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성공 스토리
도널드 트럼프(59)는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미국의 대표적 부동산 재벌이다. 젊은 시절부터 부친 밑에서 부동산 개발을 배운 뒤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에 마천루를 수십 채 짓고 빌딩 입구마다 ‘트럼프’를 대문짝만하게 새겨 나갔다. 특히 뉴욕 5번가에 있는 ‘트럼프 타워’는 맨해튼의 상징 중 하나다. 그는 요즘 한국에서 뜨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 이른바 디벨로퍼의 원조 격이다. 트럼프는 26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억만장자다. 그는 잇단 사업 실패로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는 비판을 듣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를 무기로 꾸준히 외형을 키워가고 있다. ‘트럼프’의 간판을 단 마천루들이 미국 전역에서 건축되고 있는 것. 2001년에는 허드슨 강가에 ‘트럼프 팰리스 아파트 단지’를 지었다. 과거와 달리 이 빌딩들은 더 이상 트럼프의 소유가 아니다. 투자자들은 그에게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조건으로 빌딩을 짓게 하고 트럼프라는 이름을 빌딩에 새기도록 허용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여전히 ‘트럼프’라는 이름에 돈이 붙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름판의 트럼프(으뜸패)를 들고 세계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 같은 트럼프의 사업 역정을 더듬어 봤다. 럼프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1946년 뉴욕에서 독일계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어머니 사이에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부친 프레드 트럼프는 시 외곽 브루클린 등에 중산층들을 위한 저가 임대주택을 지어 부자가 된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트럼프는 어려서부터 고집이 세고 에너지가 넘쳐났다. 부친은 신사적인 매너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에 어린 트럼프를 뉴욕 군사 고등학교에 집어넣었다. 이어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워튼 스쿨(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곧바로 부친이 운영하던 부동산 개발회사에 합류한다. 그는 아버지 회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이라는 자서전에서 “부동산이 훨씬 나은 장사였기 때문”이라고 술회했다. 트럼프는 어려서부터 돈을 좇는 사람이었고 부를 자랑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을 좋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책 제목대로 초기 성공 비결에 대해 ‘뛰어난 거래 기술을 타고 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돈이 많은지, 또 수완 좋은 사업가인지를 열심히 홍보하고 다녔다. 이 같은 자신감과 배포를 무기로 최소한의 담보로 남의 돈을 최대한 끌어오는 데 탁월한 재주를 발휘했다. 처음에는 부친을 따라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을 했으나 1970년대 불황에 빠진 뉴욕시가 투자자들에게 후한 세제 혜택을 주기 시작하자 오피스 빌딩 신축 사업으로 사업방향을 틀었다.1980년대 초 맨해튼에 트럼프 타워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뉴욕 안팎에 트럼프 타지마할, 트럼프 파크 애비뉴, 트럼프 그랜드 등을 잇달아 세워나갔다. 그는 이렇게 해서 ‘트럼프 조합(Trump Organization)’이라는 부동산 왕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경기 침체에 따라 부동산 사업이 시들해졌고, 트럼프 조합은 엄청난 부채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당시 회사 부채는 35억달러에 달했고 트럼프의 개인 부채도 9억달러나 됐다. 트럼프 조합은 부동산 대부분을 차압당하고 자산도 동결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개인 파산 신세는 면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당시 체이스맨해튼을 위시한 채권단이 파산 규모가 워낙 커서 법정 소송으로 갈 경우 손해가 오히려 클 것이라고 판단해 채무 조정을 해준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할까. 인생의 사표이기도 한 아버지가 이즈음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걸려 그를 더 힘들게 만든다. 그는 이때 부친 대신 형제들로부터 생활비를 받았다고 한다. 또 담보로 맡길 것이 없어 부친 사후 받을 유산을 저당잡히기까지 했다. 몇 년 간 슬럼프에 빠져 있던 트럼프는 1990년대 중반 카지노 사업가로 번듯하게 재기한다. 9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개인 빚도 거의 다 갚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카지노 사업 지분을 모아 1995년 ‘트럼프 호텔&카지노 리조트’라는 카지노 사업체를 상장했다. 이 회사가 총 2억95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것도 트럼프의 현금 흐름에 숨통을 틔워줬다. 하지만 정작 카지노 사업은 캐시 카우가 되지 못했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10년 간 한번도 수익을 낸 적이 없다. 현재 부채는 1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카지노 사업도 부동산 개발 사업이 그랬던 것처럼 채무 조정만 받았을 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트럼프는 자신의 뛰어난 거래 수완 덕분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는 최악의 시기에도 채권단 앞에서 “난 마이너스 9억달러짜리 인간이야. 돈 좀 꿔주시오”라고 당당하게 말했고 그것이 통했다고 말했다. 미 경제잡지인 포브스는 트럼프가 26억달러 규모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한술 더 떠 자신을 50억∼60억달러의 재산가라고 주장한다. 주요 사업체가 껍데기만 남은 상태에서 어떻게 이만한 재산을 가지고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그는 도대체 정말 얼마짜리인가’라는 제목의 지난 10월26일자 기사에서 트럼프의 재산은 뻥튀기일 뿐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 도널드 트럼프의 재산변동 : 트럼프는 오래 전부터 재산을 부풀리기로 유명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은 1985년 포브스 갑부 리스트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재산은 6억달러였다. 이후 줄곧 순위에 들었고 재산은 빠른 속도로 불어 89년에는 17억달러가 됐다. 당시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에 따른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었는 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포브스가 결과적으로 서로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트럼프의 돈 자랑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일부 주장을 반영해 그의 재산 순위를 매겼다. 트럼프는 포브스 리스트를 근거로 계속 투자자를 끌어 모을 수 있었고 포브스는 트럼프 같은 유명 인사들을 띄워주고 부수와 영향력을 확장해 갔다는 것이다. 돈이 돈을 불렀다는 논리다. 트럼프는 90년 이후 리스트에서 탈락했으나 96년 복귀한 후 지금까지 억만장자 대접을 받고 있다. 2004년 포브스는 트럼프의 재산을 26억달러로 기재하면서 그를 미국 189번째 갑부로 평가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재정 상태를 알고 있는 측근들의 말을 인용, 그의 재산이 1억5000만∼2억5000만달러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만한 재산만으로도 부자는 부자일터. 트럼프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세상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머무르기를 원했다. 트럼프의 채무 조정에 간여했던 시티뱅크 소속의 한 변호사는 “트럼프는 언제나 즐거워 보이고 절대로 상심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항상 자신감에 넘치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나는 마이너스 9억달러짜리 인간이니 돈을 빌려주시오”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데 대해 인터뷰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도는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패자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니는 것이 싫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가 잘난 척 하는 것을 꼴사납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특히 ‘스파이 매거진’이라는 뉴욕의 풍자 잡지는 1980년대 트럼프 부부의 추한 사진들과 풍자적인 코멘트를 집중적으로 싣곤 했다. 데이비드 레더맨이나 리기스 필빈 같은 코미디언들이 진행하는 토크쇼에서도 트럼프는 종종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트럼프는 뒷머리를 길게 길러 대머리가 된 정수리를 덮는 ‘컴 오버(Comb over)’ 헤어 스타일을 하고 다니는데, 특히 이것이 단골 놀림거리다. 하지만 트럼프는 세간의 눈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놀림당하는 것을 즐기는 쪽을 택했다. 리기스 필빈과는 크리스마스 앨범을 함께 만들고 ‘루돌프 사슴코’를 불렀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방송인으로 변신했다. 그가 NBC방송과 공동 기획하고 진행을 맡아 2004년 1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리얼리티 쇼 ‘견습생(Apprentice)’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취업 희망자를 합숙시키면서 대기업 간부를 뽑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개의 시리즈가 제작 방영됐다. 트럼프가 경쟁자를 하나씩 떨어뜨릴 때마다 쓰는 ‘너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은 전국적인 유행어가 됐고, 기획 아이디어는 유럽과 남미 각국에 수출됐다. 트럼프는 처음에는 시리즈 당 5만달러씩 받기로 했다가 지금은 300만달러씩 받고 있다. 그는 이후 광고 출연으로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광고에서도 자신을 희화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 도미노피자 광고에 출연한 후 300만달러를 받았고, 비자카드로부터 500만달러를 받았다. 그는 2005년 에미상 시상식에서 농부 복장을 한 채 고무래를 들고 TV연속극 ‘그린 에이커스’의 주제가를 불렀으며, 이 공연으로 ‘에미 아이돌’상을 받았다. 트럼프는 이바나 젤니코바와 77년 결혼해 2남1녀를 낳은 후 92년 이혼했고, 이듬해 말라 메이플스와 결혼해 딸 하나를 낳고 99년 이혼했다. 지금은 자기보다 스물네 살이나 어린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 크나우스와 결혼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