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마술사’ 디벨로퍼…일부선 거품조장 지적도
금알을 낳는 미다스의 손,부동산 디자이너,부동산 코디네이터, ‘땅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디벨로퍼에게 붙어 다니는 별명들이다. ‘디벨로퍼’가 뜨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큰 물살을 일으키며 잇따라 대박의 주인공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디벨로퍼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스스로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일부에선 디벨로퍼를 벤치마킹하는 투자그룹이 생겨날 정도다. 이들은 부동산투자를 저금리시대 재테크의 모범사례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엔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조장한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공존하고 있다. 디벨로퍼의 사전적 의미는 ‘내버려진 땅을 계획적 ·종합적 사업으로 개발하는 업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적인 직업이라는 뜻이다. 디벨로퍼는 이미 선진국에선 선망 직업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우뚝 솟아 있다. 그는 슬럼화된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일약 부의 상징으로 바꾼 주인공이다. 트럼프는 ‘계륵’과 같았던 엠파이어 스테이트에 자니 카슨 등 당시 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을 대거 입주시킴으로써 건물의 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일본 도쿄의 명물인 록폰기힐스도 디벨로퍼 세계에서는 ‘교과서’로 꼽힌다. 록폰기힐스는 일본을 방문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반드시 한번쯤은 거쳐가는 곳으로 일본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 아파트에 살아보는 꿈을 꿀 정도다. 우주왕복선을 통해 달나라를 다녀온 금붕어를 록폰기힐스 연못에 풀어놓고 ‘달나라를 다녀온 물고기가 있다’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마케팅 전략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외줄타기 인생’은 디벨로퍼라는 직업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일 것이다. 사업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하면 얻게 되는 성취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 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밀라트 강일용 사장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1988년 서울 서초동에서 서초기림오피스텔과 르네상스오피스텔, 해운대 크리스탈리조트 등을 개발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던 회사가 91년 갑자기 부도를 맞은 것. 부산에서 주상복합을 짓기 위해 4만평의 부지를 매입했는데 당시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개발계획안이 발표되면서 자재값 급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강 사장은 참담한 실패에서 소중한 교훈 하나를 얻는다. 그는 이때 “위기가 찾아왔을 때 곧바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이 높은 땅을 구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술회했다.현재 한국디벨로퍼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영 정춘보 사장은 20년간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디벨로퍼 시장을 개척해온 인물이다. 정 사장은 경기도 분당구 구미동 소재 한국토지공사 부지에 유럽형 오피스텔 ‘시그마’를 지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이 땅은 고압선이 지나가고 경부고속도로가 옆에 있어 업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곳이었다. 넥서스건설 이정배 사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 영등포 하이트맥주공장 부지를 아파트단지로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다. 규모만 총 4만5000평에 달하는 곳으로 매입자금만 1670억원이 들었다. 당시 경제사정상 주위의 만류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때 이 사장이 착안한 것이 바로 저가전략이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저렴한 값에 대형 건설사가 대규모로 공급한다면 분명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조합아파트 형태로 분양한 영등포 대우 드림타운은 총 2500가구 분양에 무려 1만여명이 몰려 3박4일간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국도시개발 김동윤 사장은 소위 ‘안되는 사업장’ 만 골라 새 옷을 입혀주는 ‘돈키호테형’ 디벨로퍼로 유명하다. 10평형 규모의 초소형 오피스텔을 선보여 시장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김 사장의 성공전략은 철저하게 분석하되 부지는 가급적 저가에 매입하는 데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 성공을 거둔 업체도 있다. 1999년 설립된 SR개발은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3년 중국 부동산 개발 시장에 전격 진출,현재 랴오닝성 선양시 훈난신구에 부지만 10만평에 이르는 개발프로젝트 사업을 추진 중이다. ‘SR신성’이라는 브랜드로 시공 중인 SR개발은 사업부지에 총 5700여가구 규모로 아파트 오피스텔을 건축 중이며 그 여세를 몰아 연내에 주식상장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디벨로퍼의 부지 매입 원칙은 간단하다. 돈 되는 사업장을 고르는 것이다. 교통여건이 뛰어난 데다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값이 비싸야 한다. 이들은 ‘명품 부동산일수록 제 값을 다한다’는 불문율을 투자원칙처럼 따른다. 넥서스건설 이정배 사장은 “내재 가치가 높은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사업이 이런 것만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불굴의 정신은 디벨로퍼에게는 필수덕목이다. 여기에 동물적인 직관력과 판단력 분석력이 더해질 때 디벨로퍼로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