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미각 낙원…프렌치 모히칸의 향기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 ‘마라케시’

품격 ‘식문화’ 공간에 목말라 하던 청담동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나타났다.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의 오아시스 도시인 ‘마라케시(Marrakesh)’를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프렌치 레스토랑 ‘마라케시’가 바로 그곳. 모로코의 마라케시는 기원전 작은 마을 오아시스로부터 출발한 유서 깊은 도시다. 카사블랑카로부터 남쪽으로 250km 떨어진 사하라 사막의 북쪽에 위치하며 흙의 색깔과 건물의 벽이 온통 붉은 색이어서 ‘붉은 도시’로 불린다. 이곳 청담동에 위치한 마라케시 역시 ‘레드’라는 컨셉트를 살린 매혹적인 공간이다. 감각파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다.마라케시는 올해 초 문을 연 복합 문화 건물인 ‘테이블 2025’ 1층에 있다. ‘테이블 2025’는 ‘차려놓고 맞이하다’라는 의미에서 ‘TABLE’과 청담동 90-20, 90-25번지 두 건물에서 따온 ‘2025’와 결합된 이름이다. 이곳은 패션 디자이너 강희숙씨와 강진숙씨가 야심차게 공동 기획한 패션 빌딩. 오픈 초기부터 마라케시가 표방한 것은 ‘유러피언 스타일 정통 레스토랑’. 유럽 레스토랑들은 통상 저녁에 문을 열고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다음날 새벽까지 한곳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운영된다고. 한동안 손님들에게 ‘와인바’로 더 많이 알려졌던 마라케시는 지난 10월1일부터 런치, 런천, 디너를 모두 선보이는 ‘정통 레스토랑’으로 재단장, 손님맞이에 나섰다.“영업시간을 조정한 후 고객 수가 전에 비해 70% 정도 증가했습니다. 디너만 하던 레스토랑이 런치 메뉴를 추가했을 뿐인데 말이죠. 런치를 하니까 손님들이 그제야 레스토랑인 줄 알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현재 런치 세트의 인기가 예상외로 높습니다. 마라케시 요리들이 주변 음식점들보다 조금 비싸지만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다시 찾아오곤 합니다.”마라케시 고영석 실장의 자랑이다. 고 실장은 와인 전문가 과정을 마친 소믈리에이기도 하다. 숍 한 쪽에 위치한 와인 셀러에는 고급 와인들이 즐비하다. 고 실장은 손님들이 먹는 음식, 구성원의 면면, 마시는 시간 등을 고려해 손님들에게 그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곤 한다. “마라케시에서 전채를 드실 때는 쇼비뇽 블랑 포도 와인, 메인 요리를 드실 때는 메를로 포도 와인, 디저트에는 스위트한 감미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그가 추천하는 와인에는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품종의 포도를 사용한 와인이 좋을 것이라고만 설명하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자칫 브랜드까지 추천했다가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마라케시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인 만큼 프랑스의 다양한 요리들을 신선한 재료와 함께 맛볼 수 있다. 이곳의 주방장을 맡고 있는 이판조 과장은 요리 경력만 10년이 넘는 베테랑. 그는 국내에서 마련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로만 요리를 만든다. 그래서인지 요리 재료에 따라 메뉴판이 수시로 바뀐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메뉴는 개점 이후 여섯 번째 리뉴얼한 것. 그는 메뉴를 짤 때 가장 인기 있는 30%의 메뉴만 그대로 둔 채 늘 70%의 메뉴들을 새롭게 바꿔 왔다. “제가 만드는 요리의 특징은 내추럴하다는 것입니다. 식재료의 원래 느낌을 혀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요. 스테이크를 만들 때도 반드시 냉장육만 고집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마라케시 요리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프렌치 모히칸’입니다. 프랑스 요리와 모로코식 요리가 적절히 믹스돼 있기 때문이죠. 메뉴를 바꿀 때면 프랑스에 직접 방문해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생 연어샐러드와 굴튀김 등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이곳의 또 하나의 특징은 주방장이 직접 고객에게 요리를 서브한다는 점이다. 이 주방장은 고객과 직접 요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손님과의 공감을 통해 얻은 생생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요리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마라케시의 메뉴가 수시로 바뀌는 것도 이러한 주방장의 노력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페퍼 스테이크와 ‘꾸스꾸스(Cous Cous)’. ‘꾸스꾸스’는 밀 알갱이를 쪄서 매콤한 알리시아 소스나 건포도와 함께 비벼 먹는 모로코의 전통요리를 말한다. 마라케시는 내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육중한 철문을 밀고 들어가면 어두컴컴한 통로가 나오는데 그 길가를 따라 촛불이 놓여 있어 호기심을 돋운다.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 시폰 천이 드리워진 룸과 바가 나온다. 앤티크한 소품들과 벨벳 소파가 잘 어우러져 아늑한 느낌을 받는다. 사막의 유목민족의 문화에서나 볼 법한 천막 형태의 룸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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