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꼭 필요하다고 생각…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공사비 절감방안 제시할 것”

지난 2월 쿠웨이트와 카타르 현지 수주 계약을 위해 출장을 다녀 온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CEO 출신 대통령’ 효과를 실감했다. 중동 현지 기업 관계자들이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 최초의 회사’라며 예전보다 훨씬 살가운 태도로 맞아준 것. 이 사장은 “국내에서는 부담스러운 시선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러운 입장이나 해외에서는 분위기가 훨씬 호의적으로 바뀌어 앞으로 수주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현대건설에 시장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비단 그리 길지 않은 국내 기업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을 배출한 회사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건설 명가 회복을 위한 오랜 노력 끝에 올해는 현대건설이 완전 정상화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 지분 매각도 급물살을 타는 등 관심을 모을만한 굵직한 재료가 적지 않다. 또 건국 이후 최대 토목 사업으로 불리는 한반도 대운하의 주간사를 맡고 있는 등 주요 경제 현안의 한복판에 현대건설이 위치하고 있다.전임 이지송 사장에 이어 2006년부터 현대건설의 두 번째 구원투수로 나선 이종수 사장은 건설 명가의 부활을 기치를 내걸고 누구보다 앞장서 뛰어왔다. 취임 당시 5만 원에도 못 미쳤던 주가는 한때 10만 원을 돌파하는 등 지난 2년 동안 80% 이상 급등했다. 올 주총에서는 만 10년 만에 현금배당도 실시했다.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간 후 급전직하했던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도 이 사장이 취임 직후 ‘힐스테이트’를 내놓으면서 2년여 만에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3위권까지 치솟았다. 4월에는 현대건설이 처음으로 자체 시행으로 선보인 대단지 ‘힐스테이트’ 김포 고촌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4월 3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이종수 사장을 만나 현대건설의 현안과 향후 건설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지난해 연말부터 매각 문제가 거론된 후 올 들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매각 협상에 들어가 일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최소 1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봅니다.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는 M&A가 본격 거론되면서 임직원들이 불안감이 커지는 점에 신경이 쓰이고 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임직원들에게 ‘건설사의 최고 경쟁력은 사람인만큼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매각에 신경 쓰지 말고 몸값을 높이자’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모든 신입사들을 해외 각 공사 현장으로 OJT(On the Job Training)를 보내는 것도 최고 경쟁력을 갖추자는 취지에서입니다. 결국 1등 건설사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누가 인수하든 상관없는 일 아니겠습니까.”“오히려 바깥에서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습니다. 현대건설 출신 CEO가 대통령이 된 것은 분명 자랑스럽고 뿌듯하지만 무슨 도움을 받거나 기대하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2월에 중동에 나가보니 여기저기서 축하를 해주면서 따뜻하게 대해줘 밖에서 수주하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현대건설 CEO를 맡았기 때문에 부서에서 모셔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985년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건설 현장의 과장 시절, 현지를 자주 방문하셔서 그때도 ‘현장을 무지 챙기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건설사 CEO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대운하 사업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환경이나 경제적 비용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더욱 큰 듯하나 대운하의 경제성을 따지려면 기본 설계가 나온 뒤에나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연초의 운하 논쟁은 추진하는 쪽에서도 논리적으로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주간사 입장에서 공사비 절감을 위한 구체적 방법과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 운하 사업의 경제적 논리성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과도한 시중 유동성 해소와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운하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현재 시험 준설 중이고 하반기께부터 본격적인 준설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에 특수 준설선을 발주했으며 7, 8월께 인도받으면 준설 공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태안 기업도시는 총 1462만㎡ 규모에 총 9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입니다. 우선적으로 총 6개가 예정된 골프장 중 2개가 2010년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올해 실적에는 공식적으로 포함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사업 속도라면 4분기께 매출에 일부 반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이번 배당은 2001년 현대그룹 분리 이후 2006년 5월 자율 경영 체제로 전환하기까지 각고의 노력 끝에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현대건설의 완전 경영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주주 배당을 재개함으로써 현대건설이 우량 기업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주주 배당을 위한 요건을 갖췄으나 대주주들이 회사에 유보 현금을 쌓아 두자고 제안해 미뤘습니다. 올해 배당 결정은 대내외에 향후 성장에 대한 자신감 표출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작년 말 기준 수주 잔액은 사상 최대인 11조9000억 원으로 업계 1위입니다. 올 들어서도 카타르 비료공장(9억2000만 달러) 등 신규 수주가 23억 달러어치에 달합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목표는 물론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수주 50억 달러 이상도 가능합니다. 특히 과거 유럽이나 일본 업체들이 독점적으로 맡던 고부가가치 플랜트 수주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따낸 카타르 천연가스 액화 정제 시설의 경우 과거 유럽에서도 일부 선발 업체만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최근의 해외 건설 수주는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국가의 수주가 크게 늘고 있으나 현대건설은 중동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확대해 안정적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내 주택 경기에 민감한 타 건설사와 달리 토목과 건축부문 비중이 30% 이상 늘어나면서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게 현대건설의 강점입니다.”“지난해 3조7000억 원을 기록했던 해외 수주 효과로 올해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80%가량 늘어날 전망입니다. 외형뿐만 아니라 수익 면에서도 한층 좋아질 것입니다. 지난 해 해외 이익률을 악화시켰던 제벨알리 복합화력발전소 손실 반영이 완료된 데다 올해 반영되는 해외 수주는 훨씬 안정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5조6000억 원보다 18% 늘어난 6조5000억 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실적을 상회하는 4000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현대건설은 1972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2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고 현재도 신고리 원전 1∼4호기를 건설할 정도로 국내 원전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다소 보수적이었던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원전 관련 기술자 부족 상황에 직면해있는 반면 지속적으로 인력과 노하우를 쌓아 온 한국형 원전은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원전의 특수성상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외에서 수주 활동을 벌일 수는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 해외 수주를 지원해 준다면 언제든 준비가 돼 있습니다.”“지난 2년간 CEO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힐스테이트’ 브랜드 출시가 떠오를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쏟았습니다. 채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게 돼 뿌듯합니다. 자체 시행은 아니었으나 처음으로 브랜드를 선보인 2006년 서울숲 힐스테이트 분양 당시에는 누구보다 가슴을 졸였습니다. 자체 사업으로 추진했던 2600가구 초대형 단지인 김포 고촌 힐스테이트의 성공은 현대건설이 아파트 부문에서 자신감을 얻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프랑스의 유명 색채 전문가의 자문까지 받아 외벽을 꾸몄고 얼마 전에는 내부 마감을 모두 교체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현대건설은 이제 명실 공히 1위 업체로서 위상을 되찾았습니다. 해외 수주는 양적 면에서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크게 개선되고 있고 주택 부문에서는 올해 아파트 분양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타 건설사에 비해 경기에 대한 리스크가 적습니다. 당분간 주택 시장이 쉽게 살아나기 어렵다고 봤을 때 건설사 중 가장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현재 주가가 10만 원을 훌쩍 넘고 있는 다른 업체들 이상으로 주가가 더 상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연세대 경영학과현대건설 이사현대건설 경영지원본부장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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