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월가에서 최악의 신용 위기는 지나갔다고 봅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 사태를 계기로 월가에 팽배했던 금융 위기는 고비를 넘겼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 빠르게 베어스턴스 사태를 처리함으로써 위기가 다른 금융 회사로 급속히 파급되는 걸 막을 수 있었습니다.”“물론입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에 있습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침체’로 규정하지만 인구가 매년 1%씩 늘어나는 국가에서 1분기 성장률이 0.6%라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합니다. 또 3개월, 6개월, 1년 전의 씀씀이와 현재의 씀씀이가 분명 달라졌습니다. 이런 체감적인 변화를 보면 현재 사람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은 침체가 맞습니다. 따라서 신용 위기가 최악을 지났다고는 하지만 개인들의 모기지 부담 등의 고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한마디로 자업자득입니다. 금융 회사들은 자신들도 평가할 수 없는 자산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습니다. 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죠. 금융주가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미국 금융주에 대한 투자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잖아요. 미 금융주를 사느니 차라리 한국 주식을 사는 게 백 번 낫습니다.” (멍거 부회장은 ‘절대적으로 옳은 지적’이라고 맞장구쳤다.)“미 경제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달러화 약세는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 이외의 매출이 많은 기업 등이 투자 유망합니다.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화 등 아시아 통화는 앞으로 달러화나 유로화에 대해 절상될 전망입니다.”“물론입니다. 최근엔 영국의 중형 규모 기업 인수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영국의 로열뱅크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보험업 인수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벅셔해서웨이가 가지고 있는 400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기업 인수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달러화 약세를 감안하면 외국 기업이 더 적합하겠죠.”“석유 생산이 정점에 달하면 점진적으로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고 대체연료가 개발될 것입니다.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죠.” (멍거 부회장은 ‘인류는 궁극적으로 태양열을 에너지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입니다. 만일 세계 25대 증시에 각각 투자할 경우 한국 증시에서 얻는 수익률은 상위 50% 안에 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멍거 부회장은 ‘현재 한국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엄청난 실수를 하는 꼴’이라며 한국 증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돌이켜보면 외환위기 직후 한국 증시가 내 생애에서 봤던 시장 중 가장 쌌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장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벅셔해서웨이 차원에서 투자하려면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야 합니다. 그런 만큼 한국 증시에는 투자 대상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20여 개 종목에 투자했으며 일부는 팔고 일부는 갖고 있습니다.”“아마 나중에 가능할 것입니다(추가 매입하지 않았다는 뜻. 멍거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한국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거듭 말하지만 가치 평가가 불분명한 미 금융주를 사는 것보다는 한국 주식을 사는 게 훨씬 낫다고 봅니다.”“처음 씨티그룹이 한국 기업을 분석한 투자 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싼 주식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기업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업 문화와 기풍(ethos)을 갖고 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건전하고 수익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경영진이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재무제표 공개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주주를 위한 자세도 본받을 만합니다.”“현재도 4%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멍거 부회장은 ‘포스코는 세계 2위 철강 회사보다 한참이나 앞서는 세계 최고의 철강 회사’라고 다시 한 번 극찬했다.)“그동안 동아시아 지역이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이들 지역의 성장 저력은 앞으로도 무궁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증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가가 너무 올라 현재로선 매력을 느낄만한 기업을 찾지 못했습니다. 페트로차이나는 충분한 수익을 냈다고 판단해 작년에 팔았고요. 지금도 지켜보고 있으며 값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다시 매입할 생각입니다. 일본 주식도 관심권 안에 두고 있지요. 그렇지만 일본 기업 대부분의 주가는 너무 비싸게 보입니다. 기업 가치에 비해 싼 종목을 현재로선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구체적인 협정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역자유화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무역 불균형은 시정돼야 하지만 보호주의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특정 국가나 특정 제품, 특정 산업에 특혜를 주지 않는 가운데 가능한 한 최대한의 자유무역이 이뤄져야 합니다.”“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s)’라는 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의 투자에 대한 생각은 이 책에 다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엄의 말을 따르면 실수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큰돈과 작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다릅니다. 작은 돈의 투자 대상은 주식 채권 해외 주식 등 수천 가지가 있습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아주 좋은 주식을 싸게 살 기회를 발견했는데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해 지금도 아쉽습니다. 벅셔해서웨이 차원에서 투자하려면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야 하는데 한국 주식 중에는 그만한 규모의 회사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대개 중소형주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작은 돈으로 투자해도 얼마든지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죠.”“세계적 자산운용 회사인 뱅가드가 운용하는 인덱스 펀드를 권하고 싶습니다. 인덱스 펀드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자에게 적합합니다. 또 초보자에게는 적은 수수료가 필수적입니다. 물론 증권사 직원 중에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이들의 말만 듣고 잘 알지 못하는 주식에 선뜻 투자하는 건 곤란합니다. 망하는 길이에요. 유능한 프로 투자자라면 분산 투자를 지양하겠지만 초보자에겐 인덱스 펀드만 한 것도 없습니다.”“내 재산의 75%를 한곳에 투자하고 싶은 강한 확신을 가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특별한 기회가 보이면 전 자산의 75%를 투자하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그 정도는 과감히 베팅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만 재산의 500%를 투자해서는 곤란합니다. 아무리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판단되더라도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금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멍거 부회장은 ‘분산 투자는 프로가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에 해당되는 말’이라고 맞장구치며 베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5분 안에 내릴 수 없는 투자 결정이라면 5개월 뒤에도 내릴 수 없습니다. 멍거 부회장과 저는 어떤 결정을 할 때 5분이면 족합니다. 제가 결정을 내리지 못해 머뭇거리는 사안에 대해서 멍거 부회장에게 질문하면 30초 만에 답을 들려줍니다. 결정에 5분 이상 걸린다는 것은 결국 잘 모른다는 것이고,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하면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거듭 강조하지만 큰 기회는 항상 위기 때 옵니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할 때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1998년 ‘롱텀캐피털’ 위기에서 보듯이 큰 기회는 대대적인 위기 때 나타나곤 합니다. 이때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죠.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끈질기게 파고들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멍거 부회장은 ‘그런 기회는 1주일에 한 번 시냇물에서 작살로 잡을 수 있는 큰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처럼 드물고도 짧다’며 기회 포착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렇습니다. 대부분 시장 참가자들이 공포를 느낄 때는 탐욕을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탐욕적일 때는 공포감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뉴욕 증시에서는 서서히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단지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당연한 말씀입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다름 아닌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고 기업들이 속한 산업의 흐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 경우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매일 읽는 게 아주 큰 즐거움이죠.”“물론이죠.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기업을 고르는 게 정답인데 장기간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면 아주 훌륭한 주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그건 우리의 전공 분야가 아니에요. 우리는 시장을 예측하지 않거든요.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지도 못합니다. 우리는 수천 개의 기업 현황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가끔씩 그중 한 개 기업의 값이 매우 싸게 보일 때를 발견하고 그 주식을 매입하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사고자 하는 주식이 있으면 현물 주식을 곧바로 삽니다. 물론 콜옵션을 산다면 가격을 낮출 확률이 80%는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주식을 사거나 팔 때 옵션을 활용하지 않습니다(버핏은 파생 금융상품을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이다).”“가장 큰 영향은 아버지에게서 받았습니다. 어린이에게는 부모가 가장 중요합니다. 부모의 말이 아니라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보고 어린이들은 배우게 되죠.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는 습관, 기회를 이용하는 습관 등을 들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자면 부모가 본을 보여야죠. 저는 아버지 다음으로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드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드는 주식 투자 이론의 선구자로 1934년과 1949년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과 ‘현명한 투자자’를 공동 저술했다.)아이들이 절약하고 빚지지 말고 돈을 많이 벌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버핏만 따라 하라고 하면 됩니다(폭소). 거듭 말하지만 부모가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하게 마련입니다. 부모들이 지각을 갖고 미래를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간다면 아이들도 그럴 것입니다. 물론 절약은 좋은 것이죠. 그렇지만 벌어들인 돈을 한꺼번에 다 쓰는 것 못지않게 지나치게 절약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에 여행을 가는 것처럼 젊을 때 가족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좋습니다. 구두쇠처럼 군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부자라고 모두 구두쇠처럼 굴어선 안 됩니다. 적절히 생활을 즐길 줄 알되 경제적인 습관을 어릴 때부터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학교에서는 경제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을 배울 수 있나요.“날마다 일간 신문을 읽는 게 좋죠. 처음엔 따분하더라도 날마다 신문을 읽다 보면 경제 지식을 기를 수 있고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이 진정으로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고요. 그렇게 되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더 집중하고 더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 그것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멍거 부회장은 ‘아마 지금 질문한 사람은 이미 인생에서 성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나는 매우 수줍어서 어렸을 때는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무척이나 부끄러워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대중 앞에 나서기를 강제하고 반복했죠. 남들과 원활하게 자신의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의사를 언제 어디서든지 분명하게 밝히고 남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이런 기술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행함으로써 갖춰질 수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언제 어디서든지 분명히 말할 줄 아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다시 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 열정을 일찍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것만큼 축복받은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버핏은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하고 작년 현재 부인과 재혼했다.)“(자회사인 시스캔디 제품을 집어 들며) 바로 이것이 비결입니다(폭소). 코카콜라와 시스캔디를 즐겨 먹습니다(실제 버핏은 코카콜라 마니아다. 그는 체리 코카콜라를 옆에 끼고 살다시피 하고 물보다 콜라를 더 많이 마신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건강이 나빠질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내가 남에게 많이 베풀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훨씬 적은 돈을 가지고도 자선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훌륭하다고 봅니다.”“돈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passion)이 있는 사람을 고르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에서 열정을 읽으려고 합니다. 아울러 처음 그들이 가졌던 열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들에게 자회사 경영을 맡기고 구체적 경영 목표를 주거나 경영 실적을 보고하도록 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의해 이들을 강제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들이 진정한 파트너 의식을 갖게 하는 겁니다. 주주들도 마찬가지죠. 해마다 수만 명의 주주가 몰려오는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동업자 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잘 되고 있지 않습니까.”“과도한 보수에 대해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여 견제해야 합니다. 지금 너무 많은 보수를 받고 있어요.” (버핏의 연봉은 25년째 10만 달러로 고정돼 있다.)“가장 먼저 세제를 고칠 겁니다. 슈퍼 리치(super-rich)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말이죠.”“올림픽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해 온 멋진 이벤트입니다. 모든 국가가 올림픽에 참가하기를 바랍니다.”“CEO 후보 3명은 나보다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때가 되면 이사회가 이들 중 한 명을 CEO로 선택할 것입니다. 최고투자책임자(CIO) 후보 4명은 모두 현업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내일이라도 이 자리에 앉을 겁니다. 이사회가 이들 4명 중 1명, 또는 2명, 3명, 아니면 모두를 CIO로 영입할지 여부를 결정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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