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가 역시 ‘High Return’

펀드가 미국 뉴욕의 맨해튼 소재 50층짜리 D빌딩을 사들였다. 이는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지난 1990년대에 일본인들이 미국 부동산을 사들인 이후 처음이다.” 이건 가상의 뉴스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이런 뉴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망한 해외 부동산을 구입, 달러 사냥에 나서는 일이 현실로 나타날 전망이다. 지금은 일부 상위계층에서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지만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만큼은 계층을 불문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1분기 해외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직접투자액은 18억2000만달러(신고 기준)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억3000만달러(14.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부동산 관련업이 6억달러로 전년도보다 69.6%나 늘어났으며, 이는 104.3%나 급증한 서비스업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월에는 부동산투자 증가율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074.6%나 급증해 이 통계가 집계된 이후 증가율로선 처음 2000% 기록을 뛰어 넘었다. 해외 부동산 개발은 크게 직접투자형 과 펀드형,펀드오브펀드형으로 나눠진다. 직접투자형이 그동안 일부에서 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펀드형과 펀드오브펀드형은 간접투자시장의 팽창에 따라 나타난 새로운 방식이다. 직접투자형은 말 그대로 해외 부동산을 본인 명의로 직접 구입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투자패턴이라고 볼 수 있으며 전체 해외 투자의 80% 이상이 직접투자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에서 2년 이상 체류할 목적인 경우에만 미화 30만달러 이내의 주거용 주택 취득이 가능하다. 이외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엄격히 제한된다. 또 개인이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려면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지만 신고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직접투자의 대부분은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져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해외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G사 관계자는 “개인 한도액이 정해져 있어 대규모로 투자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국내와 거래하는 해외법인 공장의 원자재 값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환치기를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가장 흔한 환치기 수법은 양국의 계좌를 이용해 한국에서 돈을 넣고 외국에서 자금을 받는 것이며, 개인 한도액 이하로 투자금을 분산해 관광객들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것도 전통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 같은 방법은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최근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베이징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한인들이 많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는 투자대상과 자금조달을 맡는 전문 대행업자(GP·General Partner)까지 성행하고 있을 정도다. 직접투자는 위험을 본인이 직접 떠안아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현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본인 책임으로 남게 된다. 이런 위험을 줄이는 투자방법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다. 실제로 이웃 일본만 해도 초기에는 80년대 초반 엔고 바람을 타고 총 3000억달러를 쏟아부어 미국 뉴욕의 상징이었던 록펠러센터 등 거대 부동산 자산을 매입했지만 90년대 초반 미국 내 부동산 자산가치가 반토막나면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위험도가 높은 직접투자보다는 J리츠(일본부동산투자신탁회사)를 통한 간접투자로 흐름이 바뀌어가고 있다. 미국 해외부동산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49억달러나 되는 J리츠가 미국 부동산 시장에 유입됐다.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특정지역 부동산 물건을 갖고 공모나 사모형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발매한 펀드는 지난해 12월28일 한국투자신탁증권이 내놓은 ‘탐스미국부동산 사모 특별자신투자신탁’이 대표적이다. 우림건설의 미국법인인 퍼시픽브릿지 홀딩스가 미국 캔자스시티 오피스빌딩을 호텔형 고급 아파트로 리모델링해 분양하는데 투자됐으며, 한국측에서 부담해야 할 자금 400만달러 중 부동산펀드는 360만달러만 담당했다. 사모펀드방식으로 모집해 만기 2년 6개월에 연 10~12%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 펀드는 발매된 지 3일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우림건설 해외사업본부 김철 팀장은 “한국투자신탁증권의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모집 열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우림건설은 올 6월 안으로 미국 내 단독주택지 개발사업에 지분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를 사모 형식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김 팀장은 “해외 부동산 펀드는 다양한 상품 구성이 가능한 데다 지급보증 등 안전장치가 국내용 부동산 펀드 이상으로 돼 있어 수익률이 국내용 부동산 펀드보다 2~3% 이상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산운용사인 K사도 6월 중 사모형식을 빌려 중국 청도시 아파트 개발에 직접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조만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동산개발회사인 S사와 H사 등도 중국 부동산을 개발하기 위해 부동산 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 부동산 펀드전문회사인 M사도 비밀리에 해외 부동산 펀드 개발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펀드오브펀드형은 부동산과 금융이 결합된 신종 해외 부동산 투자 패턴이다. 국내에서 모아진 펀드를 가지고 해외에서 상장된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배당액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국민은행 PB센터인 골드앤와이즈(Gold&wise)와 함께 3월부터 ‘Japan-리츠 재간접투자신탁 1호’ 판매에 들어갔다. 일본 투신업계 2위인 다이와투신의 자문을 받으며 연 19%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푸르덴셜투자증권이 지난 4월 발행한 ‘글로벌부동산펀드’도 발매 열흘 만에 1000억여원이 몰렸다. 이 펀드는 푸르덴셜투자운용의 부동산전문운용회사인 미 PEPI(Prudential Real Estate Investors)가 운용을 담당한다. 정부도 최근 해외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넘쳐나는 외환보유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이는 개인보다는 법인의 외환거래를 풀어주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해외투자 완화를 개인으로까지 확대하게 될 경우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장려해줄 경우 현지 법인을 통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는 지금보다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또 2년 이상 체류시 30만달러 이내에서만 자금을 갖고 나갈 수 있도록 한 외국환관리규정을 상향조정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해외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영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주택가격은 여전히 폭등세를 보이고 있으며,미국의 경우만 해도 2004년 한 해 동안 평균 11.2%나 올라 79년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중국은 14.4%나 값이 뛰었다. 전문가들은 뛰는 말에 올라타라고 조언한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역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만큼 돌발 악재가 없는 한 상승지역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에 적격인 지역 역시 최근 가격 상승세가 높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지역은 피하는 게 낫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은 투자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대면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할 곳은 사실상 5~6곳으로 압축되는 게 사실이다. 일단 미국은 부동산 관련 금융이 잘 발달돼 있어 투자 정보가 비교적 상세하다는 점에서 단연 관심대상이다. 다만 주마다 세법과 자금 운용부문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호주 부동산 시장은 최근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미국과 같이 부동산 관련 금융업이 잘 발달돼 있으며 지난 7년간 집값이 무려 113%나 상승할 정도로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이 같은 수치는 7년간 174%나 상승한 아일랜드,121%나 뛴 스페인,116%나 오른 영국에 이어 네 번째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회사인 G사 관계자는 “호주는 홍콩 내 화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머니게임으로까지 비화될 정도였다”며 “이미 값이 오를대로 올랐지만 시장이 워낙 투명해 해외 투자자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중국은 시장의 성숙도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중국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사를 밝히고 있어 자칫 투자된 돈이 묶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된 자금이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개인 대 개인의 성격으로 들어간 자금일수록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 베트남 태국 등 최근 국내 건설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동남아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GKF 박준희 대표는 “중국 및 베트남시장에서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원칙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부동산 거품이 국가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해당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시사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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