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빌리지 인기몰이 중
년의 편안함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골프 빌리지는 은퇴를 앞둔 미국인들에겐 ‘엘도라도’와 같은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내 골프 빌리지가 우리나라처럼 ‘실버 주택’이나 ‘너싱 홈(nursing home)’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버 주택이나 너싱 홈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라면 골프 빌리지는 레저와 주택을 결합한 순수 은퇴 상품이다.골프 빌리지의 원조는 실버 산업이 화려하게 꽃핀 미국. 해외에선 시니어 타운이라고 불리는 골프 빌리지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60년 부동산 개발 업체 선 시티가 애리조나 주 피닉스 인근에 대규모 타운을 조성하면서부터다. 휴양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스에 있는 선시티 팜스프링스. 634만㎡(192평)에 5000가구가 자리 잡은 이 골프 빌리지는 미국 내 중상류층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 중 하나다. 99~244㎡(30~74평)형 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단지 내 골프 코스(18홀), 퍼팅 코스(18홀)가 2개씩 있고 드라이버 레인지와 실내 골프 연습장, 스파 시설, 도서관, 피트니스 센터 등도 들어서 있다. 테니스장, 야외 볼링장, 낚시터는 물론 6611㎡(2000평)짜리 반려동물 전용 공원도 있다. 매매가는 2억~7억500만 원이며 월 20만 원의 관리비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부대출) 부실 여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골프 빌리지는 상한가가 계속되고 있다. 다른 주택과 달리 골프 빌리지는 모기지 대출 없이 분양가 전액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외풍이 덜하다. 구매자 대부분이 중상류층이라는 점도 경기 침체 여파가 상대적으로 덜한 이유다. 미래주거환경개발연구소 임송일 소장은 “만 55세 이상에게 입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일부 유명 골프 빌리지는 청약자의 자산 규모도 고려한다”면서 “이 때문에 몇몇 골프 빌리지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골프 빌리지가 인기 몰이 중이다. 국내에 골프 빌리지가 소개된 것은 2004년 대우건설이 용인 골드CC에 대우 그린카운티를 지으면서부터. 112가구로 구성된 이 주택은 파인하우스 36가구와 힐탑하우스 76가구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파인하우스는 집안에서 골드CC 챔피언코스 1번 홀 티 박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커튼만 열면 광활한 골프장 전경이 펼쳐진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또 53㎡(16평)에 달하는 테라스를 보너스로 제공하기 때문에 주말에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힐탑하우스는 테라스형과 단독형, 빌라형, 타운형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231㎡(70평)짜리 단독형에는 방 3개에 거실, 서재, 주방이 있다. 단지 내 테니스장과 수영장, 골프 연습장, 헬스클럽 등의 편의시설도 갖춰 놓고 있다.용인 기흥 SK아펠바움 1차분도 2005년 11월부터 분양에 들어가 2개월 만에 전 평형이 모두 팔렸다. 일본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를 맡은 SK아펠바움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인 웰컴 하우스가 마련돼 있고 골프 부킹 등 각종 행사를 대행해 준다.이들 골프 빌리지는 대부분 서울에서 1~2시간 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세컨드 하우스로 이용하기에 제격이다. 풀 계좌로 분양하기 때문에 사실상 별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녹음이 뒤덮인 골프장에서 망중한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굳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콘도나 리조트에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그뿐만 아니라 골프 빌리지를 구입하면 골프장 회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우 그린카운티 분양 고객에게는 골드CC 부킹권과 2인 주중 회원권이, SK아펠바움은 골드CC 외에 코리아CC 부킹권과 2인 주중회원권이 주어진다. 이 밖에도 SK아펠바움을 분양받으면 워커힐호텔 스포츠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투자 가치는 어떨까. 2005년 3.3㎡당 1000만~1100만 원에 분양한 대우 그린카운티는 현재 125㎡(38평)형의 매매가가 5억7000만~6억 원, 158㎡(48평)형이 7억2000만~8억 원, 182㎡(55평)형이 8억5000만 원이다. 타운형, 테라스, 단독형에 따라 값이 차이가 있고 대체로 대형 평형이거나 단독형이 비싸다. 물량이 워낙 적어 실제로 거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3.3㎡당 1600만~1700만 원에 분양한 SK 아펠바움은 155㎡(47평)형이 9억2000만~9억5000만 원이며 185㎡(56평)형은 11억1000만~11억3000만 원. 218㎡(66평)형은 13억1000만~13억4000만 원이다. 수도권 유명 풀 계좌 콘도가 대체적으로 3.3㎡당 1000만~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여기에 골드CC 회원권이 1억74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물량이 워낙 적어 희소성 측면에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절세 효과 면에서도 유리하다. 부동산 명가(031-273-4989) 박병호 사장은 “현재 국내에 지어지는 골프 빌리지는 골프장 내 휴양 콘도 시설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만약 풀 계좌로 분양받았다면 별장처럼 이용하면서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단, 단독 명의로는 취득이 불가능하며 부부 내지는 형제 등 2명 이상의 공동 명의로 구입해야 한다. 취·등록세는 취득가의 4.6%이며 양도세는 양도 차액에 따라 3~36%가 부과된다. 휴양 콘도는 사치성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이 때문에 앞으로 골프 빌리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동문건설이 영남권 1~2곳에 골프장 빌리지를 공급할 계획이며 한국토지공사도 평택 청북지구에 들어서는 9홀 골프장에 골프 빌리지 형태의 고 급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은 각각 파주시 통일동산과 인천 청라지구에 골프 빌리지를 준비 중이다.강원도개발공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맞춰 준비 중이던 알펜시아는 유치 실패로 사업 계획이 다소 수정됐다. 단독주택형 골프 빌리지를 당초 218~552㎡(66~167평)형에서 287~760㎡(87~230평)형으로 수정했고 타운하우스형 골프 빌리지는 221㎡(67평)형에서 257㎡(78평)형으로 주택 크기를 변경했다.18홀 규모 골프장은 세계적인 골프 코스 디자이너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했으며 관리는 다국적 골프매니지먼트사인 트룬골프가 맡는다. 주중 이용 시 무료이며 주말에는 월 2회에 한해 4인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 1, 2급 호텔 콘퍼런스센터를 이용할 때 회원 자격으로 대우해 준다. 계약자를 포함해 2명에게는 3년간 각종 의료 서비스도 제공된다.부동산 개발 업체 미라비다는 경북 영양군에 5000가구 규모의 국내 최대 시니어 타운(골프 빌리지)을 조성할 계획이다. 총 45홀 규모의 골프 코스가 들어서며 단지 내 들어서는 주택은 79~149㎡(24~45평)형이다.용평 포레스트와 베르데힐은 골프장 내에 건립되는 주택은 아니지만 차로 1분 거리에 있는 골프 코스를 일반가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준 골프 빌리지’다. 167가구로 구성된 포레스트는 단독형과 타운하우스로 구성돼 있으며 분양가는 3.3㎡당 1800만~2300만 원이다. 용평리조트 내에 들어선 베르데힐은 8, 9층을 최고급 골프 빌리지로 분양하고 있는데 공급 평형은 126㎡(38평)형 112가구, 152㎡(46평)형 3가구, 162㎡(49평)형 66가구이며 3.3㎡당 분양가는 1350만 원이다. 풀 계좌와 2계좌 가구가 반씩 구성돼 있다. 퍼블릭 코스를 일반가의 30% 할인된 값에 이용할 수 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realsong@moneyro.com