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투자땐 연 수익률 12.6%… 주식 11.7%보다 높아
제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려는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단순히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답게 즐기고 사느냐 하는 ‘생활’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러한 니즈는 더욱 증대되고 있다.제법 인기가 있는 예술공연은 입장권 가격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예약하지 않으면 티켓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졌고, 한국영화에 관객이 1000만명 이상 드는 경우도 생겼다. 작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전에서 보듯이 줄을 길게 서서 장시간 기다려서라도 미술을 관람하려는 입장객들이 몰려 40여만명이 입장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경제적 여유는 이처럼 문화적 수요를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최근 들어 여윳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 늘었다. ‘돈을 어디에 운용해야 하나.’ ‘재산증식을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하나.’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예금 증권 부동산 등 모두가 만만치 않다.예금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저금리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되곤 한다. 예금에서 받는 이자보다 물가 뛰는 폭이 더 크니 앉아서 손해보고 있는 것이다. 주식의 경우 1989년 4월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하고 1994년 11월 1139였던 것이 16년이 지난 지금 900대 초반으로 주저앉아 있으니 이 또한 손해가 보통 큰 게 아니다.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보다 잃었다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주식이 절대로 안전한 투자수단은 못되는 것 같다. 부동산의 경우는 어떠한가? 과거의 경험으로 본다면 괜찮은 투자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정책과 세금 중과 추세를 보면 자칫 잘못하면 큰 고통이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부동산은 제법 투자규모가 크게 요구되는 데다 환금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단점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주식도 없고 관리할 돈도 없는 ‘무주식 상팔자’, ‘거지 만만세’ 세상이 된 것이다.최근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왜 그럴까? 경제적 여유에 따른 문화욕구 증대도 한 몫 할테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데서 연유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미술품을 ‘장식용’ 또는 ‘감상용’으로 구입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투자용’으로 산다는 것은? 글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망설여질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미술품은 전부터 꽤나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돼 왔고 앞으로는 더욱 효율적인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재미있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주식투자가 가장 좋은 투자방법으로 인식돼온 통념을 깨고 미술품 투자가 보다 좋은 방법이었다는 것을 실증하는 통계자료가 발표됐던 것이다. S&P500 주가지수 대 메이모제스 미술품 가격지수의 비교가 그것이다. 전자는 주식 500가지를 통계대상으로 한 ‘Stan dard & Poor’s 500-stock index’이고, 후자는 세계 주요 6000개 미술작품의 가격변동을 통계대상으로 한 ‘Mei Moses all art index’ 이다. 1953년부터 2003년까지 50년 동안 가격상승률을 비교했는데, 주식은 연간 수익률이 11.7%인 반면 미술품은 12.6%에 달했다. 1953년에 똑같이 100달러를 투자했더니 2003년에 주식은 약 2만5000달러가 됐고, 미술품은 약 3만달러가 돼 5000달러의 수익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주식보다 미술품 투자가 수익을 앞질렀고, 결국 미술품 투자가 가장 효과적인 투자대상이라는 것을 수치적으로 입증하는 사실을 보여줬다.국내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 분인 고 박수근 화백(1914~1965)의 경우 생전에 지금 가격으로 20여만원 하던 작품이 현재는 엽서 한 장 크기의 1호 가격이 3억원을 호가하는 엄청난 가격상승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앞서 본 다른 나라의 예처럼 미술품 투자가 좋은 투자방법이었을 것이라는 걸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미술품이 이렇게 주요 투자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영국 등 구미에선 아트 전용펀드가 속속 생겨나 활성화되고 있다. 주식투자를 직접 하기 어려울 때 투자신탁펀드에 간접투자하는 것과 같이 미술품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아트 전용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아트펀드 결성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고 머지않아 아트펀드가 등장할 전망이다.외국의 경우 미술품 투자는 개인은 물론이고 법인과 기관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일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산 운용이라는 적극적인 입장에서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흔히 재산을 운용할 때 ‘3분법’이 좋다고 한다. 현금(예금) 주식 부동산으로 나누어 분산 관리하라는 말인데, 이제는 미술품을 추가해 ‘4분법’을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관리가 될 것이다. 이제는 미술품이 ‘재테크 수단’으로 ‘재산증식의 방편’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미술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미술품 구입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볼 필요가 있는 시대가 됐다.☞ S&P지수와 미술품 지수 비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