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이 즐겁다” 시니어타운 건립 붐

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노스웨스트 밸리에 있는 트릴로지 비스탄시아는 미국 은퇴자들에게 꿈의 빌리지로 통하는 곳이다. 고급 시니어 타운의 대명사인 이곳은 단지 앞으로는 광활한 소노라 사막이, 뒤로는 나지막한 야산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부근에 사막이 있다고 해서 삭막함을 떠올리면 크나큰 오산이다. 미 부동산 개발 업체인 셰어사가 관리하는 트릴로지 비스탄시아는 비록 인근에 소노라 사막이 있지만 웬만한 특급 리조트 이상의 시설을 자랑한다. 쇼핑센터와 미술관, 스포츠센터는 물론 미 프로야구(MLB)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프링캠프 구장으로 사용하는 피오리아 스포츠센터가 인근에 있으며 피닉스대 야구팀인 애리조나 카디널스 구장이 단지와 바로 붙어 있다. 단지 내에는 스파 시설과 요가, 에어로빅 강좌가 진행되는 스포츠클럽, 운동장, 수용장은 물론 테니스코트와 18홀짜리 골프코스 등이 갖춰져 있다. 단독형 주택마다 수영장이 딸려 있어 노인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396만6960㎡(120만 평) 부지에 2400가구가 들어서 있으며 규모는 132~287㎡(40~87평)까지 다양하다.미국에서는 시니어타운을 단순히 노인들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규정할 수 없다. 실버산업의 천국답게 미국에선 시니어타운을 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Active adult Community), 인디펜던트 리빙(Independent living), 어시스트 리빙(Assist living), 라이선스드 리빙(Licensed living) 등으로 구분한다. 건강한 50~70대들이 사는 공간이 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라면 라이선스드 리빙은 치매, 중풍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년층들이 노후와 치료를 병행하는 주거 공간을 의미한다. 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에 사는 사람들은 치료보다는 자신들만의 편안한 노년 생활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다.미국에서 시니어타운(액티브 어덜트 커뮤니티)이 등장한 것은 1960년 부동산 개발 업체 델웹사가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서 12마일 정도 떨어진 목화밭 지역에 대규모 타운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선시티(Sun City)로 명명된 이곳은 이후 수많은 개발 업체들이 비슷한 성격의 단지들을 여러 개 건설하면서 현재 애리조나의 명소로 발전했다. 애리조나의 성공으로 델웹사는 세계적인 시니어타운 개발 업체로 성장해 지금은 미국 내 21개 주에서 100여 개의 시니어타운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시니어타운은 상한가가 계속되고 있다. 다른 주택과 달리 시니어타운은 모기지 대출 없이 분양가 전액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영향이 덜하다. 시니어타운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주정부 차원의 유치 경쟁도 뜨겁다. 미국은퇴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0.7%이며 이들은 미국 전체 관광 수입의 70%, 자가용 구매의 42%, 주택 보유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유입 효과도 커 미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990년 주별 인구 증가율에서는 시니어타운이 대거 밀집해 있는 플로리다가 23.8%, 캘리포니아가 6.9%, 애리조나가 5.2%로 상위 1~3위에 랭크됐다. 특히 네바다는 주정부 차원에서 시니어타운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높은 인구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주민 상당수가 고액 자산가들이다 보니 이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예외 없이 서비스, 금융 산업이 활황을 보이고 있으며 주정부 입장에서 볼 때 시니어타운이 대거 조성된다는 것은 세수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이다.그렇다면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우선 고령화 속도로 볼 때 우리나라에도 시니어 타운이 활성화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18년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까지 높아지고 2026년에는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령화 속도 면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미래주거환경개발연구소가 17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전원생활을 희망했으며, 특히 50대(26.9%)의 수요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연구소 임송일 소장은 “전원생활을 희망한 50대는 대부분이 1970~80년대 도시화의 여파로 서울로 올라온 케이스인데 이들 중 56.8%가 은퇴 이후의 주거지로 고향이 아닌 신규 조성되는 전원 마을을 희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1억5000만~2억 원선에 분양하고 기존 도시와 차별화된 생활 편의 시설을 갖춰 놓는다면 시니어 타운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국내에 들어설 예정인 시니어 타운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각 시도 지자체와 연계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도시와 사람은 경남 함양군과 공동으로 1147만1126㎡ (347만 평) 규모의 시니어 타운 다곡리조트를 준비 중이다. 함양군 서하면 다곡리에 들어설 다곡리조트는 골프와 주거, 휴양, 숙박 기능이 결합된 골프 빌리지와 관광, 연수, 레저가 가능한 에코 빌리지 외에 아트 빌리지(주거+문화), 로컬 빌리지(농촌체험+주거), 웰니스 빌리지(휴양+의료+숙박) 등 총 5개 테마단지로 구성돼 있다. 단지 내 54홀짜리 골프장이 조성되고 생태공원, 워터파크, 산림 박물관, 건강 클리닉, 아울렛, 농장, 문화시설 등이 들어선다. 외국인들의 홈스테이 공간으로 활용될 인터내셔널 빌리지도 구상 중이다. 올 12월 1단계 공사 착공에 들어가 내년 11월 골프 빌리지와 로컬 빌리지 콘도 등을 분양하며 2014년 12월 사업을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도시와사람 정연수 전무는 “풍력, 태양열 등 천연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트랩이나 무공해 자동차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등 친환경 생태 도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골프장 개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큰데다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 소환이 예정돼 있어 일정대로 사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미래하우징은 경북 영양군과 함께 석보면 주남, 신평리 일대 555만㎡(167만8867평) 부지에 연립형 타운하우스, 저층형 아파트, 노인복지센터 등 총 4980가구의 시니어 타운을 개발한다. 공급 평형은 79~149㎡(24~45평)이며 18홀 골프 코스 2개와 9홀 코스 1개, 드라이빙 레인지 3개 등이 들어서고 27769㎡(8400평) 규모의 클럽하우스도 건립된다. 또한 테니스코트 게이트볼장 야외수영장과 영화관 도서관 공예실 갤러리 등이 들어설 문화센터, 사우나 실내골프연습장 마사지실 등을 갖춘 스포츠 센터도 건립된다. 이 밖에 서울오션아쿠아리움도 신영와코루와 컨소시엄을 꾸려 전북 고창에 시니어 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지는 대산·성송·무장면 일대 733만8876㎡(222만 평)로 2012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단지에는 5000가구 규모의 주택 외에 농원, 의료시설, 특산품 매장, 스파, 삼림욕장, 공원, 야외 운동 시설,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36홀 골프장과 골프텔, 골프 하우스, 각종 골프 용품·장비 생산시설 등도 건립된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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