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보다는 운용사를 보라

좋은 펀드 고르는 요령

근 유명 아나운서들이 잇따라 펀드매니저와 결혼하면서 직업으로서의 펀드매니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펀드매니저 양성 과정에도 대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등 선망의 직업으로 꼽힌다. 이런 화려한 이미지만큼이나 펀드매니저는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요구 받는 직업이기도 하다.무엇보다 펀드매니저는 매일 좋은 운용 성적을 내야 하는 힘든 직업이다. 이들은 오후 증권시장이 끝나면 자신이 맡은 펀드의 성적표를 받는다. 매일 매일의 성적이 숫자로 나오고 1년이 되면 이를 평가해 연봉을 조정하게 된다. 성적이 좋은 펀드매니저는 단연 연봉이 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펀드매니저는 연봉이 줄어들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펀드매니저들의 치열한 경쟁은 당사자들은 힘들지 모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구조다. 즉, 이러한 경쟁 덕분에 투자자는 자신의 돈을 펀드에 맡기고 마음 편안하게 생업에 충실하거나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 구조상 펀드매니저들은 밤낮없이 투자자의 자산을 늘리느라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전문가가 자금을 운용해 준다는 점이 펀드의 대표적인 장점이다.그래서 좋은 펀드매니저를 골라야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펀드매니저가 펀드 운용의 전반에 관여하긴 하지만 종목 선정에서부터 투자 비중 결정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규모나 시스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펀드 운용 구조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자산운용회사는 주식운용팀, 채권운용팀, 리서치팀, 매매팀, 리스크관리팀 등 전문 분야별로 운용 조직이 구성돼 있다. 우선 리서치팀이 중심이 돼 운용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 상장 종목 1900여 개 가운데 투자할 수 있는 종목 범위를 정한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200~300개 정도로 투자 가능 범위를 축소한다. 또 매월 또는 분기마다 최고운용책임자(CIO)와 각 팀장 등이 참석하는 투자전략위원회를 열어 각 업종별 투자 비중과 투자 종목 등을 결정해 실제 펀드 운용의 기준이 되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란 모든 펀드 운용의 기준이 되는 하나의 가상 펀드라고 할 수 있다. 각 운용팀은 투자전략위원회에서 결정된 모델 포트폴리오와 펀드 운용 전략에 근거해 구체적인 투자 방향을 결정한다. 이후 각 펀드매니저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근거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신이 맡은 펀드의 종목과 편입비를 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델 포트폴리오는 A라는 종목을 10% 투자하기로 했는데 펀드매니저의 생각에 그 종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면 회사가 허용하는 범위, 이를테면 5% 정도까지 더 투자할 수 있다. 이 역시 전 과정에 걸쳐 리스크 관리팀에서 운용 회사 전체적으로나 개별 펀드 별로 투자 위험을 관리한다. 이처럼 펀드매니저가 독자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 조직의 한 일원으로서 이중 삼중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펀드를 운용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펀드매니저가 똑똑하다고 해서 펀드의 운용 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리서치에서부터 각 펀드매니저와 리스크 관리까지 일련의 의사 결정 과정이 얼마나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잘 이뤄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결국 개별 펀드매니저보다는 운용사를 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만일 모델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투자전략위원회에서 서로 의견이 팽팽해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또 다수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각 팀 간의 역할 분담과 의사 조정은 어떻게 할까.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CIO와 각 팀장 등이 조정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 결정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결국 펀드 운용이라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떤 사람들이 하느냐가 장기적인 펀드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운용 조직원끼리 매일 갈등하고 서로 딴생각만 하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의사 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어떤 운용사와 어떤 펀드매니저를 선택할 것인가.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사실 개인 투자자가 펀드 운용 조직의 구성원 면면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직접 만나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첫째, CIO를 비롯해서 펀드매니저 등이 자주 이직하지 않는지 체크한다. 원활하게 의사 소통을 하든지, 아니면 서로 갈등을 겪든지 우선 남아 있어야 뭔가 결론이 나올 것이다. 수시로 CIO가 바뀌고 펀드매니저가 들락날락한다면 조직의 문화가 형성되지 못하고 철학이 불분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소 경제신문을 꼼꼼히 보면 어느 회사의 CIO가 회사를 옮겼는지, 어느 펀드매니저가 이동했는지 알 수 있다.둘째, 운용 조직이 충분하게 갖춰져 있는지, 펀드매니저가 어느 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따져본다. 회사 내에 자체적으로 리서치 조직을 갖추고 있는지, 펀드매니저 수는 충분한지, 개별 펀드매니저의 운용 경력 역시 오래됐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자산운용사나 펀드평가사 인터넷 사이트, 펀드 투자 설명서 등을 보면 운용 조직 구성이나 해당 펀드매니저의 경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수익률보다 중요한 펀드 선택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에도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판단하는 실질적인 열쇠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수한 투자 성과란 주가나 금리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고 기다린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운용 철학이나 투자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면 시장 상황에 흔들리기가 쉽다. 워런 버핏이 고객이었던 전설적인 자산운용사 ‘트위디 브라운’의 크리스토퍼 브라운이 그의 책 ‘가치투자의 비밀’을 통해 밝힌 말도 시하는 바가 크다.그는 “펀드매니저가 주인인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선호한다. 펀드매니저가 회사의 주인이라면 그들을 해고할 수 있는 사람은 투자자 밖에 없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투자 원칙에 따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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