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품펀드’ 대해부 / 한국투신운용 ‘거꾸로 펀드’
국투신운용의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1투자신탁’(이하 거꾸로펀드)은 국내의 대표적인 ‘가치투자 펀드’로 통한다. 가치투자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한 뒤 매수해 주가가 제 가치를 찾아갈 때까지 장기간 보유해 고수익을 내는 투자기법. 미국의 투자 귀재인 워런 버핏이나 그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 등이 ‘대박’을 터뜨릴 때 사용한 방법으로 유명하다.거꾸로펀드는 약 2개월 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지난 2003년 12월18일 설정됐다. 그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700선 대에 머무르고 있었다. 2000년 3월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빚어졌던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증시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한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남들과 달리 내재가치만을 좇아 거꾸로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이 펀드는 만들어졌다. 펀드 개발과정에서는 지난 1999년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의 주가 자료를 놓고 시뮬레이션을 다각도로 실시하기도 했다.지난 11월3일 현재까지 약 1년10여개월 동안 거꾸로펀드는 94.92%의 누적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51.03% 오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최근 1년 수익률은 79.15%, 6개월 수익률은 40.79%다. 이 또한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인 36.64%, 25.18%를 모두 뛰어넘은 우수한 성과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거꾸로펀드는 한국펀드평가 등 국내 주요 펀드평가사로부터 최상위 등급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이 펀드의 수익률이 처음부터 양호했던 것은 아니다. 출시부터 2004년 8월까지 약 9개월 동안 가치주 소외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수익률이 매우 부진했다. 당시 운용방식을 바꾸라는 압력이 영업점 등에 빗발치는 등 고객의 불만도 컸다. 그러나 한국투신운용은 정공법을 택했다. “저평가된 가치주는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설명과 함께 고객들을 설득하면서 운용방식을 고수했다.이렇게 고집스럽게 유지돼 온 거꾸로펀드의 운용 특성은 이렇다. 우선 강세장과 약세장에 대한 판단에 따라 주식편입 비율을 조정하는 자산배분을 하지 않는 점이 주목된다. 증시 테마나 수급분석 등에 기반한 단기 모멘텀 매매도 지양하고 종목 발굴에 역점을 두는 이른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중시하고 있다. 이동수 한국펀드평가 대리는 “거꾸로펀드의 운용 성과는 종합주가지수나 업계 평균 수익률의 움직임과는 상이한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바텀업 방식으로 종목을 발굴하고 편출입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종목 발굴은 계량적 방법과 정성적 방법을 함께 사용해 ‘전체 투자대상(pool) 선정→애널리스트의 투자대상 선별→스타일 투자위원회→매매’ 등 4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전체 투자 풀은 주요 증권사의 추정실적 등을 활용해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정도와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대비 주가수익배율(PER)이 낮은 정도를 계량화해 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되는 종목만으로 구성된다.이렇게 한 번 걸러진 투자 풀을 대상으로 이 회사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대상 선별에 나선다. 정성적 평가를 통해 기업탐방 대상 기업을 고른다. 기업탐방 후에는 추정재무제표를 만들고 적정 주가를 산출해 최종 투자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운용팀과 리서치팀이 함께 참여하는 스타일 투자위원회는 매수·매도 종목을 결정한다. 투자위원회는 또 주1회 정도는 현재 보유 중인 종목들에 대해 점검하고, 분기 중 1회 정도는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기업과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도 검토한다. 투자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수시 미팅도 열린다. 이 회사 리서치팀은 2명의 이코노미스트와 9명의 업종담당애널리스트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종목 발굴 절차가 특이한 것처럼 거꾸로펀드의 위험 관리도 타 펀드와는 다소 다르다. 우선 거꾸로펀드는 획일적인 로스컷(손절매)을 하지 않는다. 대신 종합주가지수 대비 30% 이상 수익률이 떨어지는 종목은 기업 펀더멘털 관련 변수들을 재점검하고 보유 또는 매도 결정을 한다.지난 9월초 현재 거꾸로펀드가 가지고 있는 주요 종목은 KCC(5.57%) 현대백화점H&S(4.83%) 롯데삼강(4.03%) 금호전기(3.36%) 포스코(3.03%) 제일모직(2.80%) 현대차(2.69%) SKC(2.63%) 하나은행(2.50%) 등이다. 같은 시점 업종 비중은 화학(15.36%) 운수장비(10.60%) 음식료(10.04%) 유통업(5.44%) 등에 집중돼 있다.이동수 대리는 “얼마 전까지 거꾸로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중소형주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대형주 투자 비중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운용 초기 상대적으로 더 심했던 중소형주의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 펀드 운용 원칙이 바뀐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상백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이 펀드가 처음 운용될 때 중소형주의 저평가 상태가 극심했지만 지금은 중소형주의 재평가가 상당히 진행돼 어떤 경우에는 대형주가 더 저평가돼 있기도 하다”며 “거꾸로펀드 설정 당시 채택했던 운용 원칙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계속 이를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펀드 설정액은 현재 26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판매사가 다르거나 주식투자비율이 차이 나는 6개의 ‘거꾸로 시리즈 펀드’까지 포함할 경우 설정액은 총 4400억원에 달한다. 김 주식운용본부장은 “판매사가 달라 수수료가 약간 차이 나거나 주식투자 비율이 다를 뿐 거꾸로 시리즈 펀드는 거의 동일한 종목 포트폴리오를 갖고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선취수수료 방식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최초 납입금액의 1%를 선취수수료로 내되 이후 적용되는 펀드 수수료율은 일반 주식형 펀드(약 2.5% 내외)보다 낮은 연 1.55%를 받는다. 환매할 사람은 언제든지 환매수수료를 물지 않고 환매할 수 있으므로 단기 자금 운용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지난 7월에는 거꾸로펀드 운용과 관련해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옛 한국투신운용과 동원투신운용이 합병한 것이다. 이동수 대리는 “합병 전 통합추진위원회의 추진안에 따라 1~2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통합이 무리 없이 추진됐다”며 “오히려 합병 후 인력보강이 이뤄져 리서치 기능이 강화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1투자신탁' 수익률 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