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 CEO들의 스터디 살롱

공부하고 인맥 쌓고 아이디어도 공유…일석삼조

안경 제조업체 A사의 최고경영자인 K씨는 무려 11개의 대학원을 수료했다. 어떻게 대학원을 11개나 거칠 수 있었을까. A사 사이트에 나와 있는 K씨의 약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식 대학원이 아니다. 최고경영자 과정(AMP)이었던 것. A씨는 고려대와 경원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에서 개설한 AMP 과정을 10개나 섭렵했다. 모교인 고려대에서 이수한 과정만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컴퓨터과학대학원 최고정보통신과정’, ‘생명과학대학원 최고위과정’ 등 세 가지다. AMP 과정에 꿀단지가 있는 것일까. 주요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K씨 같은 ‘AMP 쇼핑족’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CEO들의 사교모임으로 자리잡아 몸을 10개로 쪼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CEO. 그들이 학교로 되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신 경영지식을 익히고 자신과 엇비슷한 지위에 있는 고위 인사들과 교분을 쌓는 게 회사 경영 이상으로 보탬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학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AMP 과정의 문을 두드리는 CEO들도 적지 않다. 명문대가 개설한 AMP 과정을 마치면 자신이 흡사 명문대 졸업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대학 입장에서 AMP 과정은 ‘밑질 것이 없는 장사’다. 비싼 수강료를 받아 손쉽게 학교의 수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식 학위과정이 아니어서 교육당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학들은 새로운 AMP 과정을 끊임없이 개설하고 있다. 현재 대학과 경제단체, 연구소 등이 개설한 AMP 과정은 적게 잡아도 500개 이상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통상 6개월 과정의 수강료가 400만~1000만원이고 과정당 수강생 수가 50명인 점을 감안하면 AMP 과정의 시장 규모는 3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추산이다.같은 대학이라도 단과대별로 상이한 AMP 과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종류의 과정을 개설해야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대의 경우 경영대학이 개설한 정식 AMP 과정 외에 공기업 고급경영자과정(경영대학), 패션산업 최고경영자과정(생활과학대학), 최고산업전략과정(공과대학), 도시·환경고위정책과정(환경대학원) 등 10여개의 AMP 과정이 있다. 서울대에 개설돼 있는 26개 비학위 과정 중 절반 가까이가 AMP 과정인 셈.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역시 최고경영자과정(AIM), 지식최고경영자과정(K-CEO), 최고벤처경영자과정(AVM), 최고텔레콤경영자과정(ATM), 최고사내컨설턴트과정(AIC) 등 5개의 AMP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차별화된 프로그램 공급이 성공의 열쇠 AMP 과정의 성패는 ‘스타급 CEO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강생들이 AMP 과정을 찾는 목적이 ‘인맥 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주요 대학들이 유명인사를 모집하는 데 마케팅력을 집중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관계자는 “학교로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 기수에 어떤 CEO가 참석하는지를 묻는다”며 “모집 초기에 명망가들이 등록하면 수강생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그렇다면 스타급 CEO들은 어떤 대학을 선택할까. 아무래도 브랜드 가치가 높은 곳을 택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AMP 시장을 좌지우지한 곳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학부로 유명한 3개 대학이다. 스타급 CEO들은 학교의 명성을 수강 여부를 택하는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한데 이들 3개 대학은 그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빅3’ 경영대학원이 운영하는 정식 AMP 과정의 모집인원은 70~80명 선으로 50명 내외인 다른 대학원보다 20명 이상 많다. 등록금도 800만~1000만원으로 다른 대학의 두 배 수준으로 비싸다. 비싼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수강생이 몰리는 것은 세 학교가 운영하는 AMP 과정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빅3 못지 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는 곳으로 세계경영연구원을 들 수 있다. 이곳은 대학의 교수가 아닌 실제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CEO, 컨설팅 회사 임원 등 실무자들을 강사로 기용한다. 배운 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전용 경영 강의를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전략으로 세계경영연구원은 스타급 CEO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고 그들을 쫓아온 일반 수강생들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최근 과정이 종료된 세계경영연구원 IGMP 3기의 경우 이영희 금강기획 사장, 박재천 코스틸 회장,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김은선 보령제약 부회장, 윤도준 동화약품 부회장, 윤맹철 레이크사이드골프클럽 회장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소속 기업의 명성에 걸맞게 수강료 외에 1억5000만원 규모의 연구원 발전기금을 별도로 냈다는 후문이다. 중견 대학들은 한 가지 테마에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독특한 커리큘럼의 AMP 과정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정통 AMP 과정에 식상해 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호기심을 느끼는 CEO나 고위 임원들을 수강생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숙명여대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블루오션’(라이벌과 경쟁하지 말고 무경쟁 시장을 찾으라는 내용의 경영기법)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블루오션 CEO과정’을 9월부터 열 예정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CEO들에게 경영지식이 아닌 대인관계 에티켓, 음식문화 등을 가르치는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과정’을 9월 말께 개설할 계획이다.EMBA과정 시장을 잡아라비학위 과정인 AMP 과정이 대학의 ‘캐시 카우’(수익을 내는 부문)라면 학위 과정인 EMBA 과정은 ‘스타’(미래 전략 아이템)로 볼 수 있다. EMBA 과정은 경력 10년 내외 고위 임원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개설된 프로그램. 대학원 졸업장이 나오는 정식 학위과정인 만큼 MBA 과정과 엇비슷할 정도로 수업의 강도가 높다. 보통 EMBA는 1년반에서 2년 정도의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수강료가 6000만원으로 AMP 과정의 10배 수준이다. 사업성으로만 따지면 AMP보다 EMBA가 훨씬 나은 셈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학위과정인 만큼 수준을 인정받지 못하면 수강생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단점이다. EMBA 과정은 MBA와 똑같이 비즈니스위크(미국), 파이낸셜타임스(영국) 등 해외 언론에 의해 순위가 매겨지는데 이것 역시 대학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국내 EMBA 과정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해외 주요 대학의 EMBA 과정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격차가 줄고 있어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공부하는 고위 임원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이 수위, 고려대가 그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며 나머지 학교들은 해외 대학과 제휴 형태로 EMBA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헬싱키대, 연세대 상남경영원은 조지워싱턴대의 도움을 받는데 이들 학교의 EMBA 과정은 한국과 해외를 오가면서 수강해야 한다.눈길 끄네요이동통신 3사 CEO 최고경영자 과정 동기동창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같은 최고경영자과정 동기동창이 돼 화제다. 세계경영연구원은 9월8일 개강해 2006년 8월 말까지 1년간 운영되는 세계 경영 명저 순례 최고경영자과정(EMMP)에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KTF 조영주 사장, LG텔레콤 남용 사장 등 이동통신 3사의 CEO 3명이 모두 등록했다고 밝혔다. 최철규 이사는 “CEO들이 여러 최고경영자과정을 섭렵하다 보면 동종업계 라이벌 기업의 CEO와 일정이 겹치는 수가 생긴다”면서도 “이번처럼 한 업종의 CEO 전체가 같은 최고경영자과정을 듣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번 강좌에는 이동통신 3사 CEO 외에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송자 대교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 신영주 한라공조 사장, 윤경희 ABN 암로 사장, 최준근 한국HP사장,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 등 쟁쟁한 경영자들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자 모임을 방불케 할 전망이다. 한편 EMMP과정은 마이클 포터, 피터 드러커, 김위찬 등 세계적인 경영학자들이 쓴 서적을 강사가 요약 소개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세계경영연구원이 올해 9월부터 신설하는 프로그램이다.이게 이렇죠MBA와 EMBA,AMP는 어떻게 다른가요경영학 학위과정과 관련된 용어를 살펴보면 MBA, EMBA, AMP 등 다양한 영어 약어들을 만나게 된다. 비슷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내용이 조금씩 달라 처음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이 용어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용어와 어떻게 구분되는지 정리해 봤다.◇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MBA는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한 경영학 석사의 약어다. MBA과정은 기업의 중간 관리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경영 전반에 관한 실무를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과정목표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은 대개 막 대학을 졸업했거나 기업에서 3년 내외의 경력을 쌓은 사회초년생들이 많이 듣는다. 원래 MBA는 학위과정을 뜻하는 말이지만 국내에서는 단기 비학위 프로그램 운영업체들도 이 용어를 사용해 과정명을 짓고 있는 실정이다. MBA라는 용어의 정의가 모호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EMBA(Executive MBA)EMBA 과정은 고위 관리자들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으로 MBA과정처럼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수강생들이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수업이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만 이뤄진다.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직장 경력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대학원들이 7~8년 이상의 직장경력을 요구한다. EMBA과정을 정식 MBA과정과 견주어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유럽의 명문 경영대학원인 프랑스의 INSEAD나 스위스의 IMD는 MBA보다 EMBA가 더 유명하며 특히, IMD는 전체 학생 가운데 95% 이상이 EMBA 과정일 정도로 중간관리자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AMP의 가장 큰 특징은 학위를 주지 않는 과정이라는 것. MBA나 EMBA보다는 학업강도가 약하다. 최신 경영학 지식을 배우면서 인맥을 넓히려는 목적을 가진 기업의 CEO나 고위임원들이 주로 수강하며 보통 6개월 단위로 신입생을 받는다.☞ 최고경영자과정(AM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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