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샤르도네 꺾은 화이트 와인 명산지

오스트리아 바하우

채나 나물 위주인 우리의 밥상에는 텁텁하고 거칠고 굵은 입맛의 레드 와인보다는 정갈하고 깔끔하며 담백한 화이트 와인이 아무래도 더 낫다. 그중에도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오스트리아의 화이트가 있다. 낯선 와인이란 점만 빼고는 전혀 빠지지 않을 매력을 지닌 와인, 오스트리아의 화이트는 바하우(Wachau)라는 곳이 명산지로 꼽힌다. 오스트리아 토종인 그뤼너 벨트리너와 독일 토종 리슬링이 대표적인 품종이다. 둘 다 맑고 깨끗한 입맛과 자연스런 향기를 지녀 음식을 받쳐주는 맛있는 와인이다.인구 800만 명 남짓의 오스트리아에서 양조장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아무리 멀리 떨어진 포도밭이라도 빈에서 두 시간 안팎이면 다다른다. 물론 빈에도 작지만 포도밭이 있다. 와인 생산 국가의 수도에는 거의 대부분 양조장이 없는데 비해 이곳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양조장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바하우는 코딱지만 한 빈 포도밭의 약 두 배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의 원산지다. 도나우 강을 굽어보는 가파른 사면에 위치한 바하우에는 대부분 청포도가 심어져 있다. 거칠고 황량한 모래 토양은 수분이 오래 머무를 수 없어 포도나무 생장을 위협하기도 한다. 2003년처럼 비 없고 무더웠던 뜨거운 해에는 심각할 정도로 나무가 상할 수 있다. 그래서 유럽연합에서는 바하우에 관개를 허용했다. 양조장별로 개별적으로 확보한 수원으로부터 기다란 관을 연결하고 언덕에는 펌프로 꼭대기까지 물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나무 아랫부분에 검정색 관들이 이런 수관이다. 오스트리아의 관개 시설은 매년 가동되지 않는다. 혹서기를 맞아 유독 가뭄이 심한 해에만 한정적으로 관개한다. 관개 시설이 없으면 아예 포도밭 조성이 불가능한 칠레와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특히 그뤼너 벨트리너는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슭에 심고, 반면 리슬링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버티므로 사면에 심는다.빈에서 기차를 타고 크렘스 역에 내리면 바하우에 거의 다 온 셈이다. 도나우 강을 따라 강 옆으로 조성된 포도밭은 근처 산등성이에 오르면 한눈에 들어온다. 강 남쪽에서 북으로 바라보면 병풍처럼 늘어선 포도밭을 볼 수 있다. 특히 사자왕 리처드 1세가 감금됐던 성이 우뚝 서 있는 뒤른슈타인 마을은 여행자들이 끊이지 않는다.바하우 나들이는 양조장 에메리히 놀(Emmerich Knoll)이 있는 운터로이벤에서 시작된다. 여기저기 산재한 이름난 포도밭에서 엄선한 그뤼너 벨트리너로만 만드는 ‘비노테크퓔룽’ 1990 빈티지는 세계의 이목을 오스트리아의 그뤼너 벨트리너로 돌리게 한 문제의 와인이다. 2002년 런던에서 샤르도네와 그뤼너 벨트리너 간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있었고, 그 결과 대부분의 고평가 와인들이 프랑스 샤르도네가 아닌 오스트리아의 그뤼너 벨트리너로 밝혀졌고, 그 사실을 와인 저널리스트 잰시스 로빈슨이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함으로써 그뤼너 벨트리너는 큰 관심을 받게 됐다. 힘과 균형을 추구하는 비노테크퓔룽은 오랫동안 숙성할 만한 와인이라 여겨 에메리히가 가장 자신하는 와인이다.운터로이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오베르로이벤 마을에는 양조장 피흘러(Pichler)가 있다. 포도밭 로이벤베르그는 바하우에서 가장 큰 단일 포도밭이다. 포도를 재배하는 이곳 40개의 양조장 가운데 돋보이는 품질을 양조하는 피흘러의 그뤼너 벨트리너는 올곧은 향내와 풍부한 질감, 그리고 화려한 입맛이 특징이다.강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바이센키르헨 마을 프라거(Prager) 양조장을 만난다. 주변에 비해 오래된 포도나무를 많이 소유한 이곳에는 70년 된 그뤼너 벨트리너가 있다. 나무줄기를 하늘로 향하도록 하는 ‘스톡쿨트르’라는 전통 방식을 통해 재배되는데, 질감이 무척 풍부하고 구조가 단단해 풀 보디 와인이다. 집중된 포도 맛을 얻기 위해 그루당 5송이 정도만 수확한다. 강을 따라 가면 슈피츠 마을이 있고, 거기엔 히르츠베르거(Hirtzberger) 양조장이 있다.마을 뒷산인 징게르리델 포도밭의 리슬링은 방향이 곱고 질감이 우아하며 섬세하고 균형적이라 찾는 이가 많다. 가파른 사면에서 어렵사리 키우기 때문에 수량이 적어 구하기 힘들지만 바하우를 대표할 만한 와인이다.조정용 비노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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