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윳돈 80% 펀드·보험상품 사두세요

이덕청 미래에셋생명 본부장의 신년 재테크 훈수

동산에 대부분 자산이 묶여 있다면 새롭게 유입되는 현금흐름 중 3분의 2 이상은 투자형 상품에 가입해야 합니다.” 이덕청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본부장은 재테크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총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고객 자산 운용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그는 보험업의 특성상 보수적 투자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저성장이 구조화하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금융자산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재테크 방식으로는 미래에 대비하기 어렵다며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이 본부장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금융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도 갖고 있는 투자 전문가다. 또 LG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실전 경험도 쌓아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야전사령관’으로 평가받는다. 그를 만나 2006년 달라지는 재테크 환경을 조망하고 어떤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들어봤다.▷ 재테크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요, 수많은 변화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부문은 무엇입니까. “돈을 운용할 때 실물경제의 큰 그림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물경제와 관련한 큰 흐름 가운데 한국 경제가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과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경제 성장기에는 일자리가 많았습니다. 또 고령화 사회가 오기 전에는 은퇴 후 사망까지 기간이 짧기 때문에 특별히 노후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조기에 퇴출되는 데다 고령화로 은퇴 후 매우 오랜 기간을 버텨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큰 불행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지속될까요.“미국에서 부동산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더라도 부동산이 주요 투자 수단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부동산 붐은 50년 만에 찾아온 초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게 옳습니다. 근본적으로 인구가 고령화하고 인구 성장세가 정체되는 상황에서는 부동산 만으로 노후를 대비하기는 어렵습니다. 핵가족화하면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의 목적은 인생을 즐기는 것입니다. 열심히 벌어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면 부동산은 유망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여유를 갖고 인생을 즐기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임대로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부동산의 매력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부동산이 높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에도 금리는 다소 오를 것이고 정부정책 등으로 수요층이 위축되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의 기대수익률은 채권보다 낮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는 곳도 있고 서울의 경우 오피스 수요도 늘 것이기 때문에 일부 부동산 투자는 수익률이 높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무조건 부동산에만 의존하면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금리는 어떤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십니까.“추세적인 저금리 시대가 열렸지만 순환적 국면으로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순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고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추세적으로 금리는 떨어집니다. 물론 이는 10~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트렌드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금리는 등락을 거듭하며 순환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내년에 금리가 내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년에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6% 대로 오를 전망이지만(현재 5.8% 수준) 길게 보면 저금리는 이어질 것입니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우리 자신을 비하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문제없는 사회 없고 문제없는 기업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우리 기업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외국인들에게 신뢰받는 기업도 상당히 많습니다. 기업 내용과 체질이 좋아졌다는 얘기입니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꼭 한국에만 투자를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실제 많은 우리 기업들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고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또 우리나라에서도 저축보다 소비를 더 많이 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축적된 금융자산을 토대로 소비를 늘릴 것이고 이런 소비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내수시장은 더욱 큰 규모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런 소비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꾸준히 커나갈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또 경영 성과가 나면 배당을 통해 이익을 돌려주고 있고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주식은 유망한 투자 수단입니다.2006년은 올해처럼 급등하는 장세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돈의 흐름이 실물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이전하는 국면이 지속되기 때문에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입니다.”▷ 재테크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자산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필요할 텐데요.“그렇습니다. 지금 전체적으로 금융자산의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또 금융자산 대부분은 은행 예금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에 예치돼 있습니다. 펀드나 투자형 보험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투자형 자산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당장 부동산을 팔기도 어렵고, 부동산의 일부를 떼어 팔 수도 없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새롭게 유입되는 현금흐름 여유분의 80% 이상, 혹은 적어도 3분의 2 이상은 펀드나 투자형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신규 여유자금의 80%를 투자형 상품에 넣으면 리스크가 너무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총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유형의 펀드를 고르느냐 하는 것도 고민거리인데요.“금리가 다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에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메리트가 있습니다. 금리가 장기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 투자하면 일정한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식투자의 메리트는 더 클 것 같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이미 많이 올랐지만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을 보면 여전히 한국 증시는 아시아에서도 저평가돼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펀드에 투자할 때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출발해야 합니다. 따라서 분산투자를 해야 합니다. 분산투자를 위해서는 해외펀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국내펀드에 여유자금의 70%를 투자한다면 해외펀드에도 30% 정도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분산투자의 원칙은 우선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국가를 찾는 것입니다. 미국은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같은 신흥 개도국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분산투자 원칙은 한국과 상관계수가 낮은 국가를 찾는 것입니다.”▷ 보험도 중요한 재테크 수단입니다.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변액보험 상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투자와 보험은 서로 다른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할 때 일반인들은 사망 시에 얼마나 돈을 지급받는 지, 질병에 걸렸을 때 얼마나 보상받는 지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장기투자 컨셉트에 맞는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변액 연금이든, 변액 유니버설이든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산을 불리는 효과가 있는 상품도 많습니다.”▷ 금융상품 이외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도 지속적으로 등장할 텐데요.“앞으로 새로운 컨셉트의 투자 수단이 수없이 등장할 것입니다. 새로운 곳에 투자할 때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희소성입니다. 골프회원권의 경우 지금까지 값이 많이 올랐는데 이는 골프장이 적다는 희소성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골프장이 많이 들어서면 희소성이 줄어들겠지요. 물론 수도권 인근 골프장은 희소성이 계속 유지되겠지만요. 희소성이란 측면에서 해외원자재 관련 간접투자 상품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수년째 원자재 가격이 인상됐는데 이는 투자 부진과 인도 중국의 수요 증가 때문입니다. 이런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희소성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자재 지수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처럼 희소성 있는 투자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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