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마지막 에덴, 순수의 땅을 찾아 가다

생명의 땅 오카방고 델타 Okavango Delta

살다 보면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때가 오지만 실제로 용감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도피가 아닌 변화의 수용이라는 차원에서 늘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변화는 도전이지만 성장이며, 두려움이지만 나에게로 돌아오는 회복의 길이다.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대륙이 있다면 그건 단연코 아프리카일 것이다. 어떤 시인의 말처럼 아프리카는 스스로 ‘완전성’을 지니고 있는 땅이다. 여행자들의 눈에 황폐하고 가난하고 야생의 동물들만 득실대는 아프리카는 사실은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몸과 영혼을 가진 땅이 되었다.대지와 인간, 동물과 식물이 가장 조화롭게 존재하는 곳. 특히 하늘에서 바라본 오카방고는 더더욱 그러하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그리워하던 곳, 10여 년 동안 꿈꾸어 오던 생명의 땅, 오카방고를 드디어 하늘과 땅에서 만나고 돌아왔다.칼라하리의 보석으로 표현되는 오카방고 델타는 보츠와나의 거칠고 메마른 사막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습지대로 거대 호수가 증발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면적은 1800㎢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으로 벤구엘라 고원과 오카방고 강에 의해 형성된 습지에 수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주요 거점인 마운에서 헬기를 타고 오카방고 델타를 관찰하기로 했다. 하늘에서는 헬기나 세스나기를 이용해 오카방고를 감상하지만 주위가 호수와 늪지대이기 때문에 땅 아래에서는 모코로(MOKORO)라고 하는 카누로 이동하기도 한다.오카방고는 기린, 코뿔소, 얼룩말, 코끼리는 물론 하마, 악어 등의 습지에 서식하는 수많은 종의 야생동물들까지, 게다가 조류, 각종 식물과 곤충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 아프리카의 야생 환경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검은 영혼의 땅 아프리카를 항공사진으로 담아온 로버트 B. 하스(Robert B. Haas)의 사진들을 보면 처음에는 숨이 멎고 그 다음에는 우습게도 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또래 청춘들의 가슴에 표어처럼 담긴 어구,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그리하여 하늘에서 오카방고의 참 얼굴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었다. 오카방고에 간다면 세스나기나 헬기로 하늘에서만 가져다주는 스펙타클한 자연의 감동을 느껴보자.실제로 비상하는 새의 시각과 동일한 경험을 주는 헬기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경이로움이며 마치 한 마리 새가 되어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이다. 초가지붕과 돌담 집, 가난에 찌든 도시의 마을조차 그림처럼 아름답고 활기차 보이는 그 기만적인 풍경들이 사랑스럽다.헬기 측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세찬 바람 속에 오랜 시간 기다리다 셔터를 누르며 아프리카의 생명수, 오카방고의 맨 얼굴을 바라보는 감흥은 황홀함 그 자체라고 고백하고 싶다. 그 거대하고 세밀한 풍경에 압도돼 한갓 인간에 불과한 나는 조용히 ‘항복’하고 만다. 헬기를 타게 되면 하늘에서 볼 때만 드러나는 거대한 자연의 무늬 앞에 고요히 숨죽이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프랑스의 항공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과 함께 아프리카의 야성 세계를 앵글에 담아온 하스의 책들을 보츠와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하스의 애정은 (1988), (2001), (2002), (2002)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들에 담긴 사진들을 바라보노라면 그가 단지 아프리카를 아름다운 피사체가 아닌 미래에도 남아 있어야 할 땅으로 보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신의 눈으로 본 듯한 그의 아프리카 항공사진을 보면 예일대와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두 대학에서 명예교수직을 갖고 있던 그가 왜 아프리카의 하늘 위에 떠 있는지를 알게 된다.햇살에 반짝이는 보츠와나의 한 호반을 배경으로 서 있는 기린 세 마리의 실루엣,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나미비아의 모래 언덕, 황금빛 모래와 오렌지 빛 그림자 사이를 칼로 베어낸 듯한 능선, 잊혀진 고대 문자처럼 남아프리카 바다에 펼쳐진 그물 타래들, 인간 사회의 단면을 모자이크처럼 보여주는 판자촌 양철 지붕들 등 그가 우리에게 보내온 사진들은 가뭄과 기근으로 신음하는 불안과 극빈의 땅, 세계 부유국들이 선심 쓰듯 베푸는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절망적인 빈곤의 대륙 아프리카를 잊게 만든다. 인류의 조상이 태어나 여정을 시작한 곳, 생명체가 싹트기 시작한 때부터 존재한 만물의 진정한 요람이라 할 수 있는 고향 같은 땅 아프리카를 보여주는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안도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자리 잡는다.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고 고귀한 야성을 지켜온 땅의 존재감 때문에 안심하고, 아직까지는 건재하지만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을지도 모를 이 땅의 미래가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하늘에서 본 아프리카의 초상은 생명의 강인함과 이 땅을 지배하는 신의 섭리를 느낄 수 있어 마음은 오히려 평화로워진다.오카방고에서는 목적지가 없다. 그저 하늘에서나 대지 위 수로에서나 그 경이로운 자연을 만끽하고 가슴에 담으면 그만이다. 어딘가에 있을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아도 좋다. 오카방고 강이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모래 속으로 스미거나 수증기로 변해 공기 속으로 사라져도, 누군가는 태초의 모습 그대로 그 강물이 있었다는 걸 기억할 테니까.마운은 오카방고 델타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로 수많은 사파리와 전세기 관련 사무소가 있다. 그래서 항상 마운의 공항 주변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5월부터 10월에 이르는 겨울이다. 비도 오지 않고 날씨는 따뜻하지만 밤에는 추워지기 때문에 재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11월부터 4월까지는 매우 뜨거운데 이 기간은 우기이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마운은 전원의 개척마을로 타마라칸(Thamalakane)강을 따라 펼쳐져 있으며 최근 자동차와 4륜 지프차의 렌트를 비롯하여 쇼핑센터와 호텔, 롯지(lodge) 등이 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원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지역의 부족민들이 그들의 가축을 데리고 나와 길거리에서 팔고 강둑 근처의 목초지에는 말들이 돌아다니는 등 원초적인 전원의 풍경이 평화롭게 살아 있다.글·사진 함길수 자동차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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