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자본주의 자화상
래에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의 대도시를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중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세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웅장한 빌딩 숲과 밤새 네온사인을 밝히는 명품 거리를 보면 입을 다물 수 없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한국을 생각하면 주눅이 든다. 실제로 중국은 78년 이후 연평균 9.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교역규모가 1조1547억달러에 달해 세계 3위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또 지난 5년 간 연평균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200억달러였는데 올해는 사상 최고인 8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90년대 초반 중국에서 온 가난한 학생들과 함께 영국에서 유학했던 필자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더욱 더 경이롭기만 하다. 사실 우리 사회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넘어 오면서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과거의 권위주의와 단절했고, 종적인 서열사회가 횡적인 평등사회로 이행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현 정권은 역대 정권 중 가장 저조한 국민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정책 방향의 우선순위를 잘못 정한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21세기 들어서 국가 간 경쟁관계가 더욱 치열해지고, 국가 간 이해관계가 경제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나 역사바로세우기 등 부수적 아젠다가 주류정책으로 기능해 온 측면이 강하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기업인들이 일방적으로 매도되고 부자들은 무조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해 부를 축적한 ‘악의 화신’인양 몰아가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한강의 기적’을 이룬 기업인들이 모두 역사바로세우기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한국에 투자를 생각했던 해외자본들은 제2, 3의 투자처를 찾아 떠나버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국가정책, 특히 경제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세계 화상(華商)의 유동자산 규모는 2조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유대인과 함께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중국정부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지원한 데 힘입은 바 크다. 중국정부는 개방정책을 표방한 이후 지금까지 26개의 투자관련 법률을 개정, 혹은 제정했다. 예컨대 중국 헌법 제50조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은 화교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며 귀국한 화교와 그 친족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이 중국에서 배워야 할 게 있다. 중국의 ‘화상 포용주의 경제정책’처럼 국가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 간단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돈을 버는 것이 죄악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임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직도 국제통화기금(IMF)환란이라는 상처가 깊숙이 남아있다. 경제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IMF 시절과 비교하며, 그때보다 더 어렵다느니, 아니면 버금간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는 경제가 곧 ‘삶의 방정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므로 경제는 꿈을 이루는 도구이며, 모든 사고는 경제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고, 돈을 밝히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말고, 돈에 대해 생각하고, 돈에 대해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부자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