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델… 만능 엔터테이너 이소라
큰 키에 웃음이 많은 여자. 그건 어딘가에 숨어 있는 소녀의 모습이다. 그걸 일부러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게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에겐 매력 덩어리일 터. 방송진행자(MC)로 맹활약하고 있는 슈퍼모델 출신 이소라. 그녀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모양이다. 그녀의 실제 모습은 TV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피부에 탄력이 넘친다. 그런 육체적인 자신감 때문인가. 어떤 질문에도 스스럼 없이 말문이 터져 나온다. 그래서 정감이 가고. 어느새 방송에 데뷔한 지 13년이 훌쩍 넘어섰다는 그녀를 강남의 한 뷰티숍에서 만났다. 골프마인드가 비즈니스 마인드 아닌가요?그녀는 요즘 골프에 푹 빠져 있다. 통상 심야방송을 마치고 오전 2~3시에 귀가하지만 오전 9시께는 꼭 분당의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간다. “골프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습니다. 필드에 나가지 않더라도 아이언샷을 할 때 손 끝에 전달되는 쾌감이 너무 좋아요. 필드에 나가기 전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소라에겐 최근 미국에서 활약하는 미셸 위를 빗대어 ‘미셸 리’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미셸 위처럼 키가 큰 데다 장타를 날리기 때문이라고. “미셸 위처럼 멋진 스윙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 운동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거든요.” 그녀가 골프에 빠진 건 2년 전부터다. 골프채를 잡은 것은 보다 빠르지만 이때 머리를 얹으면서 재미를 붙이게 됐다고 한다. 베스트 스코어는 92타. 누구랑 주로 라운드하는지가 궁금했다.“프로선수들과 주로 라운드합니다. 머리를 올릴 때도 프로와 함께했습니다.” 강상혁 프로와 백승우 세미프로(탤런트 백일섭씨 아들) 등과 골프를 배울 겸해서 라운드에 나선다고. 친하게 어울리는 탤런트 최화정 엄정화 등이 골프를 치지 않아서인지 대부분 라운드에서 프로들이 동반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골프를 치면서 위험을 피해가거나 돌아가는 것이 때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골프와 비즈니스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무데뽀로 나가면 안 되고, 철저히 준비해서 자신있게 밀어붙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 사업과 골프가 통하는 것이죠.”사업은 나의 또 다른 날개실제로 이소라는 사업을 한 적이 있다. 지난 2001년 다이어트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퍼트컴퍼니(Pert)라는 회사를 차렸었다. 다이어트 비디오나 생식을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였다. 직장인 등이 자리에서 앉아 할 수 있는 운동 콘텐츠도 개발, 일부 포털사이트 등에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휴업 중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비장한 각오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는 탓에 중도하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열정만 갖고 한 셈이지요. 당시엔 제가 잘나갈 때지만 언제까지 잘나갈 수 있을까 하는 현실인식에서 사업을 시작했지요. 발상은 좋았는데 작품을 만드는 노력이 부족했지요.”그녀는 지금도 새 사업을 궁리 중이다. “이소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습니다.” 그녀는 고려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에 대해선 ‘영업비밀’이라며 화제를 돌렸다.그녀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돌이켜 보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방송가 주변에서 부자가 된 분이 꽤 있습니다. 밥값을 걱정하던 분들이 어느날 외제차를 몰고 나타납니다. 알아보면 무슨 사업을 옹골차게 해서 돈을 모았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도 아이템을 잘 잡아 바짝 달라붙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달 뒤 1억원을 벌 수 있다는 식의 환상에서 벗어나 당장 100만원을 어떻게 벌 것이며 이를 종자돈으로 키워나가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했는데 안 되더라’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로 열심히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말을 거침 없이 해대는 이소라에게선 어느새 소녀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 사업가 기질이 진하게 묻어난다.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운동 하는 게 웰빙그녀는 원조 ‘몸짱’이다. 1992년 제1회 슈퍼모델선발대회에서 1위에 오르면서 몸짱 스타의 계보를 새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몸매 관리 비결이 궁금했다. “1주일에 2~3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합니다. 30여분간 덤벨을 듭니다. 틈나는 대로 골프와 수영도 즐깁니다. 외국에 출장 가면 주로 호텔 수영장에서 지냅니다.” 몸을 다지는 운동과 유연하게 하는 운동을 병행하는 셈이다. 식습관도 중요할 것 같다. 그러나 답은 의외다. “초콜릿 파스타 피자 등 달고 느끼한 걸 좋아합니다. 밥과 피자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피자를 선택할 정도지요. 그렇지만 촬영 스케줄이 따로 잡히면 2~3주 동안 음식을 조절해 2~3㎏을 뺍니다. 연예인들은 누구나 다 하는 거지요.” 방송일은 평생 할 터그녀는 유독 방송 일에 관심이 많다. 이소라는 방송가에 애드리브(공연 도중 대본에 없는 말이나 행동을 즉흥적으로 하는 것)를 자주 남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게 흠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게 방송을, 특히 생방송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조미료가 된다. 그래서인지 방송에서 그녀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방송을 떠나진 않을 겁니다. 방송인 이소라가 있기에 제가 사업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존재의 이유를 잘 파악해야 헛발질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그녀는 당차다. 첫인상은 천상 소녀였지만 세상사를 꿰뚫고 있는 매서움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