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자녀교육 비밀 포트폴리오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에 큰 관심을 갖는다. 첫째, ‘돈’에 대한 관심이다. 돈은 ‘부자’라는 신분을 유지하게 하는 기반시설이기 때문이다. 둘째, 돈이라는 기반시설 위에서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에너지원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마지막 관심사는 바로 ‘자녀교육’이다. 가정의 평안과 자신이 일군 부를 유지하기 위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절대적이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성취하는 것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돈과 건강이야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지만 자녀교육 문제만큼은 그렇지 않다. 시가 20억원이 넘는 고급아파트에 사는 부자들이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단돈 2000~3000원에 벌벌 떠는 자린고비형 부자들이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자녀교육을 잘 시키는 것 자체가 부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준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다르다. 부모 자신이 성공했거나 현재 삶에 별 불만이 없을 경우 자녀교육 문제가 ‘인생 유일의 걱정거리’가 된다. 그러나 본인의 삶이 힘들거나 경제적 상류층으로의 신분 상승욕구가 강한 부모일수록 아이를 바라보며 ‘내 인생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안목 갖고 자녀교육 해야결론적으로 부자들은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큰 흐름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의사 아버지는 앞으로 의료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니 아이들은 다른 유망 직업을 택했으면 한다.반면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집안에선 ‘우리 애는 꼭 의사를 시켜야겠다’고 기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자들에게는 교육비가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다. 사교육비 부담이 그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통과하기 위해 ‘사교육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보급품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부자들은 ‘돈’이라는 총알이 많다. 서울 강남의 학원에서 한 과목을 수강하려면 보통 25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그렇다면 소위 ‘국 영 수’에다 과학 또는 사회 한 과목을 추가하면 월 100만원이 지출된다. 아무리 비싼 학원이라도 과목 당 월 30만원을 넘기 어렵다. 그 이상은 다 불법과외, 불법학원으로 단속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또한 부자들에게 유리하다. 입시전쟁이란 게 본질적으로 총액상한선이 정해진 비슷한 가격의 학원에 얼마나 많이 다닐 수 있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아이가 다닐 수 있는 현실적 학원의 수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수입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부자일수록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중산층이 시키기 힘든 면접 준비, 주요 과목의 보충과외, 영어논술 대비 등의 학원을 몇 개 더 다녀도 전혀 부담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녀를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의 교육에 ‘올인’하고 있는 중산층 이하가 이기기 힘든 게임이 바로 대한민국 입시교육 시장이다. 어찌 보면 교육시장이야말로 양극화의 단면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다. 선진 시스템 곧장 받아들여 양질교육 수혜선진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기 쉬운 곳도 부자들이 밀집해 있는 부촌이다. 중·고교 때 아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과목은 수학이다. 그렇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 괴롭히는 과목은 영어다. 수학은 타고나는 면이 강하지만 영어는 지속적 훈련을 하면 충분히 실력이 상승 가능한 과목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아이의 영어공부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 이는 다른 계층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방법론은 전혀 딴판이다. 아예 초등학교나 중학교 저학년 몇 년 동안 해외에 나가서 학교를 다니다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똑같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아이라면 1주일에 두 번 2시간씩 국내에서 영어학원을 다닌 것보다는 1년 이상 영어권에서 살다 온 아이가 영어를 잘 하는 것은 당연하다. 캐나다나 미국, 영국에 유학 가 있는 동안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수학 과목이 뒤처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기에 외국에서 수학 등의 과목을 과외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유학비로 1년 동안 5000만원 이상 드는 것이 일반적이니 중산층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5000만원은 중견기업 차장, 부장급 연봉으로 웬만한 샐러리맨은 엄두를 낼 수 없는 금액이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미시경제학’에 보면 교육 서비스를 위치재(positional goods)로 분류하고 있다. 위치재란 다른 사람이 소비한 것과의 상대적인 차이로 가치가 결정되는 상품이란 뜻이다. 즉, 남들이 다 받는 것을 똑같이 받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격고사가 아닌 순위를 정해야 하는 현재의 대학입시에서는 1점이라도 남보다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지적 능력을 가정한다면 남들 다하는 것 이외에 차별적인 것을 더 해야 하는 것이다.부자들 대부분이 ‘경험적 경제학자’인 것처럼 배우지 않아도 교육이 위치재임을 깨우치고 있다. 그래서 부자들은 자녀교육에도 차별적인 서비스를 원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교육시장에 ‘맞춤형 컨설팅’ 개념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 하나만을 위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학원도 대형 학원보다는 소규모의 팀 단위로 움직이는 학원을 선호한다. 의사 ·변호사, “배움이 신분상승 열쇠” 믿음자수성가형 부자들은 자신이 학벌을 이용해 돈을 번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들이 ‘세상을 읽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사, 변호사 등 자신이 공부를 잘 해서 현재의 부를 창출한 전문직형 부자들은 여전히 학벌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명문대에 집착해서 성공했고, 고시를 통한 신분상승을 이루었기에 자녀들도 최소한 그러하기를 바란다. 강남에서도 유독 대치동이 압구정동이나 서초동, 방배동 등 강남의 전통적인 부자들 동네보다 교육열이 과열된 것은 대치동에는 경제적 상류층을 꿈꾸며 자녀 교육에 무리하게 ‘올인’하는 중산층과 학벌을 중시하는 전문직형 부자들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또 부자들은 정보에 민감하고, 결정이 빠르다. 주식, 부동산, 채권 등에 대해 평소 정보를 수집하고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바꾼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걸림돌인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다.중학교 때까지는 국내 명문대학에 진학시키려고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나 요즘처럼 원하는 성적보다 더 좋게 나오는 경우 바로 해외유학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중산층 이하 사람에게는 서울에 있는 대학진학이 유일한 길이라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중국, 한국 중에서 아이의 장래에 유리한 쪽의 대학으로 진학시키겠다는 것이 부자들의 교육 포트폴리오다. 보통 중학교 3학년 때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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