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영원한 꿈, 부자(富者)

리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부자로 미다스(Midas)가 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길러주었다는 실레노스를 도와준 대가로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미다스는 자신의 손이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자 그 소망이 이루어져 마침내 먹는 음식까지도 황금으로 변하는 바람에 곤란하게 된 미다스는 다시 자신의 소청을 철회해 달라고 부탁해 파크톨로스 강에서 목욕을 하고 원상으로 돌아간다. 사금(砂金)이 많이 나오는 강에서 유래된 이 전설에서 우리는 인간의 부에 대한 욕망이 매우 오래되었음을 읽을 수 있다. 『부의 탄생』(The Birth of Plenty)을 쓴 윌리엄 번스타인은 인간에게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면서부터 부자가 탄생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사유재산권,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시장, 빠르고 효율적인 통신과 수송의 네 가지 요인을 들고, “이 네 다리 중 하나라도 없으면 ‘국부(國富)’라는 테이블은 쓰러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원시 수렵·채취시대에는 부자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다가 인구가 점차 늘고 먹을거리가 부족하자 새로운 땅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여기서 자연히 다른 부족들과 맞닥뜨리게 되고 피나는 투쟁이 벌어지자 부족 중에서 가장 힘 세고 지혜로운 사람이 선두에 서서 싸워 왕이 되었다. 부자가 된 왕은 노획한 땅과 노예를 친척과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고 충성을 요구하였으며, 그들의 재산을 보호해 주기로 약속하는 대가로 세금을 바치게 했다. ‘사유재산권’의 인정과 보호는 왕의 권능이었고, 이러한 사유재산권의 인정으로부터 부자가 탄생했다.마케도니아에서 군사를 일으켜 인도까지 진출한 알렉산더 대왕은 바로 이런 왕이었다. 그는 자신이 정복한 땅에 자신의 이름을 따 ‘알렉산드리아’라고 명명한 도시를 70개나 건설하였고,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킨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하였다.알렉산더가 명성을 날릴 때 그리스에는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통 속에서 남루하게 살았다. 당대의 기인으로 존경을 받았던 그에게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와 말했다.“그대가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그대에게 주겠다.”위엄과 자비와 오만이 섞인 그의 이러한 말에 대해 디오게네스는 조용히 말했다.“대왕이시여 조금만 몸을 비켜서 나에게 비친 햇빛을 가리지 말아 주십시오.”디오게네스가 바란 것은 오직 그것이 다였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 또는 ‘만족’을 얻는 극단적인 두 가지 방법을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알렉산더처럼 끝없는 물질의 추구에 의한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디오게네스와 같이 물질을 최대한 버리면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보통 사람들은 대체로 물질의 풍요를 통해 만족을 느끼며, 디오게네스와 같은 정신적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개인적 수도과정이 필요하다.동양에서는 사람이 누리는 오복(五福)을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의 다섯 가지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부(富)’는 ‘만족의 방’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마스터 키’ 중의 하나로서 오만한 부자는 나머지 복까지도 돈으로 사려고 한다. 그러나 이 부만으로는 행복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 또한 숙명이다.인간의 물질 추구에 의한 만족의 한계를 냉소적으로 비판한 장자(莊子)는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더라도 나뭇가지 하나만 차지할 뿐이고, 생쥐는 황하의 물을 마셔도 제 한 배를 채우는 데 그친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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