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증권·부동산 외에 보험도 포트폴리오 편입을
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서 모든 것을 갖춘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직원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이 탁월하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도 갖췄다. 은행 투신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산업에서 경력도 충분히 쌓았다. 무엇보다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독보적이다. 장단기 금융산업의 흐름을 예측, 선도적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는 우리금융에 딱 맞는 CEO로 꼽혀 왔다.이런 그가 제시하는 자산 포트폴리오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황 행장은 ‘25% 원칙’을 제시한다. “은행예금과 보험, 펀드를 포함한 증권 관련 상품, 부동산에 25%씩 균등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보험을 무시했지만 앞으론 보험 상품에 대한 자산운용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황 행장은 “이제 우리나라도 투기가 아니라 운동, 연예, 벤처 등 한 분야에서만 뛰어나면 100억원대 부자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며 “자산관리는 물론 세무 부동산 상속 등 전반적인 재산관리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은행 PB(프라이빗 뱅커)들은 고객들의 자산관리에 유리하다면 경쟁 은행 상품도 소개할 자세가 돼 있다”며 “이젠 PB영업도 은행과 고객이 수익을 놓고 다투는 ‘제로섬 게임형’이 아니라, 시장을 상대로 고객과 은행이 서로 수익을 얻는 ‘윈윈(win-win)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개인도 자산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딱 맞는 매거진인 한국경제신문의 ‘MONEY’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황 행장을 만나 자산운용 방법과 금융산업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자산운용이 어렵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의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는 어때야 한다고 보시는지요.“과거엔 흔히 ‘3+3+3원칙’을 얘기했습니다. 은행 상품과 증권, 부동산에 3분의 1씩 투자하라는 거였죠. 저는 최근 ‘25%원칙’을 강조합니다. 앞의 세 가지에 보험을 추가해 분산 투자하라는 거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보험의 중요성도 커지는 추세입니다.”-은행장을 겸임하시면서 은행상품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으시네요. 돈이 아주 많으면 몰라도 얼마 가지지 않은 사람이 부동산에 4분의 1을 쪼개 투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요.“은행상품도 포트폴리오에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기본적으로 금액이 커야 합니다. 하지만 여력이 없으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펀드가 좋은 대안이라고 봅니다. 부동산에 투기하는 건 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과거의 통계를 보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을 무시해서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지난 5월1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복합금융센터를 개설하셨는데요.“한자리에서 은행 증권 보험 상품에 모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부동산 세무 투자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산관리를 전공한 전문 PB 30명이 배치돼 말 그대로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운동, 연예, 창업 등 한 분야에서만 잘하면 100억원대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샐러리맨도 파격적인 성과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자산관리를 위한 조언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필요를 맞춰 주자는 취지에서 복합금융센터를 개설했습니다.” -경쟁 은행 상품도 고객들에게 소개한다고 들었습니다만.“그렇습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유리한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PB들의 임무입니다. 경쟁 은행이 금리가 높은 특판예금을 내놓으면 그것을 권유토록 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해외펀드를 찾으면 다른 은행에서 파는 펀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그러면 경쟁 은행에 고객을 뺏기지 않습니까.“그럴 수도 있죠. 그렇지만 장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당장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됩니다. ‘아 우리은행 PB는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는 것이죠. 신뢰를 얻으면 그 고객은 결국 반드시 돌아옵니다. 은행 내부적으론 고객의 욕구를 수시로 파악할 수 있어 상품개발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PB영업에 대한 개념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지금까지 국내 은행의 PB영업은 ‘제로섬 게임형’이었습니다. 뻔한 예대마진을 놓고 고객이 더 이자를 많이 가져가느냐,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남기느냐는 게임이었죠. 앞으론 은행과 고객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시장의 상품들을 대상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 고객에게 제시함으로써 은행과 고객이 모두 이익을 남기는 쪽으로 변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PB의 업무입니다. 그러자면 진짜 실력을 갖추는 것이 기본입니다.”-PB 고객의 대상을 예금액 30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은행에 비해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전에는 10억원 이상인 분만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가장 투자정보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은 예금액 3000만원 이상인 분들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입니다. 그래서 이분들도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각종 투자정보를 담은 리포트 등을 수시로 전달하면서 성실하게 상담에 임하고 있습니다.”-너무 PB사업 얘기만 한 것 같습니다. 이른바 ‘금융대전’을 한창 치르고 있는데요. 금융대전의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금융대전은 국내 은행과의 경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금융 주권을 지키고 외국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주요 포인트는 결국 주주만족, 고객만족, 직원만족으로 요약됩니다. 이 세 가지를 만족시키면 금융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경영성과가 예상만큼 나오고 있는지요.“작년엔 경기가 어려웠는데도 경영성과가 비교적 성공적이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이 1조 9967억원에 달했으니까요. 올 1분기는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IB(투자은행업무) 등의 수수료부문 이익 증가로 실적이 좋아졌습니다. 우량 기업을 유치하면서 자산의 질도 훨씬 좋아졌고요. 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나름대로 순항하고 있습니다.”-일 잘하는 직원에겐 아파트 한 채 값을 성과급으로 준다고 하셨는데요. “취임 후 역점을 둔 분야 중 하나가 성과 보상주의 확립과 인사시스템 개선입니다. 이제 은행원도 자기 전문 분야에서 일을 잘하면 많은 성과급을 받아야 할 시기가 됐습니다. 그래야만 세계적인 금융회사와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작년 실적을 토대로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은 직원도 있습니다만, 갈수록 규모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아울러 전문직군제를 정착시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만이 살아남는 시대 아닙니까.”-우리은행 경영을 위한 구상은 무엇입니까.“규모보다는 질(Quality) 위주의 경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업적평가 등에 퀄리티 지수를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인사제도 개선과 성과평가를 통해 퀄리티 1등 은행을 달성할 계획입니다.”-마지막으로 자녀들의 금융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계시는지요.“둘이 있는데 다 커서 대학생입니다. 성인이고요. 한도를 정해 놓은 신용카드를 발급해 줬습니다. 다만 아이들 어머니 계좌에서 결제토록 해 사용 내역을 보고 있습니다. 현금을 요청하면 용도를 들어본 뒤 합당해야만 주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들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사용은 자유입니다. 성인이 됐는 데도 용돈받기 어렵다고 투덜댑니다. 그러나 월급쟁이의 자식들이라 허투루 돈을 쓰지 않고 나름대로 원칙이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자녀들에 대한 금융교육은 빠를수록 좋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