을 건졌지만 이미 너무 많이 먹은 사람들은 죽고 말았다. 사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물건을 차지하곤 했다.사람들이 우두머리에게 어떻게 과일에 독이 들어 있는지 알았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마을 입구에 있는 낮은 나뭇가지에 잘 익은 과일들이 달려 있는데 아무도 따먹지 않았다면 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겉으로는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아무도 따먹지 않고 내버려 둔 과일처럼 만일 누군가가 큰 위험 부담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 있다고 한다면 그 진실성부터 의심해봐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서도 고수익을 올릴 수는 없다. 금융 이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반적으로 평균적인 주식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비율로 증가하지만 어느 특정 주식 하나만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마치 개구리가 튀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듯이 주가 향방을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만일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많은 종류의 주식들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각각의 주가 등락은 어느 정도 상쇄돼 포트폴리오 가치의 증감은 개별 주식의 움직임에 비해 훨씬 적을 것이다.지난 1년 간 영국 런던의 임페리얼 컬리지에서 연구하는 동안 런던 금융가에 있는 프랑스계 투자은행 BNP파리바를 방문한 적이 있다. 총 5층 건물에는 무려 3000명의 트레이더가 근무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많은 수가 금융 MBA나 수학 관련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었다. 또 트레이더 이외에 연구에만 전담하는 인력도 40명이나 됐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 중심지 런던에는 첨단 금융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인재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원에서 금융 MBA나 금융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초봉으로 적어도 1억2000만원을 받고 본격적으로 트레이딩 업무를 시작하면 2~3년 후에는 성과에 따라 수억원을 받기도 한다. 이런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런던에서 10만 명의 금융 전문 인력이 매년 350억달러의 돈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지만 금융 분야에서 런던이나 뉴욕은 아직까지 선망의 대상이다. 금융수학 전공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금융전문 대학원은 200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이 진행되고 있는 수준이다. 돈이 부동산에 일시 몰렸다가 다시 주식 시장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등 널뛰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넘쳐나는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전문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 기관투자가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금융 기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군인 교원의 연금, 개인의 금융자산, 대학의 기금, 금융회사의 자산 등의 보전과 증식은 우리 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제력이 커진 만큼 이런 경제력에 걸맞은 금융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금융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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