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브루넬로 와인의 장인들

니 블레어가 애호한다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이하 브루넬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레드 와인이다. 브루넬로를 만드는 몬탈치노 마을로의 기행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설렘으로 가득하다. 베스트 브루넬로 양조장을 소개한다. 살비오니로 가는 발걸음은 항상 가볍다. 호텔에서 나와 그저 좀 걸으면 그만이다. 몬탈치노의 양조장들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양조장 지도를 펴면 금방 닿을 것 같아도 대부분의 양조장이 차로 한참을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매년 뵈었지만 올핸 유난히 그 백발이 더 희게 보이는 줄리오 살비오니(Jiulio Salvioni)는 발효를 마치면 와인을 모두 집에 들여 놓는다. 수확하고, 압착하고, 발효하는 과정이야 양조장에서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해도 가장 중요한 작업인 숙성만은 집에서 하려고 한다. 그래야 매일 매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과 함께 잠자고, 와인과 함께 일어난다. 이렇게 동고동락해서 살비오니의 브루넬로가 만들어진다.2009년 올해 출시되는 브루넬로는 2004년 빈티지이다. 브루넬로는 수확 후 다섯 번째 해의 1월 1일부터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규칙이다. 줄리오가 특히 기대하고 있는 2006년 빈티지는 2011년 1월부터 거래할 수 있다.빈티지가 좋지 않으면 브루넬로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등급을 낮추어 다른 이름으로 와인을 파는 줄리오. 그는 2004년부터는 계속 브루넬로를 만들어 내고 있다. 4헥타르에 이르는 그의 밭은 지역 양조장 중에서도 작기로 소문났다. 매년 평균적으로 1만 병 이하의 브루넬로를 담근다. 스스로의 품질 기준이 엄청 짠 것이다. 2004년과 2005년엔 8000병, 2006년과 2007년엔 1만 병 정도 병입했다.살비오니 와인의 특징은 우선 확실하게 잘 익은 브루넬로라는 점이다. 산지오베제의 거친 산도와 타닌을 농익도록 하는 재배의 노하우가 있다. 그런 다음에는 엄격한 자체 품질 기준을 대어 만족하지 않으면 등급을 낮추고야 만다. 와인의 향기는 진한 딸기, 체리 같다. 무척 싱싱하고 신선한 내가 난다. 입 안에서는 무게를 준다. 혀와 입천장에 쭉 퍼지는 느낌이 있고, 그 느낌이 무척이나 부드럽고 매혹적이다. 물론 여운도 길다. 숙성력이 좋아서 십 년 아니 이십 년을 두고도 능히 맛을 볼 수 있다.피에로 팔무치(Piero Palmucci) 그는 일부 양조장들이 선호하는 바릭이나 토노는 와인의 개성을 흐트러뜨린다며 사용을 경계한다. 그는 심지어 동료 생산자들이 브루넬로 외에 메를로나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타국 품종을 재배하는 것까지 꺼린다. 오직 브루넬로만 외친다. 1988년 마렘마 출신 피에로는 제2의 인생을 위해 몬탈치노를 선택했다.그가 1989년에 설립한 양조장 포지오 디 소토(Poggio di Sotto)는 카스텔누오보 델라바테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꼭대기에 조성되어 있는데, 최고봉이 아니라 밑에 있는 봉우리라서 이름을 포지오 디 소토라고 명명했다. 그가 구입한 포도밭은 남동향 언덕이고, 토양이 거칠고 미세 기후가 포도 재배에 적합하여 만족한다. 포도는 각각 200m, 300m, 400m 등에 위치한 조각난 밭에서 얻는다. 해발고도의 블렌딩이라고 할까. 그는 다른 양조장처럼 생산량을 늘리려고 다른 마을의 포도를 섞진 않는다. 소유한 밭들은 모두 양조장 주변에 있다.그의 포도밭은 12헥타르 규모이다. 평균 4만~4만5000병 정도 생산한다. 브루넬로의 숙성을 더 한 리제브바는 1999년 빈티지 이후로는 생산을 중단했고 2004년 빈티지부터 다시 출시할 예정이란다. 그 말을 듣고 궁금증이 일어 질문했다.“2001 빈티지가 좋은데, 왜 리제르바를 담그지 않았나요?” 그의 답변에선 와인에 대한 그의 고집스런 자긍심이 엿보였다. 설명인 즉, 2001년 빈티지가 나왔을 때 그는 늘 하던 대로 6병을 시에나 와인 주무부서로 보냈다. 문제는 시음 결과 평가위원회가 병입된 와인이 브루넬로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 위원장은 뭔가가 부족하다며 브루넬로 딱지를 주지 않았다. 피에로는 너무 화가 치밀었다고 한다. 그저 평소대로 와인을 양조했는데 인정을 받지 못하다니 말이 되지 않지 않느냐라고 회고한다. 하지만 이제는 초연한 듯 보인다. 그는 등급을 강등하여 지방 와인으로 처리해서 몽땅 팔아버렸다. 양조 10주년을 기념하려고 온갖 정성을 기울였는데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노인의 지혜가 엿보였다. 그는 더 이상 이 일로 노하지 않는 것 같다. 아주 초연해 보였다. 그는 빈티지가 엉망이었던 2002년에는 와인을 한 병도 병입하지 않았다. 모조리 벌크 와인으로 다 매각해 버렸다. 뜨거웠던 2003년에는 평소 생산량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치게 소량 병입했다. 좋은 포도만을 고르고 골라, 브루넬로로 5000병, 그 아래 등급인 로쏘 디 몬탈치노로 5000병을 생산했을 뿐이다. 2006년 로쏘 디 몬탈치노를 시음해봤다. 알코올과 산도와 타닌이 조화로웠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제비꽃 아로마를 맡은 후에 입 안을 적셔보니 감촉이 부드럽고, 밸런스가 좋으며 여운이 남았다. 2004년 브루넬로는 전방위로 확장된 로쏘의 느낌을 주었다.칠레 산티아고=조정용 아트옥션 대표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