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
로운 물건을 그릇(容器)에 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쓰다 남은 내용물을 버린 다음 새것으로 채운다. 이는 마치 컴퓨터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나 이미 읽은 e메일을 지워서 더 중요한 자료를 담아둘 수 있는 용량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버려야 새로워진다는 것은 이처럼 너무나 간단해 보이는 이치지만 우리가 이사를 하는 경우에는 전혀 달라진다. 이삿짐센터에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이삿짐을 꾸릴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이삿짐을 싸는 데 며칠 밤낮이 걸려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짐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과거의 추억을 쉽게 버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물론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물건들을 경제적인 가치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손때 묻은 물건들에 담긴 추억이나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옛 가치(Nostalgic Value)에 매달려 좀처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에 우리가 살아야 할 공간을 생산적인 곳으로 만들지 못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가치변화는 이보다 훨씬 더 빠르다. 실제로 어제까지 회사의 캐시카우(Cash Cow) 같던 핵심 사업이 어느 해부터 이익은커녕 큰 적자를 내는 골칫덩어리로 변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 별로 제 역할을 할 것 같아 보이지 않던 사람이 회사의 운명을 바꿔 놓을 만큼 큰 재목으로 자라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기업 현장에서는 옛 것과 새로운 것의 가치변화가 격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구에 비해 훨씬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해 온 우리 경제는 생산요소 가운데 취약했던 자본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지식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를 여전히 인건비라는 ‘비용 요소’로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이미 감가상각이 끝나버린 기계 설비를 조상이 물려 준 소중한 문전옥답처럼 여긴 나머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우리는 ‘격변의 시대’란 말의 뜻을 ‘다가오는 미래는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크게 궁금해 하면서 미래를 읽고 준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옛 가치 보전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어제와 같이 뜨고 지는 해, 매일 같은 사람들과의 만남, 같은 출·퇴근길, 월말이면 어김없이(?)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 등 자칫 변함없는 것처럼 잘못 보기 쉬운 일상생활이 우리를 옛 것에 매달리게 만들기 때문일까. 욕관천세 수금일(慾觀千歲 數今日). 당신이 천년 앞을 내다보려는 욕심이 있다면 오늘에 담긴 미래부터 읽어라. 중국의 오자(吳子, 전국시대의 병법서)에 나오는 이 얘기는 우리가 눈 여겨 보기만 하면 주변의 일상적인 사건 가운데 미래를 읽는 실마리를 찾아 낼 수 있다. 잘 나가던 반도체 D램 사업을 버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세계 최강자가 된 인텔(Intel), 주업(主業)이던 펄프 사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세계 최강의 이동통신장비 업체로 부상한 노키아(Nokia) 등은 옛 것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큰 성공을 이뤄냈다. 이런 기업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성공 전략의 기본은 버리는 것이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면 미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격변하는 시대에는 버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