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종 바닥 찍고 턴 어라운드 교육주는 조정 받으며 양극화 예상

김미연 메리츠증권 연구원

상반기 교육·제지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 우리투자증권 윤효진 연구원과 유정현 한국투자증권연구원이 사실상 양분해 오던 이 부문 1위로 업종 담당 3년차가 급부상한 것. 김미연 메리츠증권 교육·제지 담당 애널리스트가 주인공이다. 김 연구원은 한경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신뢰도 및 정확성, 리포트 적시성,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능력 등 4개 부문에서 모두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김 연구원은 “청중이 많을수록 긴장을 덜 하는 특이한 성격”이라며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가능한 한 핵심을 간결하기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실제 김 연구원은 본인의 이력서에 특기 사항으로 ‘프레젠테이션’이라고 써 넣을 정도로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다. 첫 직장인 동양종합금융증권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10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한 경험도 있다. 톡톡 튀면서 핵심만 전달하는 의사 전달 스타일은 그의 보고서 방식에도 묻어난다. 지난 4월에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 변화에 따른 교육 관련주들의 수혜 전망을 내놓은 보고서 표지에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넣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다.대학 시절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경력도 무형의 자산이 되고 있는 듯싶다. 동덕여대 경제학과 출신인 김 연구원은 2학년 때 총학생회 부회장, 4학년 땐 단대 회장을 맡았다. “무슨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주변 권유를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어찌 보면 얼떨결에 단대 학생회장까지 하게 됐어요. 그래서 사실 지금도 외부에 밝히기가 꺼려져요. 학교 공부와 단대 회장을 병행하는 제 스타일을 두고 당시 운동권 출신 선배들은 못마땅해 했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공부했어요.”아직도 김 연구원의 부모는 딸이 대학 시절 총학생회 간부를 맡았던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는 썩 내키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면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성격이란다. 대학 시절 도넛 가게에서 시급 1500원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직원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고 떨이에 나서 주인이 놀랐다고 한다.“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재고가 남아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이왕 하는 것 열심히 팔아보자고 매달려 재고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더니 사장님이 시급을 올려주면서 ‘장사 하면 잘 하겠다’라고 하시더군요.”김 연구원은 2006년 교육·제지 업종 담당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8년 동안 시황 애널리스트였다. 오랫동안 시황을 담당하면서 시장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온 시각이 교육 제지 업종으로 전환한 이후 크게 도움이 됐다. 그는 “시황 담당은 한 페이지짜리 시황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밤새 블룸버그를 뒤질 정도로 고생스럽지만 업무 자체가 재미있고 시장을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며 “이런 부분이 처음부터 섹터(업종)에서 출발한 애널리스트와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시황 애널리스트에 미련이 남아 있는 눈치다. 그는 “숱한 고생 끝에 시황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분석하지만 연말 인사 평가 때는 ‘너는 무슨 일을 하니’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정말 답답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개인의 능력을 부각시키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업종 담당으로 전환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애널리스트 경력 10년차인 그의 연구원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은 편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동양종금증권에 입사한 직후 그는 명동 지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5년 만에 뽑은 신입 사원인데다 대졸 여직원을 일선 창구로 배치하는 일은 이전까지 증권업계에서는 거의 없던 일이었다. “당시 경력이 오래된 고졸 언니들의 질시를 한 몸에 받았죠. 6개월 동안 주 업무가 커피 150잔씩 타고 사무실 화분 20개에 물을 주는 일이었죠. ‘이 짓 하려고 대학 다녔나’라는 회의가 들더라고요.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관심 있던 패션 사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기였죠.”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마침 리서치팀에서 제의가 왔다. 처음 맡은 업무는 해외 증시 동향을 파악해 매일 아침 사내 방송을 통해 알리는 것이었다. “당시 살던 곳이 의정부였는데 전날 밤새 벌어진 해외 시황 체크를 위해서는 매일 5시 반까지 출근해야 했어요. 퇴근 시간도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여서 월급 대부분을 택시비로 날렸죠. ‘안 되겠다’ 싶어 목동 고시원에 들어가 6개월 동안 고시원 생활까지 했죠. 지금도 힘들 때면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 잡습니다.”프레젠테이션을 강점으로 내세운 그답게 담당 분야 하반기 시황 전망도 명료하다. 우선 제지 부문은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최악의 상황을 지나 올해 턴어라운드를 맞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고유가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금융 불안 등으로 올 들어 기존 성장주들은 크게 고전하고 있는데 반해 제지 관련주들은 오히려 지난해가 최악이었습니다. 펄프 가격은 100% 급등했는데 종이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거든요.”하지만 올 들어 이 같은 기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일부 국내 제지사가 상반기 중 가동을 중단한데다 펄프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 폭이 커질 전망입니다.” 그는 제지처럼 제품 간 차별화가 크지 않은 분야에서는 1위 업체가 공략 대상이라며 ‘한솔제지’를 추천했다. 최근 상장 러시를 이루는 교육 산업에 대한 전망은 다소 조심스럽다. 메가스터디 상장을 계기로 지난 4년여 동안 주목을 받아 온 교육주의 주가수익률(PER)이 지나치게 높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김 연구원은 “극심한 침체가 아닌 한 가계에서 사교육비를 급격히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육주는 그동안 고평가된 부분이 적지 않은 만큼 올 하반기 거품이 꺼지는 해소 과정을 거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버티는 종목과 무너지는 쪽으로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등학교 온라인 교육 시장 영향력을 중학교로 확대하고 있는 메가스터디나 초등학생 전문 영어 학원 청담어학원으로 유명한 CDI홀딩스 등 특정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김 연구원은 향후 교육 관련주의 핵심 변수는 현 정부가 고교 다양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특목고 300개 확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1300개 고등학교 중 특목고는 51개(예체능 제외)인데 이게 300개로 늘어날 경우 현재 고등학교 중심의 사교육 시장이 중등학교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것입니다. 하지만 촛불 집회와 장관 교체로 당초 7월로 예정돼 있던 특목고 가이드라인 발표가 늦어지고 있어 향후 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지난해 12월 결혼한 김 연구원은 애널리스트에 앞서 예비 엄마로서 국내에서 아이를 낳기가 겁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교육 정책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 변화시키든 사교육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는 현재와 같은 사교육 열풍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블룸버그 시장이 시도하고 있는 뉴욕시의 교육 정책 변화처럼 공교육 시스템을 먼저 개선하는 게 사교육 과열을 해소하는 첫 단추”라고 지적했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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