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어의 변석홍 선생 후손 변기원 변한의원 원장
울 서초구에 있는 두통 전문 변한의원(원장 변기원· www.okbyun.co.kr)은 조선 한의학의 맥을 100년째 이어오고 있는 명문가다. 고종의 어의(御醫)였던 변석홍 선생의 의술을 5대째 이어 변 원장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변 원장은 한의대에 재학할 때부터 옛 선조들이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던 모습을 가슴속에 깊이 각인하면서 면학에 몰두했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조부이자 국내 침구학 발전에 큰 공을 세운 고 변상훈 선생. 당시 박정희, 노태우 전 대통령의 주치 한의사였던 조부 밑에서 변 원장은 수년 간 진맥, 약초의 감별법, 약을 볶는 수치법 등을 전수받았다. 약재에 대한 엄격함을 고수하라던 조부의 가르침도 현재까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변한의원은 국내산 저급 약재는 물론 농약이나 비료를 뿌린 약재는 철저히 배제한다. 뿐만 아니라 향부자의 경우 열두 살이 넘지 않은 남자 아이의 소변에 쟁이는 방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처럼 300가지에 이르는 약재 손질법이 한방치료의 우수함을 높이기 위한 전통 방식이라는 것. 그러나 무조건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의학적 틀 안에 그치지 않고 모든 치료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한의원에서는 두통, 어지럼증 등의 치료에 대해 자신한다. 실제로 30년 간 이 한의원에서 약초 재배 및 손질을 돕고 있는 김종순(72)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예부터 이곳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인해 심한 통증에 시달려 ‘송장한의원’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한 달 안에 완쾌되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한방의 뛰어난 의술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변 원장은 한의학 전통을 과학적으로 집대성해 후대에도 계속 물려줄 계획이다. 변한의원은 원인 모를 두통을 치료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이동할 때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기온변화가 뇌혈관의 압력을 깨뜨려 두통을 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통은 전체 인구의 10명 중 9명이 경험해 봤을 정도로 매우 흔한 증상이다.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두통에서부터 한쪽 머리가 욱신거리는 편두통, 어지럼증이나 구토 증세를 동반하는 심한 두통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주 1~2회 이상 지속된다면 방치해서는 안 된다. 두통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귀울림이나 비염, 안구건조증과 같은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간혹 뇌종양, 뇌경색 때문에 생길 수 있지만 극히 드문 편이다. 문제는 대부분 두통환자들이 특별한 원인 없이 두통이 생긴다는 것. 바로 의학계에서 원인 모를 두통이나 신경성 두통으로 부르는 것이다. 변 원장은 원인 모를 두통이 뇌의 불균형에서 온다고 본다. 뇌는 인체의 모든 양기(陽氣)가 모이는 곳이다. 열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가벼운 자극만 받아도 통제 기능에 이상이 생겨 뇌에 양기가 많아져 뇌의 균형이 깨진다. 그는 “현대인들이 스트레스, 과로, 교통사고, 편향된 자세, 과도한 음주 등의 자극을 받으면 뇌 속의 양기가 증폭돼 몸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통제기능이 깨진다”며 “이는 몸의 대뇌와 소뇌, 혹은 좌뇌와 우뇌의 한 쪽으로 양기가 쏠려 뇌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간에 열을 오르게 하고 기혈의 순환을 막아 두통을 유발한다고. 변 원장의 두통 치료원리는 간단하다. 뇌에서 불균형이 일어난 부분을 찾아서 그곳의 균형을 바로잡아주는 것. 예를 들어 왼쪽 소뇌의 기능이 오른쪽보다 떨어져 있을 때 왼쪽 소뇌의 기능을 올려주면 균형 상태를 이루면서 두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치료 방법은 이렇다. 우선 두통 환자들의 치료에 앞서 뇌의 불균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한다. “환자의 자세나 문진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상태를 예상할 수 있지만, 객관적인 진단을 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시행한다”고 변 원장은 말한다. 밸런스 및 체질 검사를 포함해 5종류의 정밀 검사가 준비돼 있다. 먼저 뇌의 좌우 균형 상태가 신체에 나타나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밸런스 검사를 한다. 이후 뇌와 관련된 자율신경계 및 중추신경계를 검사해 뇌의 어느 쪽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측정한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진단이 내려지면 뇌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탕약을 처방한다.변 원장은 “뇌는 양기 덩어리이므로 열을 내리고 머리를 맑게 하는 탕약을 기본적으로 쓴 뒤, 사람의 체질에 따른 처방을 한다. 이때 처방되는 탕약이 바로 청뇌음(淸腦飮)이다”라고 말한다. 청뇌음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생긴 열을 식혀주는 생지황(生地黃)과 현삼(玄蔘), 기를 가라앉혀 주는 침향(沈香), 기를 순환시켜 주고 진정시켜 주는 야국(野菊) 등을 기본 약재로 활용한다. 이러한 약재가 뇌의 균형을 바로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두통과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을 제거해줄 수 있는 약재들을 가감한다. 예를 들어 두통과 함께 속이 메슥거린다는 환자에게는 담음(痰飮)을 제거하는 이진탕(二陣湯)을, 신경이 예민한 환자에게는 귀비탕(歸脾湯)을 가미하고 기력이 허약한 환자의 경우에는 기력을 보해줄 수 있는 보약 처방도 함께 이루어진다. 변 원장은 “탕약 치료와 더불어 침 치료와 교정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침은 기혈이 막힌 부분을 직접 자극해 뇌로 가는 기혈의 순환을 돕는다. 교정 치료는 뇌와 연결된 신체 부위에 물리적 자극을 주어 뇌기능을 교정한다”고 설명한다. 이 때 침, 교정 치료는 불균형 상태가 생긴 쪽의 팔이나 다리에 시행한다. 다시 말하면 왼쪽 소뇌의 균형이 깨어진 상태라면 왼쪽 몸에 침을 놓아 왼쪽 소뇌에 자극을 준다. 이때 자극은 신경전달 통로를 통해 대뇌까지 전달돼 뇌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다. 이러한 방법으로 치료하면 보통 1~2개월, 심한 경우에도 4개월 정도면 뇌의 불균형에서 생긴 두통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변 원장은 두통의 예방도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 공기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되 커피·홍차·콜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는 가급적 마시지 말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