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포트폴리오, 브릭스에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전환 필요”

서정두 한국투신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

“물가 상승률이 4∼5% 내에서 완만하게 상승할 때는 주식 펀드 등 에쿼티 투자가 최적의 투자이지만 5%를 크게 초과하며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에는 현금 비중을 확대해 단기 쇼크에 대비해야 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하는 것도 단기 유동성 쇼크 대비 차원입니다.”서정두(43) 한국투신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상무)은 최근의 투자 환경에서 핵심 변수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한 헤징(hedging)이라고 강조했다. 올 초 알리안츠자산운용에서 한국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서 상무는 대안 투자 전문가다. 2002년 국내에 처음으로 상장된 개방형 상장지수펀드(ETF) ‘Kodex200’도 그의 작품이다. 당시 삼성투신운용 인덱스운용팀에서 근무하던 그는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2000년 홍콩에서 열린 ‘인덱스 펀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아이디어를 찾아냈다고 한다. 이전에도 증시에 ETF가 상장돼 있었지만 폐쇄형인 관계로 실제 펀드와의 가격 갭이 커서 사실상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 상무는 귀국 후 증권선물거래소, 금융감독원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준비한 끝에 2002년 처음으로 개방형 ETF를 상장했다. 이후 국내 ETF 시장은 6년여 만에 8배(약 2조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한국투신운용으로 옮겨 온 후 그가 첫선을 보인 상품은 비즈니스위크 선정 100대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짠 ‘선진블루칩펀드’다. 글로벌 가치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브릭스(BRICs)에 치우친 기존 상품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 온쇼어(onshore: 자국 내) 설정의 헤지 펀드 상품을 만들어 국내 투자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대체 상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 유동성 중심으로 경기 호황을 보여 온 인도 동유럽 국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면 브라질 러시아 등 고유가로 달러 유입이 왕성한 성장국과 펀더멘털이 견조한 국가들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만큼 시장 조정에도 버틸 것이다. 무역흑자 외환보유 소비 등 모든 분야에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주식시장의 단기 반등은 어렵다고 본다. 당분간 중국 정부의 정책에서 주식시장 안정이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1980년대처럼 경제 고성장 속에서도 주식은 장기 소외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호예 수 물량이 대거 풀리고 있어 수급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반사이익이 기대되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은 크게 낮다.”“베트남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일단 급한 불은 잡힌 상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의 신용 위기가 불거지지 않는 한 현재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 크레디트 크런치(Credit Crunch: 신용 위기)는 한 국가가 폭발해야 해소되는 속성을 보이는데 현 상황에서는 아시아보다 외국인 직접 투자(FDI) 비중이 높은 동유럽이나 아르헨티나 쪽의 가능성이 높다.”“한국은 여전히 이머징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데 사실상 우리와 경제 사이클이 유사한 브릭스 국가 중심으로 투자해 놓고 헤징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과 국내 경제의 30%가 맞물려 있는데 어떻게 헤징이 될 수 있겠는가. 이는 분산이라기보다 종목 투자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와 같은 브릭스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헤징 전략상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또 펀드 투자 손실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펀드 런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손실 규모가 너무 커서 손절매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국내 주식에 투자한 주식형 펀드보다는 브릭스 국가 등에 투자한 해외 펀드에서는 환매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이머징 마켓의 비중 감소를 통한 리스크 축소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헤지 펀드들도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확보를 통해 단기 변동성에 대비하겠다는 접근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연말까지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올랐으나 하락장에서는 이머징 국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돼 훨씬 큰 폭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정부가 추가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시장 개입은 일종의 ‘무력시위’로, 언제든 다시 개입할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선전포고식 환율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정확히는 미국 우량 기업이라기보다 글로벌 리딩 그룹이다. 비즈니스위크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이 주요 편입 종목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의 주요 기업이 포함돼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3개사가 들어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매출 구조가 이머징 북미 유럽 등으로 각각 3분할돼 있어 선진 시장과 이머징 시장의 수혜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거꾸로 불황에도 강한 측면이 있다. 이들 100대 기업의 평균 성장성은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 국가의 성장률 18%를 상회하고 있다. 단순히 매출뿐만 아니라 브랜드 고객 충성도 종업원 숙련도 등 무형의 가치까지 계량화해 선정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가치주라고 할 수 있다. 시가총액 규모도 크기 때문에 관련 펀드의 유동성 확보도 쉽다. 국내 중소형 가치주와 글로벌 가치주 가운데 어느 쪽이 10년 뒤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겠는가. 이런 점에서 국내 밸류 장기 투자보다는 글로벌 가치 기업 투자가 더 유망하다고 본다.”“7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모에 나서 아직 초기 단계다. 일단 서브프라임 여파로 단기 급락한 글로벌 금융사에 먼저 관심을 두고 있다. UBS 메릴린치 등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상각을 감안해도 현재의 주가수익률(PER) 6∼7배는 현저하게 저평가 국면이다. 페니매 프레디맥 등 연방 모기지 업체들의 추가 부실이 불거지고 있으나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두고 있어 이들 금융사들의 주가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이미 기관에서는 헤지 펀드를 채권의 대체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헤지 펀드는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점에서 상대 수익률을 추종하는 뮤츄얼 펀드와 다르다. 일반인들은 헤지 펀드를 칼라일 론스타 등과 같은 PE(Private Equity) 펀드와 혼동해 위험한 줄 알고 있는데 전혀 다르다. 헤지 펀드는 채권 리스크로 주식 수익률을 추구한다. 펀드 오브 헤지 펀드의 경우 변동성은 채권 수준인 5%, 기대 수익률은 8∼9% 내외다. 또 환매 제한 조건 없이 적정 투자 기간을 3년으로 보고 있다. 이는 5년 이상 환매 제한을 두고 높은 위험과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PE와 크게 다른 점이다. 자통법을 계기로 국내 헤지 펀드의 설정이 가능해지면 투자 다양화는 물론 운용 수수료에도 변화가 일 것이다. 펀드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데다 복제 펀드 출시가 쉽기 때문에 수수료가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개인이 롱숏 전략을 쓰는 것은 대단위 위험하다. 헤지 펀드의 경우 자금력과 상품 다양화를 통해 숏(공매도)과 롱(매수)의 리스크를 컨트롤할 수 있다. 헤지 펀드가 롱숏 전략을 쓸 경우 최소 20개 안팎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 반면 자금력에서 한계가 있는 개인이 공매도할 수 있는 종목은 극히 제한된다. 개인이 롱숏 전략을 구사하다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한국투신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상무연세대 법학과현대투신운용 투자공학삼성투신운용 인덱스 시스템 운용팀새마을금고연합회 국제투자팀장알리안츠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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