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채소나 허브 가꾸면 집안 가득 엔돌핀 ‘솔솔~’
람이 분다. 얼마 전에 돋았다고 생각한 새순은 어느새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우내 빈 가지로 앙상했던 정원에 녹색 빛이 가득하다. 사시사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들이 높낮이를 맞춰 어우러져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잎 넓은 옥잠화가 낮게 퍼져 있다. 정원 한쪽에는 작은 바위가 보기 좋게 배열된 연못이 있고 연꽃이 수줍은 연잎을 내밀고 있다. 정원 주변은 담인 듯 아닌 듯 심어진 목단이 짙은 색 꽃을 피워 녹색 빛 가득한 공간에 점을 찍듯 점점이 아롱거린다. 정원 한쪽에는 오랜 나무로 된 정자가 하나 있다. 비슷한 시간 바다 건너 섬나라에서는 ‘소세계(小世界)’ 만들기에 한창이다. 담으로 잘 구분지어 둔 정원, 그 안에 후지산을 본뜬 둔덕과 그 아래 잔잔하게 심어둔 들꽃이 가득하다. 오밀조밀한 조형물로 꾸며둔 연못은 그 줄기 하나를 길게 마당을 향해 뻗고 있다. 호기롭게 땅을 디디고 섰던 한 남자가 성큼성큼 연못가로 다가가 무언가를 지시한다. 돌을 가져다 쌓는 사람들에 의해 금세 작은 폭포가 하나 만들어진다. 그제야 흐뭇한 얼굴로 정원을 둘러보는 남자의 시선에 마치 자연을 작게 축소해 놓은 듯한 정원 풍경이 들어온다. 남자가 흐뭇하게 웃고 있던 그때, 수천km가 떨어진 곳, 중국의 한 지방에서는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뚫린 창이 있는 담장은 높이 솟아 있고 정원 곳곳에 놓여 있는 지형물들은 모두 곡선의 형태를 지닌 채 어우러져 있다. 돌로 쌓은 축산, 높은 전탑, 연못이 넓게 배치돼 있어 탁 트인 느낌과 함께 사시사철 변함없는 상록수로 푸른 느낌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집 안에 앉아 방마다 다른 모양으로 뚫려 있는 창을 통해 정원을 내다본다. 틀을 통해 본 정원은 같으나, 그들이 느끼는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한국, 일본, 중국. 동양 3국의 정원 문화는 이처럼 모두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져 왔다. 우리나라의 정원이 자연과 구분 없이 그 경계선 사이에서 모호하게 생활로 들어온 것이라면 일본의 정원은 철저하게 계산되고 구획지어진 형태다. 그래서 일본의 정원은 작은 공간을 비례로 나누어 그 안에 균형 있게 자연을 들여 놓는다. 3국의 정원 중 규모와 형태가 과감한 것은 중국이다. 넓은 대륙을 가진 나라답게 그들의 정원 역시 넓고 풍성하다. 단, 중국의 정원은 시선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은 정원 안에서만큼은 제한된 시야를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중국의 정원은 온갖 모양의 창이 다양하게 뚫려 있는데 이들 창은 창살과 더불어 일종의 세상을 보는 프레임 역할을 한다. 인간이 정원이라는 것을 만들게 된 효시는 에덴동산의 재현에서 비롯된다. 낙원의 모습을 한 에덴동산에 대한 인류의 욕망은 자신의 주변에 ‘에덴’을 꾸미고자 하는 행태로 나타나게 되고 이는 목가적인 느낌이 강한 그리스의 정원, 집과 더불어 자연을 품은 로마의 정원, 그 구획을 지어 경계선을 만든 중세의 정원으로 그 모습을 발전 변화시키며 이어져 내려왔다. 특히 자신의 땅, 자신의 공간이 줄어들고 점점 흙과 나무를 비롯한 각종 자연 환경을 인위적으로 접해야만 만날 수 있는 현대에 들어서 ‘정원’은 현대인에게는 일종의 로망이자,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약속하는 일종의 절차와도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의 녹지 공간을 제외한 ‘나만의 정원’을 갖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우선 정원을 꾸밀 만한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정원’에 대한 정의가 앞마당, 혹은 널찍한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집 안에서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새싹 가꾸기와 허브 가꾸기다. 이 두 가지는 도구나 거창한 준비가 필요 없이 당장 오늘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푸른 공간’ 만들기라는 데에서 부담이 없다. 우선 새싹 채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작은 채반이나 화분 하나만 있으면 된다. 화분에다 키울 경우 배양토가 필요하지만 키우기가 어렵지는 않다. 새싹 채소의 경우 생장 조건 자체가 일반 가정집 온도인 섭씨 15~30도 정도고 물도 하루에 한두 번 주는 것이 전부다. 수경 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작은 통과 천, 그리고 발아되는 동안 햇빛을 가릴 천이 필요하다. 요즈음에는 새싹 채소 재배용기라고 해서 채반과 밑에 물통이 딸려 있는 용기가 많이 나와 있으므로 원하는 것을 선택해 써도 좋겠다. 용기와 씨앗이 준비됐으면 씨앗을 물에 불린다. 보통 8시간 정도 불리는데 들깨 같은 경우는 발아가 상당히 늦으므로 12시간 정도 불리는 것이 좋다. 만약 한 용기에서 여러 개의 새싹 채소를 키울 경우에는 발아가 늦는 종류의 씨앗은 미리 물에 불리는 과정을 좀 길게 거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렇게 불린 씨앗은 젖은 천이나 부직포 위에 뿌려준다. 발아가 되기 전까지는 신문이나 종이로 덮어 주는데 싹이 틀 때까지는 마르지 않게 물을 뿌려 주거나 채반이 살짝 젖을 만큼 통에 물을 채워 주는 것이 좋다. 싹이 3분의 2 정도 트면 종이를 제거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는데 이후 하루에 한두 번 물을 갈아주면 별다른 조치 없이도 잘 자란다. 약 7cm 정도의 길이가 됐을 때 먹으면 된다. 배양토에서 키우는 경우에도 방법은 같으나 수경 재배한 게 뿌리까지 먹기가 용이한 반면 배양토의 경우는 흙을 씻어내는 과정을 거치거나 가위로 흙 위의 부분만 잘라 먹어야 한다. 단, 배양토 안에 씨앗을 심는 것이 아니라 배양토 위에 뿌려두는 것이라는 것만 지켜주면 키우기도 어렵지 않다. 오히려 새싹에서 머무르게 하지 않고 좀 더 키워 하나의 화초처럼 키우려면 수경 재배보다는 배양토에서 키우는 게 더 좋다. 보통 많이 키우는 새싹채소에는 무순, 적양배추, 브로콜리, 비타민, 겨자, 경수채, 배추, 청경채, 크레스, 해바라기, 들깨, 알파파 등이 있다. 특히 브로콜리의 경우는 항암 물질인 설포라멘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다 자란 브로콜리의 2~50배 정도 많은 양이다. 허브 역시 집에서 손쉽게 키우기 좋은 식물이다. 보통 화원에서 작은 화분으로 만들어 파는데 좀 더 오래 잘 키우려면 사온 즉시 혹은 며칠 내로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분갈이를 할 때는 아래쪽은 배수가 잘 되는 마사토나 자갈 등을 깔고 위에는 배합토 혹은 허브나 야채 키우기 전용으로 나오는 시중의 흙을 구입해 쓰면 된다. 분갈이를 할 때는 미리 물을 충분히 주고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살살 돌려내어 다시 심어주면 되는데 분갈이 후에는 혹 뿌리가 상하거나 세균이 침범할 수 있으므로 물을 주지 않고 직사광선을 피해 화초를 안정시켜 주는 것이 좋다. 보통 집에서 키우기에 손쉬운 허브는 라벤더, 로즈마리, 바실, 페퍼민트, 클리오트러프, 레몬밤 등이 있다. 이들 허브 역시 새싹 채소처럼 식용으로 이용이 가능한 데다 햇빛과 물만 있으면 무난하게 자라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클리오트러프의 경우 온도와 습도만 맞으면 보라색으로 뭉쳐 피는 작은 꽃을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다. 로즈마리나 라벤더, 바실은 요리에, 페퍼민트나 레몬밤은 요리뿐 아니라 그 향기도 훌륭해 실내에서 키우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화분 몇 개로 실내 정원을 꾸미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좀 더 규모 있고 체계적인 정원에 도전해 볼 만하다. 베란다에 꾸미는 ‘베란다 가든’ 이나 밑이 막힌 화기인 컨테이너에 꾸미는 ‘컨테이너 가든’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한 가지 아이템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컨셉트를 잡아 여러 가지를 함께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베란다 가든이나 컨테이너 가든을 꾸밀 때는 밑에 배수구가 없으므로 실내 바닥을 반드시 방수 처리해 주어야 한다. 방수 처리 후에는 화기를 배열하는데, 이때 화기는 인공재질의 화기도 좋지만 자연적인 돌 화기나 방부, 방수 처리된 나무를 사용하기도 한다. 화기를 자리 잡아 둔 후에는 펄라이트를 깐다. 뿌리가 얕고 물을 많이 줄 필요가 없는 식물을 심을 경우는 얇게 깔아도 무방하나 물을 많이 주어야 하는 식물의 경우는 조금 넉넉하게 깔아주는 것이 좋다. 펄라이트를 깔면서 자연석을 배치하는데 이때 펄라이트의 높낮이로 자연석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펄라이트를 깐 후에는 고목나무 껍데기인 바크를 깔아준다. 수분의 증발을 막고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에는 식물을 배치하고 배양토로 뿌리를 덮어주면 된다. 배양토 위를 식물의 분위기에 따라 자갈 혹은 이끼로 장식하면 완성된다. 이러한 베란다 가든, 컨테이너 가든 등 땅 위에 직접 심어 가꾸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물을 많이 주는 것보다 적게 주는 것, 공기 정화나 방향 효과가 있는 것을 심는 것이 유리하다. 냄새 제거 효과가 뛰어난 관음죽, 스파티필럼, 맥문동은 신발장이나 화장실에서 키우면 좋다. 추위에 강하고 오염된 실내 정화 효과가 강한 행운목과 팔손이나무, 베고니아 등은 베란다에 배치하면 미세먼지와 분진을 흡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정원은 무언가를 만들어 창조하고, 그 창조한 것이 생명을 가지고 자라나는 것이라는 데서 오는 기쁨이 있다. 또한 인테리어 효과도 뛰어날 뿐 아니라 공기 정화, 습도 조절, 전자파 차단 및 일부 허브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아로마 효과까지 뛰어나므로 정원은 투자한 것 이상의 가치를 안겨준다. 하지만 이러한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고 넘어야 할 관문도 있다. 우선 주의해야 할 사항 첫 번째는 살고 있는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에 이롭다고 무조건 남들 하는 것처럼 꾸미게 될 경우 관리 소홀과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인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또한 실내에 정원을 꾸밀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될 것이 바로 배수 문제다. 요즈음에는 뭉치지 않고, 살균을 거친 실내 정원용 배합토가 나오기는 하지만 역시 물을 주는 식물을 키우는 만큼 배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화분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바닥에 방수처리를 해주고, 펄라이트 등을 깔아 배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아예 실내 정원용으로 나온 화분을 구입하는 것이 편하다. 이러한 재료나 공구 등은 화훼시장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도 되고,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요즘엔 실내 정원을 대행해 꾸며주는 곳도 많이 생겼으므로 자신이 없으면 시공업체에 맡겨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정원 가꾸기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집 안에 녹지 공간을 들인다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도 이미 아름다울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는 풍경이 삭막한 것이 아니라 푸른 잎 반짝이는 식물들의 인사라면 얼마나 하루가 상쾌할까.작은 화분 하나라도 좋다. 지금 한 번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