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사자 열풍···새판짜는 투자ㆍ운용전략

장기성과에다 단기 시장흐름 타야 'Fun Fund'

식형 펀드 수탁고가 올 들어서만 9조2592억원이 늘어났고 10월6일 현재 17조8108억원을 기록했다. 월 단위 수탁고 추이도 매우 안정적이다. 특히 지난 9월에만 2조1986억원이 늘었다. 이는 월 단위 자금 증가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다. 가장 중요한 원천은 적립식 투자다. 무엇보다 적립식 투자는 단기적인 수익률 하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주가 하락은 적립식 투자자의 수익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적립식 투자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투자기간이 3년 이상이며 5년, 10년 이상 투자 기간을 설정하기도 한다. 투자기간이 장기이기 때문에 펀드의 장기 성과도 펀드 선택 시 중요한 잣대가 된다. 99년에 설정된 주식형 펀드 수는 전체 펀드의 45%를 차지한다. 그러나 설정규모 비중은 고작 9%에 불과하다. 반면에 설정된 지 최근 3년이 안된 주식형 펀드는 전체의 27%지만 설정액으로는 65.8%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검증된 장기 운용 성과에 의해 펀드에 돈이 몰렸다기보다는 상당부분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능력에 의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던 측면도 있다.단기간에 달성한 좋은 실적은 운용 능력보다는 운에 의존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새롭게 펀드를 설정하는 시점의 주가가 낮았고 운 좋게 시장이 대세 상승기를 타서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단기간의 성과가 운(運) 때문인 지 아니면 실력에 의한 것인 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장기 성과를 들여다봐야 한다. 실제 최근 장기운용성과로 승부하는 펀드가 늘고있다.작년 말 대비 자금 증가가 많았던 펀드들 가운데 3년 이상 운용된 펀드 중 미래에셋인디펜던스 미래에셋디스커버리 세이고배당주식형 등은 올 들어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면 수탁고가 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한편 100억원 이상 펀드 중에서 3년 이상 수익률을 보유한 펀드는 38개로 이들 펀드의 3년 단순 평균 수익률은 102.87%이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88.56% 상승해 종합주가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보였다. 이중 20개 펀드는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운용 성과가 좋은 펀드만이 살아남음에 따라 발생하는 생존오차(survivorship bias)가 있지만 길지 않은 국내 펀드 시장에서 양호한 장기 성과를 기록하는 펀드들의 등장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 펀드들의 경우 여전히 해당 회사의 대표 펀드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역량이 집중된 운용사의 대표 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은 그 회사의 운용 철학, 투자 프로세스 등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미래에셋자산은 펀드매니저의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많은 가운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운용 스타일을 보이고 낮은 매매 회전율을 보이는 SEI에셋이나 신영운용의 경우 배당·가치주 펀드를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를 운용하며 PCA운용은 매니저의 재량권을 인정하면서도 리서치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이 외에도 많은 운용사들이 나름대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 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단기 성과에 급급한 운용사들이 몇몇 스타 매니저의 통제되지 않은 재량권에 의해 펀드를 운용했었다. 그러나 2000년 주가 하락 이후 운용사 내에서 펀드 운용에 대한 질적인 변화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고, 그 과정에서 철저하고 중·장기적이며 유기적인 투자 프로세스에 의해 펀드가 운용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 장기적으로 양호한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이처럼 펀드의 장기 성과가 중요하다면 장기 성과만을 기준으로 펀드를 골라야 하는가’ 라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지는 않다. 장기 성과와 함께 단기 성과도 비중 있게 보아야 한다. 단기 성과를 통해서 양호한 장기 성과를 유지해 온 힘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양호했던 성과가 현재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단기 성과를 단순히 수익률 측면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유지됐던 또는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던 투자 스타일이 현재에도 유지되는가를 판단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펀드는 수익의 원천에 따라 수익과 위험을 특징짓는 투자 스타일이라는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색깔은 시장의 흐름이 변하더라도 원래의 색깔을 유지한 채 지속되곤 한다. 주식형의 경우 투자 스타일은 펀드가 투자하는 대상 종목에 따라 대형성장주 대형가치주 중소형가치주 중소형성장주 등으로 나눠볼 수 있으며 펀드 간 운용 성과도 투자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작년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이 중소형 배당주 위주로 상승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중소형배당 가치주 스타일의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이 펀드들의 성과가 좋아지면서 중소형주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속속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 규모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작년 3월 말에는 5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는 5조원이 넘은 상태다.그렇다면 이들 펀드가 항상 좋은 성과를 보였을까. 그렇지 않았다. 불과 2003년에만 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3년에는 대형성장주가 주식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에는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매우 좋았다. 그러나 당시 빛을 발했던 이 펀드들은 작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투자자들이 장기 운용 성과가 좋은 펀드를 선택하게 되면 운용사는 장기적인 관점의 운용에 집중함으로써 단기적인 운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에 따라 펀드 투자자금이 급감하고 이는 다시 주가를 끌어내려 운용수익률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된다.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사실 주식시장의 흐름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더욱이 3년 이상 장기적인 투자를 한다면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투자 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리고 펀드 선택에 대한 적정성은 수익률을 통해서 판단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대형성장주 위주로 상승한다면 대형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성과는 양호하게 나타나야 할 것이며 중소형주 위주로 주식시장이 상승한다면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의 성과가 우수하게 나와야 하는 것이다. 만약 대형성장주가 상승했는 데도 여기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거나 반대로 중소형주가 상승함에도 해당 펀드수익률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운용사나 펀드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장기적인 성과의 테두리 안에서 단기 성과를 통해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펀드를 고를 때 투자 스타일을 분산해서 투자하되 이들 펀드는 장기 성과가 좋으면서 단기적인 시장흐름에 맞춰 그 수익률을 설명할 수 있는 펀드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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