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은 왜 되풀이되나

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매매가만 아니라 전세가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그 결과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는 강남을 비롯해 전세가 하락이 심각한 수도권 지역에서 역전세난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의 상황을 연상시키고 있다.이처럼 역전세난으로 전세금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자 집주인들이 부족한 전세금에 대한 이자를 역으로 세입자에게 지불하는 경우조차 생겨나고 있다. 그나마 세입자가 재계약하거나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면 다행이지만 새로운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세입자가 전세금을 반드시 돌려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전세금 분쟁이 불가피하게 벌어지게 된다.전세라는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임차제도다. 일본의 경우 사례금조로 일부 목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처럼 아예 월세 없이 순수하게 일시금만을 받고 주택을 빌려주는 사례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전세 제도가 생겨난 배경은 결국 제도권의 주택 금융 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즉,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집을 마련할 때 부족한 자금을 전세를 통해 보전하는 것이다. 전세를 무이자의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다달이 내는 월세는 소멸되고 마는 지출이지만 전세금은 비록 무이자이기는 해도 1~2년 후 원금을 돌려받는 일종의 강제 저축이라는 점에서 나쁠 것이 없었다.이런 사정은 주택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1990년대 말까지는 강남 지역 빌딩의 3분의 2가 전세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후에 빌딩들이 국내외 투자자에게 매각되는 과정에서 월세로 대부분 전환됐다. 월세라는 현금흐름이 존재해야만 빌딩의 투자성이 확보되고 매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입주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전세보다는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고정자산을 유동화하는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에 쉽게 수용됐다. 결국 이후 상업용 빌딩 시장에서 전세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됐다.이에 비해 주택 전세는 여전히 임대차의 일반적인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전세 제도가 집값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유용하게 보이지만 하강하는 국면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는 점이다. 집주인들이 주택을 임대하는 것은 향후의 집값 상승을 통해 주택에 대한 투자자금과 임대 수입 간의 차이를 커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주택 가격이 정체되거나 하락하게 되면 투자 자금과 임대 수입 간의 차이는 집주인의 손실로 나타나게 된다. 더욱이 가격 하락이 전세로 확장되면 이제 전세금 하락분까지도 부담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결국 전세라는 제도는 주택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개발 국면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선순환이 이뤄지지만 주택이 많아지고 가격이 안정되는 정체 하락 국면에 진입하면 역전세난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전세라는 제도의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이 나와야 할 상황이다.부동산114 대표서울대 경제학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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