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따라잡기
반적으로 미술시장은 1차 시장(Primary Market)과 2차 시장(Secondary Market)으로 구분한다. 1차 시장이 갤러리에서 신작 미술품들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2차 시장은 1차 시장에서 거래된 물건을 경매를 통해서 구입하는 것이다. 매년 5월과 11월에 뉴욕에서 열리는 미술품 경매는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난 11월9일 소더비(sotheby's)에서 열렸던 현대미술 경매에는 총 54점의 출품작 중 48점이 낙찰돼 89%의 낙찰률과 1억1400만달러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이중 무려 27점이 100만달러 이상에 낙찰돼 현대미술 경매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의 ‘CUBI XXVII(1965)’ 였다. 그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은 5명의 치열한 경합 속에 1200만달러였던 높은 추정가보다 거의 2배인 2380만달러에 뉴욕 딜러인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에게 낙찰됐다. 낙찰가는 스미스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세계 현대미술 역사상 최고가로 기록된다. 이 작품이 최고가를 차지한 이유는 20세기 미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스미스의 스테인리스 조각 시리즈 중 앞으로 나올 마지막 작품이었기 때문이다.11월8일 열린 크리스티(Christies)의 현대미술경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낙찰가 총액에서는 소더비보다 많은 1억57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가장 주목받았던 작품은 비록 하룻동안이었지만 현대미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던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1954년 작 ‘Homage to Matisse’ 였다. 마티스를 기리며 그려진 이 작품은 2200만달러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와 현대미술 최고가를 동시에 수립했다.이처럼 현재 현대미술 시장은 근대미술 시장을 추월하며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거품이라고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단기간에 너무 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거래돼 온 근대 미술품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면 이제 현대미술 시장은 막 태동하는 단계라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각한 경제위기 같은 외적인 요인이 없다면 현대미술시장의 과열은 당분간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계속된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미술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수요가 미술시장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뉴욕 딜러인 리처드 폴스키(Richard Polsky)는 현재의 상황을 “물론 나무가 하늘 끝까지 성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나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한다”고 평가한다. 미술품 투자는 주식투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동안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던 블루칩들은 가격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큰 손해를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큰 수익을 거두기도 어렵다. 반대로 위험도가 높은 작품들은 수익률이 크다.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다. 이런 작품들은 갤러리 등 1차 시장에서 거래된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해 수익을 거두는 데는 왕도가 없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구입해 만족하기만 하면 된다. 이들 작품이 추후 값이 뛸지는 너무 변수가 많다. 만약 단순한 투자만을 생각한다면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블루칩 작품을 구입해야 한다. 이럴 경우에는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해외 미술품 투자는 전문가의 조언이 뒷받침된다면 큰 손해가 없다. 국내 미술품 중 고미술품이나 근대미술품 역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이대원 천경자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화백들의 작품은 현대 미술작가 중에서도 선두주자라는 점 때문에 주목받아 왔다. 내년에도 이들 작품은 가격이 상당한 수준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2차 시장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전체 미술시장으로 놓고 봐서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이 1차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돼 2차로 넘어가는 시장 구조가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