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STX조선-조선 업계 다크호스
년대 들어 재계에서 새롭게 떠오른 신흥 그룹을 꼽으라면 STX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쌍용중공업의 전신인 STX는 때마침 조선 산업의 장기 호황 사이클을 맞아 눈부신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STX그룹의 핵심인 STX조선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아찔할 정도였다.2001년 출범 당시 3000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6년 새 2조 원대로 급증했고 적자에 허덕이던 이익 구조는 플러스로 돌아서 지난해 1600억 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성과를 올렸다.그룹의 비약적인 성장과 달리 한동안 잠잠하던 주가는 지난해 한꺼번에 폭발했다. 연초 1만30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가 연말 한때 8만 원대로 치솟으며 무려 6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는 조선주를 통틀어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률이었다.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STX조선 주가는 작년 11월 초 8만 원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후폭풍을 맞으며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지난 1월 중순 3만 원선까지 하락한 데 이어 이후 반등을 시도하다 다시 조정 받아 7월 중순 현재 급기야 3만 원을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사업 자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으나 STX조선처럼 레버리지가 큰 회사들이 서브프라임 후폭풍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세한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STX그룹의 대규모 유상증자 부담까지 더해지며 주가 약세를 부채질했다.그러나 유동성 위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펀더멘털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가 저평가 메리트가 급속히 재부상하고 있다.그렇다면 STX조선의 기업 가치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을까. 먼저 STX조선을 언급하기에 앞서 STX그룹의 연혁부터 살펴보자. STX그룹의 태동은 200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쌍용중공업에 근무하던 강덕수 전무(현 STX그룹 회장)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스톡옵션에다 사재를 더해 쌍용중공업 지분 14.4%를 매입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미국계 한누리 컨소시엄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 이후 쌍용중공업은 STX로 사명을 바꾸고, 같은 해 10월 동양조선을 인수해 STX조선으로 이름을 바꾼 후 자회사로 편입했다. STX는 이어 기자재 생산파트를 분리해 STX엔파코를 설립했고, 2004년 4월에는 엔진 생산파트를 분리해 STX엔진을 설립하게 된다. 자회사인 STX조선도 같은 해 선실 및 대형 엔진 제작을 위해 STX중공업이란 회사를 별도로 세웠다.급기야는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범양상선을 인수했고, 범양상선은 이후 STX팬오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STX그룹은 이 같은 잇따른 인수·합병과 사업 재구축 과정을 통해 외형을 급속도로 키워갔다.하지만 그룹 태동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조선 업황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실 회사들을 끌어안고 출발한 STX그룹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할 정도였다는 게 외부에서 바라본 시각이었다.그러나 STX그룹은 2003년부터 조선 산업이 호황기에 진입하게 되면서 한 단계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장기간의 조선업황 침체로 과거 조선 대국이었던 일본의 조선사들이 모두 생산 설비를 감축한 상태였고 환율 폭등으로 한국 조선 업체들의 선가 경쟁력이 극에 달해 있던 시점이었다. STX조선도 때를 놓치지 않고 많은 수주를 성사시켰고, 이로 인해 유입된 선수금으로 과거 부실한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새로운 회사를 인수할 발판을 마련해 갔다. 이 과정에서 물론 위기도 없지 않았다. 특히 2004년 11월 범양상선을 인수할 당시 BDI(벌크운임지수)가 급락하면서 인수 실패 우려가 제기됐고, 그룹은 첫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이후 다행히 BDI가 다시 폭등하기 시작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STX는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갔다.STX가 한 단계 도약에 성공했던 데는 이 회사가 선사→ 조선사→ 엔진→ 기자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놓은 것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BDI 급등으로 STX팬오션의 실적이 개선되면 이를 바탕으로 그룹 내 조선사인 STX조선에 발주할 여력이 증가하고 조선사들은 다시 엔진 업체(STX엔진 STX중공업)에 발주하게 된다. 뒤따라 기자재 업체(STX엔파코 등)의 실적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다. 즉, STX는 해운 및 조선 업황의 수혜를 내부적으로 완전히 흡수할 수 있는 계열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다음으로 STX그룹 내에서의 STX조선의 위상을 살펴보자. STX 지주회사는 STX조선의 지분을 35.9%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STX조선은 다시 STX중공업 지분 99.8%, STX팬오션 지분 32.4%, STX에너지 지분 1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STX는 단순 지주회사일 뿐 실질적으로는 STX조선을 통해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STX조선은 그룹의 핵심적 위치에 서 있다.최근 STX조선의 주가를 급락시킨 주범은 몇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과거 초고속 성장 과정에서 불어난 레버리지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엔 캐리 자금 이탈과 금리 상승으로 유동성 위기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작용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의 외화 부채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000억 원대로 충분히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STX조선의 수주 상황이 여전히 탄탄해 선수금으로 받은 것만 6000억 원대에 달할 만큼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STX조선 주가를 끌어내린 또 다른 요인은 그룹의 대규모 증자에 따른 투자 리스크 우려다. 그룹의 모회사인 STX는 지난 6월 16일 3078억여 원의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보통주 539만여 주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항간에는 STX에 이어 계열사들도 증자에 나설 계획이며 이번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다. 이 같은 소문은 투자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며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STX 측은 이번 증자 목적이 신규 투자가 아닌 회사채 상환과 중국 다롄중공업단지 투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이 밖에 단기간 주가 급상승에 따른 리스크 관리, 동종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투자자 관리 등도 주가 조정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견조한 펀더멘털을 훼손할 만큼의 위력은 결코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그렇다면 STX조선의 펀더멘털 측면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지난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수주 선박은 21척이고, 수주 잔량은 230척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주 금액이 18억 달러, 수주 잔량 금액은 14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 회사의 최소 3~4년간의 먹을거리에 해당되는 규모다. 더구나 선종별 수주 내용을 보면 기존의 주력 선박(PC선)을 기본으로 깔고 가면서 시황에 따라 새로운 선종과 대형 선박을 수주함으로써 중형 조선소에서 대형 조선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척당 선박가격도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만큼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와도 같다. 올해 STX조선의 척당 선박 가격은 6400만 달러로 작년 대비 12.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굿모닝신한증권은 STX조선의 대형 선박 수주 실적이 증가함에 따라 2010년에는 척당 선박 가격이 730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STX조선의 올해 추정 매출액은 2조835억 원으로 작년보다 33.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 가운데 선박 건조 매출이 차지하는 금액은 2조795억 원으로 98.6%에 달한다. 일각에선 STX조선이 있는 진해 조선소가 지형적 한계 때문에 향후 고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실 진해 조선소는 연면적이 330만5000㎡(옛 100만 평)로 다른 대형 조선소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하지만 STX조선은 건조 공법의 다양화, 생산 공정의 효율화, 가동 시간의 최적화 등을 통해 지형적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과거 7년간 연평균 30.8%의 경이적인 성장을 보여 왔다. 이 같은 고성장은 조선 건조 공법의 첨단화 속에서 연간 인도 척수의 증가와 척당 선박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에 힘입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굴뚝 산업에서 보기 힘든 고성장 추세는 최소 201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수익성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2년간 BDI 급락으로 적자를 봤으나 2006년부터 다시 흑자로 돌아선 이후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07년 4.5%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6.3%, 2009년에는 9.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원가 상승세가 가파른 것이 부담 요인이긴 하다. 높은 매출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제조 원가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높은 매출 증가와 함께 척당 선박 가격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종 비중을 늘려가는 식으로 원가 부담을 해소해 수익성이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전망에 따르면 STX조선의 올해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각 1780억 원, 33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9%, 59.0%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전 이익률은 올해부터 두 자릿수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우량 자회사들의 실적 호전으로 지분법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지분법 대상 핵심 자회사는 STX팬오션과 STX중공업이다. 이들 두 기업 모두 실적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신규 설립하거나 인수한 해외 법인들이 2010년부터 수익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특히 STX노르웨이와 STX대련조선소의 경우 지분법 이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동시에 현금 흐름도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순이자 수입도 작년부터 플러스로 전환된 상태이며 올해는 3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힘입어 2010년부터는 고가 선박 비중 증가와 원재료 가격 안정까지 가세하면서 매년 안정적인 두 자릿수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마지막으로 주가 밸류에이션을 보자. 이 회사의 주가는 작년 고점 대비 60% 이상 조정 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밸류에이션 지표는 역사적으로 가장 싼 수준으로 진입했다. 주가수익률(PER) 기준으로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 12배 정도로 고성장 가치에 비하면 충분히 저렴하다. 조인갑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STX조선에 대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아직 잠자고 있다. 불확실성이 걷히자마자 주가는 이미 상당 수준 올라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